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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어오르는 것이 세계의 법칙이라면

  • 작성일 2023-04-21

끓어오르는 것이 세계의 법칙이라면1)2)3)

조시현

*

더 많은 방에 불이 켜진다

더 많은 것이 천국에 가까워지도록

바라는 것은 언제나 더 따뜻한

조금 더

*

졸아붙은 냄비 위로

그릇들이 쌓여 가고

수술대 위에서

몸은 흩어질 준비를 하고 있다

우주먼지 되기

그것은 다음 생을 위한 약속

구성 성분이

같으니까요

*

이 방은 너무 오랫동안 조용했어요

*

엎질러진 물은 천사의 모습을 하고

높은 압력과 온도는

물질을 변화시킨다

문을 꽉 닫아야 하는 이유

성장하는 존재니까요

엄만 성질을 못 참고

용암은 부글거리고

우린 끓어오르듯 일하고

다소 미친 것처럼 사랑도 하죠

임산부의 기초체온은 약간 더 높고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더 높은 열기가 필요하고요

끓어오르는 것이 세계의 법칙이라면

전부 오래 전부터 정해진 일

다정한 품을 상상하면

녹는 것도 좋아

*

아스팔트 위의 써니 사이드 업

커피도 알맞게 끓어오르고

십일월에도 꽃이 피어요

우그러든 책 모퉁이는

천사가 떠난 흔적

얼마나 멋진 다음이 오려고 자꾸만 더워질까요?

*

눈을 보면 알지

영혼이 가열되고 있다는 증거

따뜻함만으로는 안 된다는 증거

천천히 누적되는

미래의 산책

*

냄새는 당하는 것

부풀어 오르는 게 염증반응이듯

마침내 비구름이 흘러내리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어요

우산을 폈다 접으며 바람 부는 방향을 가늠해 봐요 비는 마음대로 국경을 넘고 하늘에서 세포가 뚝뚝 떨어져 내려도 여전히 지구는 지구 머리부터 시작해도 꼬리부터 시작해도 붕어빵이 붕어빵이듯 모든 건 완벽하게 계량되었죠 날짜변경선을 지나면 어제가 돌아와 가능한 건 겨우 이 정도의 일이어서 등압선의 방식으로 어제를 묶으면 폭죽 그래서 축제

그냥 우리 걱정은 접어 두고 춤출까 어제가 돌아왔으니까 아직은 기념일이니까 밟아도 돼 그래도 돼 의문형만으로도 모든 걸 단정 지을 수 있는 세계니까 어제 발생한 도시가 오늘 사라져도 우리는 모두 지구촌 사람들

다 같이 손을 잡고 멸망을 밀어내는 로맨스?

*

찻잔 속 태풍

둥글게 둥글게

*

폭죽

따뜻해

*

물컵은 줄어들고

발등은 부어올랐지

*

죽이고

저녁이 눌어붙은 냄비를

벅벅 닦아내면서

얌전히

다음을 기다린다

*

새로운 세계가 온다

1) 플라즈마란 초고온에서 음전하를 가진 전자와 양전하를 띤 이온으로 분리된 기체 상태를 말한다. 이때 전하 분리도가 상당히 높으면서도 전체적으로 음과 양의 전하수가 같아서 중성을 띠게 된다. 흔히 ‘제4의 물질 상태’라고 부른다. 고체에 에너지를 가하면 액체·기체로 되고, 다시 이 기체 상태에 높은 에너지를 가하면 수만℃에서 기체는 전자와 원자핵으로 분리되어 플라즈마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우주 전체의 99%가 플라즈마 상태라고 추정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플라즈마 [Plasma] (손에 잡히는 IT 시사용어, 2008.02.01)
2)오르가슴은 성 반응주기 중에서 신체적이나 또는 정신적으로 그의 긴장, 쾌감이 최고조에 도달하는 순간을 뜻한다. 사람의 성 반응은 흥분기, 상승기, 오르가슴기, 쇠퇴기라는 주기가 있고, 성 반응은 혈관충족과 오르가슴이라는 2단계가 있다. 혈관충족 단계에서는 남성에서는 음경의 발기, 여성에서는 질의 윤활화와 팽창이 일어나, 그에 이어 오르가슴 단계에서는 남녀 모두가 반사적인 간대성(間代性)의 근육수축이 생겨, 그것이 뇌에 전달되어 쾌감이 지각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오르가슴 [orgasm] (생명과학대사전, 초판 2008., 개정판 2014., 강영희)
3)진화는 생물의 종 및 더 상위의 각 종류가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점차 변화해 온 것을 뜻한다. 진화라는 용어는 보통 좁은 의미에서 생물의 진화의 경우에 쓰이지만 천체의 진화, 항성의 진화, 화성암의 진화, 지형의 진화, 지질 구조의 진화 등 무기적 자연현상에 대해서도 쓰인다. 뿐만 아니라 사회의 진화, 자동차나 비행기의 진화 등 매우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어떤 경우에나 진화는 고정(固定)이 아닌 변천의 뜻을 내포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진화 [evolution, 進化]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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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럿

