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
- 작성일 2026-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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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김언
시체가 집으로 왔다. 어찌 알고 찾아왔을까? 거리를 떠돌고 있어야 마땅한 저것이 집으로 왔다. 똑똑 노크도 하지 않고 들이닥치는 저것을 막을 방도는 우리에게 없는 것 같다. 그러니 맞자. 반갑게 맞자. 웃는 얼굴로 시체를 맞고 시체의 외투를 벗기고 시체를 위한 자리를 식탁에서 내어 준다. 시체는 무엇이든 먹을 준비가 되어 있다. 무엇이든 물어뜯고 삼킬 준비가 되어 있는 시체를 손님이라 부르자니 너무 무례한 손님 같고 가족이라 부르자니 도무지 정이 가지 않는 가족 같아서 일단은 시체라고 계속 부르자. 그러면서 맞자. 웃으면서 맞고 즐기면서 맞고 싫어도 맞아 줘야 하는 존재가 지금 우리 식탁에서 먹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말없이 시취를 흘리면서 기다리고 있다. 그에게 어울리는 음식은 많다. 살아 있는 것을 가져다주면 된다. 죽은 자는 죽은 자답게 살아 있는 것을 요구한다. 살아 있는 것은 많다. 동물도 식물도 심지어 미생물도 살아 있는 채로 그의 입속으로 들어가기에 충분한 것들이 많다. 뭐부터 가져다드릴까? 그는 죽은 닭을 원하지 않는다. 아픈 닭도 원하지 않는다. 싱싱한 닭을 원한다. 그래서 산 채로 잡아 온 싱싱하고 튼튼한 닭을 식탁에 내려놓고 시체를 본다. 닭도 시체를 본다. 시체는 무엇을 보는 것일까?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손을 뻗는다. 살아 있어서 손을 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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