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쟁이 갈치」 외 6편
- 작성일 2022-10-14
- 댓글수 0
[아르코문학창작기금 - 동시]
멋쟁이 갈치
차승호
누가 뭐라 해도
최고 멋쟁이는 바로 나, 갈치야.
나를 봐.
온몸이 넥타이잖아.
감나무 아래에서
아!
아!
아, 라니까!
한 입만
중력은 정말 게을러.
딩동딩동
엄마가 마트에 간 사이
겁 많은 밤톨이 삼 형제가 숨죽이고 있었어요.
휭, 바람만 불어도 따닥따닥, 따다닥
캐스터네츠처럼 엉덩이를 부딪치며 후덜덜 떠는 거예
요.
동화책을 너무 많이 봤나 봐요.
까맣고 노란 털이 북슬북슬한 털북숭이 손에
덕지덕지 밀가루를 묻힌 늑대가 들이닥칠 것만 같았거
든요.
엄마는 언제 올까?
기다려도 기다려도 엄마는 오지 않았어요.
사실 엄마는 쉽게 올 수도 없었어요. 마트에 들러 집으
로 오는 길에 그만,
늑대에게 잡아먹힌 건 아니고
뷰티 의류매장 유리창에 붙은 폭탄세일 80%, 광고를
보고 만 거예요.
“유레카!”
아까도 말했지만
밤톨이 삼 형제가 캐스터네츠처럼 엉덩이를 부딪치며
후덜덜 떨고 있는 그 시간에
엄마는, 엄마는 뷰티 의류매장에서 수다를 떨고 있었으
니까요.
다시 바람이 불고
현관문에 걸어 둔 자물쇠가
딩동딩동 흔들렸어요. 누가 왔나 봐요.
“누, 누구세요?”
질겅질겅 단풍잎을 씹으며 입술 사이로 빨간 피를 팔랑
팔랑 떨어뜨리는 가을이
크레용처럼 백 가지 색깔의 눈을 가진 가을이
그림자가 전봇대처럼 길쭉한 가을이
밤톨이 삼 형제를 잡아먹으려고 문 앞에 서 있는 거예
요.
“엄마다, 문 열어라!”
정말 동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니까요.
무서운 늑대가 참신하게 가을로 변신할 줄 누가 알았겠
어요?
갯벌
지구별과 달님이
서로 내 팔뚝 굵다고
자랑을 할 때마다
하루에 두 번
바다가 잇몸을 보이며
씨익, 웃는다.
청국장
노란 메주콩이
이불을 덮어쓰고
대바구니 속에서 잠들었어요.
콤콤 양말 냄새
모기향처럼 솔솔 피우며
잠들었어요.
꿈결에 나비 꿈을 꾸는지
비단실 풀어내
날개 옷감을 짜요.
외할머니는
추워서 싫어한다고
들썩거리지 말라지만
날개옷이 완성되면
노랑나비 떼 일제히
날아갈 것 같아서
한눈파는 사이
다 날아갈 것 같아서
외할머니 몰래
은근살짝 열어 보고
들여다봐요.
안녕, 피노키오
거짓말하면 정말 코가 길어지니?
언제 길어져?
거짓말하자마자 길어져?
얼마큼 길어져?
지루한 학습지처럼 계속 길어져?
우리 반 이현주에게
고백하지 못하는 것도 거짓말이니?
휘파람새
현서 할머니는
휘파람새
휘이익, 휘이익
휘파람 부네.
해삼을 잡았다고
소라, 멍게를 잡았다고
휘파람 부네.
현서와 둘이 사는
휘파람새 현서 할머니
바닷속에서 참았던
해녀 날숨
물 밖으로 올라와
휘파람 부네.
교실에 앉아 있어도
바다만 바라볼 현서
안심하라고
휘이익, 휘이익
휘파람 부네.
현서 꿈속에서도
들려오는
휘파람 소리, 숨비소리.*
* 잠수하던 해녀가 바다 위에 떠올라 참던 숨을 휘파람같이 내쉬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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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코문학창작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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