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이와 사보이
- 작성일 2026-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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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이와 사보이
장수양
아름다운 피자를 훔친 사나이에 대하여 이야기하겠습니다. 그는 달아났습니다. 낮은 언덕들이 나이야, 하고 여러 번 불렀습니다. 사나이는 답하지 않았습니다.
닷새가 지난 어느 날
나는 우연한 계기로 사나이의 주소를 알아냈습니다. 그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나의 이름은 사보이라고 합니다.
당신이 나의 자매가 되어 주면 어떻겠습니까?
이 마을에는 사람이 많지만 나를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자매란 뭐든 서로 안다고 전해집니다.
사나이, 아직 나는 당신을 잘 모릅니다. 그러나 당신이 아름다운 피자를 먹지 않았다는 사실은 압니다. 그러한 이해관계를 상습적으로 파악하는 교집합 속에 당신과 내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나이는 나에게 사진을 보내오기 시작했습니다.
사나이는 아름다운 피자를 둘둘 말아서 들고 다닙니다.
사람들이 버스킹하는 거리, 맞은편에서 피자를 깔고 누워 있습니다.
펠리컨이 다가와 큰 부리로 피자와 사나이를 이리저리 찌르며
삼킬 수 있는지 알아봅니다만, 피자도 사나이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사진은 부리에 올리브 하나 묻힌 펠리컨이 사나이의 뺨에 뽀뽀하는 순간입니다.
사나이는 아름다운 피자를 하늘 높이 돌립니다. 피자의 날씨를 만들어 냅니다.
별도, 달도, 밤도 피자의 토핑이 됩니다. 그리하여 피자의 명예를 드높입니다.
사진 속 사나이는 헬터 스켈터의 모자를 쓴 것 같습니다.
사나이의 생일인 모양입니다.
아름답지만 조금 낡은 피자 위에 촛불만큼의 사나이가 올라갔습니다.
이런, 우리는 나이가 같습니다.
쌍둥이는 서로 텔레파시가 통한다고 전해집니다.
나는 여전히 사나이를 잘 모릅니다만
사진을 찍을 때면 언제나 웃고 있다는 사실은 압니다.
서른 해가 지났습니다.
찌그러진 주방장 모자를 쓴 이가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어두운 표정으로 내게 말했습니다.
나는 모든 것을 잃었소. 평생을 바쳐 만든 아름다운 피자를 사나이가 훔쳐 달아났다오. 무구한 피자 도우의 지옥 속에 서른 해를 보냈소. 수소문 끝에 이렇게 찾아왔소. 당신이 그의 소식을 아는 유일한 사람이오.
자, 사나이가 있는 곳을 말하시오.
나는 무거워진 눈꺼풀을 깊숙이 눌렀습니다. 군데군데 밀가루가 묻은 그의 손을 잡았습니다.
갑시다.
그가 내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구겨진 모자를 곱게 펴는 동안 나는 사나이가 보낸 사진들을 불태웠습니다. 그리고 편지를 썼습니다.
자매여, 마지막 편지입니다.
앞으로는 당신이 아는 주소 끝에 사진을 받아 볼 내가 없다는 사실을 알립니다.
나는 이제부터 절대로 당신을 만나지 않는 여행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슬퍼하지 마세요. 나만은 당신이 어디 있는지 압니다. 당신이 얼마나 멋진 일을 하고 있는지. 나는 추호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사보이로부터
편지를 부친 나는 반듯한 모자를 쓴 이와 긴 여행을 떠났습니다. 낮은 언덕들이 보이야, 보이야, 하고 소리쳐 불렀습니다. 나는 답하지 않았습니다. 불태운 사진들이 아쉬워 눈물이 흘렀고 당황한 동행이 반듯한 모자를 벗어 눈물을 닦아 주었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다시 구겨진 모자를 쓴 이와 낮은 언덕을 넘고 또 넘습니다. 더 높은 언덕, 험준하고 아찔한 언덕을 맞닥뜨려도 나와 동행은 망설임 없이 넘을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사나이의 주소를 기억하는 한, 성실한 나의 동행이 아름다운 피자를 되찾는 일은 없을 겁니다. 내게 가장 무서운 것은 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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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수양
- 2017-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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