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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레오타입

  • 작성일 2026-02-01

   스테레오타입


김현진


   시계는 날카로운 시각을 유지하는

   틀림없는 바늘을 가졌다


   믿어야

   다음으로 갈 수 있으니까


   기차를 타러 갈 때면 서울역 광장 시계탑을 보았다 한 번도 늦지 않았다 하지만


   오래된 내 방 벽시계는 자주 틀린다


   배터리를 갈 때마다 세심하게 맞추어도 귀가 없는 바늘은 말귀가 어두워 일 분씩 이 분씩 어긋나는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 


   조금씩 느려지지만 혼자 어떤 순간을 가리키고 있는 게 좋아서

   방문을 열면 벽시계에 먼저 눈이 갔다


   내 방과 시차가 큰 체코에서 오를로이를 본 적 있는데 

   고장 나지 않은 천문시계 중 제일 오래되었다고  


   정각이야! 


   프라하 구시가지 광장을 지날 때 누군가 외쳤다 


   종이 울리면서 쇼가 시작되었고

   시계 위 창문으로 열두 명의 인형이 지나갔다 


   나는 수백 명과 함께 오를로이에 시선을 고정했다 


   짧은 공연이 끝나고

   일제히 흩어지는 군중 속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나침반의 바늘은 북쪽에 멈추어 있다는 말을 떠올렸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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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딘

오딘 김현진 평균적이라는 말에 매달린 평균을 생각합니다. 매달리기를 하면 평균적으로 이십 초 정도는 버틸 수 있었는데요. 처음에는 꽉 잡은 손가락에 열이 납니다. 그다음에는 팔이 저려오고요. 아파트 앞 놀이터 철봉에 매달린 건 내 팔인데 굽혀진 무릎 위 허벅지는 왜 흔들리나요. 떨리는 몸으로 안간힘을 쓰다 보면 저절로 눈가에 주름이 꽉 잡히도록 눈을 감게 됩니다. 언젠가 본 얼굴을 떠올립니다. 누군가 매달려 있던 카드. 타로 카페에서 카드 세 장을 골랐습니다. 두 번째 카드를 열었을 때 남자가 거꾸로 매달려 있었어요. 살아 있는 나무에 자발적으로 매달린 상태라고 했습니다. 지혜를 얻기 위한 거라고. 정방향인데도 위아래가 뒤집힌 것처럼 보인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그때부터 거꾸로 매달리는 일은 내가 언제든 통과해야 하는 일로 여겨졌습니다. 철봉에 매달려 눈을 감은 이후에 나는 거꾸로 매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놓을 수 없어요. 아이들이 왔나 봐요. 그네를 타는 환호성과 미끄럼틀 오르내리는 쿵쾅 소리가 요란합니다. 자전거가 지나갑니다. 공원에 들어오면 안 되는 오토바이도 지나갑니다. 사람들도 지나갑니다. 개소리도 들립니다. 어떤 무리가 나를 보며 낄낄거리는 게 느껴집니다. 나는 매달리기에만 집중하려고 아무것도 보지 않아요. 버티기 좋게 고개를 치켜듭니다. 온몸이 부들부들 흔들립니다. 언제 그만둬야 하나. 생각 없이 생각합니다. 철봉 아래에는 모래가 있습니다. 인제 그만 모래 위로 올라서라고. 꽉 쥔 손가락을 펴라고. 이마에 맺힌 땀을 훔치라고. 제발 철봉 아래에 둔 물병의 물을 마시라고. 스스로 애원합니다. 나는 턱을 더 들어 보려고 애쓰다가 실눈을 뜨고 주변을 살핍니다. 가로등이 켜진 밤입니다. 저쪽 편에서 어떤 아이가 혼자 시소를 타고 있습니다.

  • 김현진
  • 2026-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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