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준현 아동청소년문학가, 세대 초월해 사람 마음 비슷해… ‘나라면?’ 되물을 뿐
- 작성일 2025-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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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초월해 사람 마음 비슷해… ‘나라면?’ 되물을 뿐
아르코문학작가펠로우십 선정작가 인터뷰- 김준현 아동청소년문학가(인터뷰어 : 허 희 평론가)
“어디부터가 어른이고 어디부터가 어린이인가 싶게 맞아떨어지는 경계선이라는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2017년 첫 동시집 『나는 법』으로 제5회 문학동네 동시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기존 동시의 문법을 넘어서는 유쾌한 실험을 선보인 김준현 시인은 동시와 청소년시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독자와 만나왔다.
2022년 발간된 두 번째 동시집 『토마토 기준』과 첫 청소년시집 『세상이 연해질 때까지 비가 왔으면 좋겠어』는 각각 어린이와 청소년이라는 서로 다른 독자층을 향하면서도 그들의 내면을 깊이 있게 응시하는 시인의 따뜻한 시선이 공통으로 머무는 지점이다. 어린이의 발랄한 상상력부터 청소년의 불안한 내면까지 아우르는 그의 폭넓은 스펙트럼은 세대와 성별을 초월한 보편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올해 초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소설 부문에 당선되며 소설가로서의 새로운 행보를 시작한 그가 2025년도 아르코 펠로우십에 선정되었다. 펠로우십 선정을 계기로 동시와 소설, 평론을 넘나들며 전방위적인 글쓰기를 이어가고 있는 시인의 현재와 미래를 묻고 답을 들었다.
세대 초월해 사람 마음 비슷해… ‘나라면?’ 되물을 뿐
— 어린이의 마음을 오롯이 담아낸 동시집 『토마토 기준』과 청소년의 불안을 섬세하게 어루만진 청소년시집 『세상이 연해질 때까지 비가 왔으면 좋겠어』를 연이어 펴내셨습니다. 이처럼 각기 다른 연령대의 독자를 동시에 만나게 된 특별한 경험이 있으셨는지요? 두 세계를 아우르며 작업하시는 동안 발견하신 어린이와 청소년의 ‘마음’ 사이에 존재하는 공통점과 결정적인 차이점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2017년에 첫 동시집인 『나는 법』을 출간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을 만날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 전까지는 특별히 실재하는 어린이들을 만날 일은 없었고, 저 스스로의 유년을 발굴했던 것 같습니다. 내가 어린이라도 이런 감정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동시를 써왔는데요. 그건 제가 그때까지 별다른 사회경험이 없이 읽고 쓰기만 하는 생활에 익숙한 20대후반의 청년이어서였던 것 같기도 합니다. 다만 첫 동시집을 낸 이후로 다양한 어린이들을 만나고 어린이들의 삶과 언어에 좀더 밀접해지면서 동시에서도 자연스럽게 변화의 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두 번째 동시집인 『토마토 기준』에는 그런 지점들이 자연스럽게 반영되었고요. 무엇보다 아이를 키우면서, ‘우리 아이가 독자’라는 감각이 더 선연해졌습니다. 소위 말하는 ‘당사자성’이라고 할까요.
청소년독자들을 만난 건 시기 상으로는 좀더 이전인데요. 20대에는 학원의 입시 강의를 통해 만났습니다. 대구창의융합교육원의 산하 기관인 문예창작영재교육원에서 4년째 문학을 사랑하는 청소년들을 만나고 있기도 하고 올해는 대구 동구의 청소년 문화의 집에서 중학생들을 만나 청소년들의 언어로 시를 쓰는 작업을 함께 했습니다.
다양한 이들을 만나면서 느낀 거지만 세대와 성별을 초월해 사람 마음은 비슷하구나, 느끼는 감정이란 어떤 상황에서건 닮을 수밖에 없구나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동시나 청소년시처럼 세대가 다른 독자를 위한 장르를 관통하는 진심이 있다는 걸 확신합니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결정적인 차이라면 아마 언어 경험의 정도인 같습니다. 동일한 감정이나 현실임에도 그걸 드러낼 수 있는 언어의 양태가 많이 다르고, 감각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생각입니다.”
— 어른의 관점과 언어를 경계하고, 아이의 시선과 감각을 지켜내기 위해 작가님께서 창작 과정에서 가장 고민하고 경계하시는 지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사실 동시를 쓰면서 한때는 어른과 어린이를 이분화하고 양자를 의도적으로 분할해 각각의 반대항으로 설정했었는데요. 근래에는 어디부터가 어른이고 어디부터가 어린이인가 싶게 맞아떨어지는 경계선이라는 건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다만, 한 편의 작품이 이미 거듭 강조되어온 윤리로 귀결되는 걸 거부하는 편입니다. 한 인간의 내면이 그렇게 단순하고 쉬울 리가 없는데 ‘도덕적’인 결말이나 ‘바람직한’ 인간상으로 수렴되어 버리는 삶을 표현하는 건 좀 기만적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바람직하게 살고 도덕적으로 사는 게 좋습니다. 그렇게 안 사는 인간들이 너무 많으니까요. 저는 어린이·어른의 가장 자연스러운 욕망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진실한 말이 흘러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욕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삶을 이해해야 하는데, 그 삶은 학습을 통해 가능한 게 아니라 체험을 통해 국소적으로만 가능합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나라면?’ 이라는 질문을 합니다. 계속 내가 아닌 타자가 되어보기 위해 노력합니다. 타자의 아주 일부라도 이해하기 위해 애쓰다보면 결국 그 어떤 사람에 대해서도 피상적으로 단언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외연만으로 파악해 쉽게 말해버릴 수 있는 삶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이 제가 가장 고민하고 경계하는 지점입니다.”