파이럿 1)2)3)4)5)6)7)8)9)10) 조시현 어딘가에서 항상 폭풍이 불고 있어서 좋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날씨 매일 편지가 담긴 깡통들이 떠밀려 내려와 쓰고 싶었던 걸까, 닿고 싶었던 걸까 그저, 조금이라도, 사이가 멀다 출력 중입니다 진심은 쉽게 종이 위로 흘러내리고 그럴 때 마음은 늘어나는 걸까, 줄어드는 걸까 그러면 삶은 가벼워지는 걸까, 무거워지는 걸까 이제 우주는 지겹다 어릴 적 엄마가 가뒀던 붉은 방처럼 입술을 바짝 대고 창문을 뿌옇게 만들어 가며 불렀던 노래처럼 어두운 방에 색색의 전구를 켜는 것으로 신을 기념한다면 우주는 영원한 크리스마스 닫힌 방에서 초를 켜고 불고 다시 켜고 불어 세계는 점점 작아지는 선물상자 같아서 열고 열고 열면 오늘이 나오지 소박한 리추얼 너무 거대한 곳은 밀실 같아 사람들은 어디서나 얼굴을 발견할 수 있다지 그래 어디에나 등대가 있지 거기서 비굴함을 먼저 보는 사람과는 친구가 될 수 없다고 너는 말했었지만 불길한 무언가가 우리를 계속 주시하고 있지 우주는 신의 오래된 레고놀이 이 빠진 자리에 혀 밀어 넣기 멀리 가는 게 좋았던 적은 한 번도 없어 엄마는 쓰레기란 쓰레기를 죄다 모아 꿰맸지 지구를 덮을 것처럼 그런 것도 이불이 될 수 있다는 것처럼 그렇게라도 용서받고 싶은 것처럼 그런 마음은 모르겠지만 주파수를 맞추면 흩어진 목소리들이 흘러 들어와 과거의 목소리도 미래의 음악도 들을 수 있지 버려진 것도 있겠지 싸구려 술을 빨아 마시며 빠진 이를 드러내 웃으며 사람들은 내내 취해 노래 부르지 그 밤을 되풀이하는 것처럼 행성들은 테이프 감듯 회전하고 너무 떠들썩하면 우리밖에 없다는 걸 서서히 깨닫게 되어서 파티는 늘 침묵으로 끝나지 돌림 노래를 들으며 우린 서서히 미쳐 가게 될까 음악 속에서 끝날지 정적 속에서 끝날지 궁금해서 여기로 돌아오는 걸까 가끔 별들이 먼지라는 게 떠올라서 털어내도 털어내도 쌓일 것 같아 반짝인다, 네가 말하면 가만히 먼지떨이를 쥐어 보게 되지 왜 여기서도 청소는 끝나지 않을까 세계가 아주 새까맣거나 가끔 지나치게 반짝인다는 것을 알고 싶어서 우리는 여기에 있을까 다 타버린 것과 아직 타오르는 것뿐이라는 것을 확인하려고 전부냐 그래 목소리를 삼켜 블랙홀처럼 미래의 아이들이야말로 사랑 때문에 태어난 거야 천장 구석에 곰팡이 제거제를 뿌리고 울면서 박박 닦아내던 저녁처럼 매번 터지고 빛나는 별들을 보면서 절망감을 배우겠지 햇빛 아래 부유하는 먼지들처럼 지구에 두고 온 작은 방들 멀리서 반짝이는 빛을 보고 있으면 불을 껐다 켜는 작은 손이 떠올라 다시 소박한 리추얼 저건 말대가리야 저건 장미 창을 검지로 쿡 찌르며 사랑의 언어를 배우겠지 밤이 깊으면 쓰레기를 좀 더 당겨 몸을 덮겠지 누군가는 이것조차 꿰어 이불을 만들까 누군가는 거기에서 다시 얼굴을 볼까 나는 아직도 그걸 비굴함이라고 불러 사랑하지? 나 아직 받고 싶은 선물이 있어 오늘도 창틀에는 먼지가 쌓여 있어 1) 상기 항해일지는 우주력 8371년 마침내 나포된 악명 높은 우주해적단 코스모아마조네스에서 발견되었다

  • 조시현
  • 2023-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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