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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상/제2회 마로니에온라인백일장] 바다 속으로 사라진 어른의 시작 - 김민아

  • 작성일 2024-10-30

[공감상/제2회 마로니에온라인백일장]


   바다 속으로 사라진 어른의 시작


김민아


   스무 살이 되던 날, 나의 네모났던 세상이 변했다. 세상은 스무 살을 어른의 시작이라 말했지만, 나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한 채 스무 살이 되었다. ‘어른이 되는 것’이라는 막연한 설렘과 두려움 속에서 나는 여전히 미완성된 존재였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건은 스무 살의 내가 어른이 되는 과정을 뒤흔들었다. 그날 나는 친구들과 함께 벚꽃이 보이는 대학교 강의실에 앉아 있었다. 오후 강의가 시작되기 전, 휴대폰에 울린 알림은 단순한 뉴스 속보처럼 보였다. 배가 침몰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또 하나의 사고일 뿐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생존자 수색 소식으로 꺼지지 않는 뉴스와 그날의 사건은 스무 살의 시작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나와 같은 또래의 청소년들이 배에 있었다. 그들도 나처럼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날 이후가 그들의 ‘어른이 되는 날’이 될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바다속으로 가라앉았다. 영영 어른이 되지 못한 채. 스무 살의 나는 그들을 안타까움과 먹먹함으로 떠나보내며, 어른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무거운 책임을 의미하는지 처음으로 느꼈다. 매일 버스를 타고 학교로 향하는 나날이 고통스러웠고, 강의실은 교수님과 동기들의 웃음 대신 슬픔으로 가득 찼다. 기말고사에는 이 사건을 규명하는 문제가 출제되기도 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어른이 된다는 것이 단지 나이를 먹는 것 이상의 깊은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깨달았다.


   세월호 사건은 내가 처음으로 마주한 상실이었다. 나는 그때까지 ‘성장’이라는 것이 단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 배에 타고 있던 학생들의 미완성된 삶을 목격하며, 어른이 되는 것이 얼마나 불확실하고 예측 불가능한 과정인지 알게 되었다. 우리네 삶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때로는 아무런 예고 없이 비극이 찾아와 모든 것을 뒤흔들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스무 살의 벚꽃이 피기 시작하는 봄날에 배웠다.


   나는 어른이 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온몸으로 체감했다. 나를 둘러싸고 있던 반경 1km의 익숙한 세상은 더 이상 나의 전부가 아니었다. 점차 경계가 무너지고 넓어지면서 전에 없던 불안감이 찾아왔다. 익숙했던 것들이 멀어지고, 새로운 환경이 낯설게 다가왔다. 낯선 거리와 낯선 사람들. 내가 어디에 속하는지 알 수 없는 혼란 속에서 헤매는 날들이 이어졌다. 새로운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마음을 열기 쉽지 않았고, 사람들 사이에서 적응하는 일은 생각보다 버거웠다. 무엇보다도 어른이 되어 처음으로 마주한 상실감은 가슴을 억누르는 고통으로 다가왔다. 어린 시절의 순수함과 익숙했던 것들을 잃어가는 과정은 마치 나를 둘러싼 세계가 천천히 무너져 내리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나는 이러한 혼돈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답을 찾지 못한 채 방황했다. 어른이 되는 과정은 내가 예상했던 것처럼 멋지고 설레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참담하고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세상은 언제나 우리에게 밝은 날들만을 주지 않으며 때로는 상처를 남긴다. 그러나 그 상처 속에서 우리는 시간을 치유로 삼아 어른이 되어간다. 나는 그 성장통 속에서 진정한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웠다. 스무 살의 나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그러나 어른이 되었다고 확신할 수도 없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여전히 끝없는 과정이었다. 내가 느꼈던 고통과 상처는 그저 어른이 되는 과정의 일부였을 뿐이며, 나는 그 고통을 견디고 나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중이었다. 세월호 사건은 나의 인생에서 결코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지만, 그것을 통해 나는 어른으로서의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일상의 소소한 평범함 속에서 다시 웃음을 찾아가며 조금씩 회복하고 성장해 왔다. 때로는 바다속에 잠긴 스무 살의 아픔을 떠올리며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하지만, 그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여전히 아물지 않은 상처일지라도 그 상처가 어른이 되는 과정의 일부로 남아 내 삶을 더 깊이 있게 만드는 자양분이 될 것이라 믿는다. 바다 속으로 사라진 어른의 시작은 끝이 아닌, 더 깊은 곳에서 인생을 배워가는 여정의 출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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