펠로우십은 ‘작업실’, 메모가 리듬이 되는 순간을 위해
— 이번 펠로우십이 가지는 개인적·창작적 의미는 무엇인가요?
“아이를 키우면서부터 저는 거의 모든 글을 떠오르는 대로 곧장 폰에 메모하면서 창작을 하는 편입니다. 시, 동시뿐만 아니라 평론과 소설 역시도 폰의 메모장에 쓰면서 시공간의 제약으로부터 좀더 자유로운 형태의 작업을 해왔는데요. 올해 초에 동아일보 중편소설 신춘문예 부문으로 등단을 하면서 평론이나 소설과 같이 긴 글을 본격적으로 쓰려면 작업실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르를 떠나 어떤 작업이든요. 그러다보니 메모와 같이 파편적으로 계속 쓰는 것도 물론 좋지만, 좀더 긴 시간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올해 말에 출간될 동시평론집의 계약이 이뤄진 시점이기도 해서 여러 가지로 긴 글을 쓰고 정리하고 다듬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사실 펠로우십 사업 내에 작업실 지원과 같은 사항도 있었지만, 제가 사는 경산 지역에는 해당사항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원금을 받으면 작업실을 마련하는 쪽으로 보탤 수 있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고요. 올해 출간될 문해력 시리즈 동시집에 실릴 동시를 문장 웹진 지면을 통해 일부 미리 선 보이면 좋겠다는 생각, 그리고 올해 말 출간 예정인 동시평론집 작업에도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토마토 기준』을 통해 ‘어린이가 기준이 되는 세계’를 보여주셨습니다. 이번 펠로우십 기간 동안 구상 중인 프로젝트나 작업 방향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동시를 읽고 쓰고 나누는 일의 일환으로서 애정하는 시인들의 동시집 해설을 쓰기도 하고 격월평이나 연재 산문, 서평 등 다양한 크기의 원고가 쌓여서 작년 겨울에 한 차례 원고를 엮었습니다. 펠로우십 기간 동안 이 동시평론집의 구성 및 정리 등을 중심으로 작업을 했고 예정대로라면 올해 12월 중순쯤에 동시평론집이 출간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문해력 동시집 시리즈를 내는 출판사에서 세 번째 동시집을 준비하고 있는데 역시 비슷한 시기에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 작가님의 작품은 소리 내어 읽었을 때 더욱 생생하게 살아나는 말맛과 재치 있는 언어유희가 큰 매력입니다. “어떤 말은 잘 구운 바게트 냄새로 바꾸고 싶었다”고 말씀하신 적도 있는데요. 일상의 언어에서 어떤 순간에 특별한 ‘냄새’와 ‘모양’을 발견하시는지요?
“흔히 하는 대화나 익숙하게 쓰는 물건들처럼 실재하는 것들을 언어의 현장으로 데려와봅니다. 그러니까 메모를 해봅니다. 짧은 문장으로 만들어두기도 하고 단어 하나만 달랑 놓아두기도 합니다. 그 메모장이 제가 늘 들여다보는 거울이 되는 셈인데요. 메모장 안에 놓인 그 말과 이런저런 형태로 관계 맺기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제가 하고 싶은 말을 그 메모가 대신해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말들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와 리듬을 형성하는 순간이 곧 시를 쓰는 순간이 됩니다.”
교과서에서 만난 ‘내 이야기’, 빠른 말의 시대 속 문학의 미덕
— 올해부터 교과서에 작품이 수록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작가님의 언어들이 어린이, 청소년 독자들과 어떻게 만나기를 바라시는지요?
“여러 생각을 해봤습니다. 너무도 다양한 삶의 국면에 놓인 어린이들에게 동시는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까 하고요. 다만 올해부터 적용되는 2022 개정교과서 초등국어 4-2에 동시 「도」가 수록되고, 중학국어 1-1에 청소년시 「우리 둘이」가 수록되어 이제 교과서 속에서 제가 쓴 작품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두 편의 작품 모두 어린이들이 자신의 삶 안에서 자연스럽게 마주할 수 있는 감정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어린이·청소년 독자 분들이 읽으면서 잠시 멈춰 내 이야기 같다고 생각해준다면 좋겠습니다.”
—작가님의 시가 우리 사회와 어떤 방식으로 만나기를 바라시는지요? 최근 사회나 세계의 변화 속에서 작가님이 특히 문학으로 응답하고 싶은 문제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최근 소설을 읽다보면 자주 보이는 문형인데, “-그런 사람”이라는 표현입니다. 이를테면 “ a는 그런 사람이었다. 하고 싶은 말은 다 누르고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끝내 어디에라도 하다못해 블로그 비밀글에라도 그 말을 발산하는 사람.” 이런 방식으로 소설 속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를 말하는 문장들이 자주 눈에 띕니다. 그건 단순하게 설명할 수 없는 일면을 위해 계속 수사를 덧붙여나가는 근래의 감수성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소설을 예로 들었지만, 시를 쓰는 일 역시 변화되어가는 세계와 사람과 함께, 다른 언어의 가능성을 계속 모색해나가는 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사랑’이라는 말이 얼마나 다양한 모습을 할 수 있는지, 얼마나 다양하게 불릴 수 있는지 우리는 수없이 많은 콘텐츠를 통해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다만 특정한 말에만 위상이 부여되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은 빠르게 증식하고, 그게 진실인지를 가늠할 여지도 주지 않습니다. 원래도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지닌 ‘말’이 다양해진 플랫폼 속에서 더 빠르게 더 넓게 퍼져나가고 있는 시대다보니 때로 문학도 그런 말의 속성을 닮아가는 것 같은데요. 그렇게 빠르게 흘러가는 말이면서도 지난 시대의 미덕을 놓치지 않고 챙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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