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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과 개구리와 딸기와 밥」외 6편

  • 작성일 2024-10-14

   뱀과 개구리와 딸기와 밥


조우연


   채식주의자 뱀이 있었대요


   개구리는 먹지 않았대요


   뱀은 하루가 다르게 말라갔어요


   보다 못한 개구리가


   이거라도 먹어보라며


   빨간 딸기를 따다 주었대요


   그걸 먹고 기운을 차린 뱀은


   개구리가 고마워서


   올망졸망한 작은 물풀을 갖다주었고요


   아, 나는 풀을 싫어해요


   말은 그렇게 했어도


   뱀의 마음이 상할까 봐 개구리는


   그 조그만 물풀을 입에 묻히고


   먹는 척을 했다나 봐요






   ㅇ이 ㅎ의 모자를 빌려 썼더니



   내 얼굴 다 타겠어

   오이가 울고 있으니까


   오이야, 내가 모자 빌려줄까?

   호박이 빌려준 모자를 쓰고


   호이는

   좋아라 거울을 보는데


   오박 꽃가루를 따러 날아온 호랑나비


   바람에 호랑나비 모자가 휙 날아가자

   모자 찾아 날아가는

   오랑나비


   눌렸던 더듬이를 세우며

   오랑오랑

   날아가네






   뱀눈이 된 이유



   긴긴

   겨울잠 자고 일어나

   굴 밖에 나갔다


   아악-


   눈부셔!






   출생의 비밀



   배꼽에 산소 호흡기 달고

   둥둥 떠 있던

   엄마 배 속


   그 컴컴하고 따뜻한 우주에 살던

   작은 외계인


   지구에 무사히 착륙했지만


   아직 지구의 말도 못 하고

   우주복 입고 누워서

   잠만 잔다


   한 살

   내 동생






   인공위성



   그날 밤


   하영이가

   날 보며

   두 손 모아 소원을 빌었어


   반짝!


   바로 그때

   드디어 이뤄진 거야


   별이 되고픈 내 소원도






   자진 외톨이



   달맞이꽃이 아는

   별의 눈물


   연잎이 아는

   비의 노래


   나비가 아는

   산국의 심심함


   감잎이 아는

   감의 혼잣말


   저녁 새가 아는

   낙엽의 웃음


   서로 다 알고 있는 것을

   나만 모를 때 많아요


   모른 척할 때 많아요






   나도 달린다



   수박 얼룩말이

   배꼽을 떼고

   초원을 달린다는 소식 들었니?


   언젠가 나도

   이 못만

   뿍, 빠지면


   다가닥 다가닥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사막의 밤하늘을 멋지게 달려볼 거야


   지금은

   달랑 말발굽 하나 달고 있는

   꽉 닫힌 문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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