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외 6편
- 작성일 2024-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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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
정정안
눈 내리는 새벽
너는 꿈속에서 하얀 거리를 걸었지
코끝이 빨개진 채로 물었을 거야
저기, 동물들은 어디로 가느냐고
발자국을 따라가 보면 알게 되지 않을까
걸어 보렴
아침이 올 때까지
눈을 뜨면 보게 될 거야
지붕 아래 웅크린 등
숨는 아이
창밖을 본다
오늘도 뛰어가는 엄마, 아빠
자전거가 지나가고
자동차도 지나가고
아이들 웃음소리 가까워지면
내 방으로
이불 속으로
왜 자꾸 숨느냐고 물어보면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이
내 안으로
숨는다
다른 상상
괴물들의 배를 갈랐더니
하얀 솜이 나왔어
왜 이렇게 연약한 거야?
터진 곳을 꿰매 주며 물었지
“우리는 괴물이고 너는 용사니까”
군데군데 튀어나온 실밥들
다른 애들하고도 매일 싸우나 본데
흠, 내일은 파티를 열어야겠다
나의 연약한 괴물들도 초대해야지
스웨터 인형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엄마의 지난겨울이 들어 있다
아끼던 스웨터로 떠 준 작은 인형
강아지 짖는 소리에 놀라서, 한 번
버스에서 못 내릴까 봐, 두 번
숙제 발표할 때, 여러 번
꼭 잡는다
엄마 같다
그래, 가져가
아기 때부터 썼다는
내 전용 물컵
“너무 오래 쓰면 귀신 붙는다”
엄마는 자꾸 버리라고 해
물컵에 붙는 귀신이라니
아마도 자꾸 떨어뜨리는 귀신이겠지?
자주 깨뜨려서 혼나는 귀신일 거야
떨어트려도 데굴데굴 구르는
다시 주우면 되는 물컵
붙어 있지 말고
그래, 가져가
여러 명
사탕을 주는 건 7번 엄마다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건 6번 엄마
2, 3, 4번 엄마는 표정이 비슷하고
5번 엄마는 지쳐 있는데
1번 엄마는 안 나오면 좋겠다
1번부터 5번
나는 혼자 책을 읽고
숙제를 하고 사탕도 아껴 먹는데
“오늘 얘가 왜 이래?” 엄마가 묻는 날은
6번 내가 나온 날이다
진짜 방법
캐러멜 먹을래?
나도 그 아이돌 좋아해
끝나고 햄버거 먹자
친해지는 방법을 써먹는다
캐러멜을 주고받고
같은 아이돌을 좋아하고
햄버거를 먹는 우리
가끔은
옆자리에 앉은 채로
멍해진다
우리, 같은 방법을, 쓰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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