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장이 텅텅, 꿈속이 텅텅
- 작성일 202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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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장이 텅텅, 꿈속이 텅텅
최동은
꿈속을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새들을 잡아 가두었다.
죽은 새. 눈 먼 새. 내가 기른 새. 남이 버린 새. 주인 몰래 도망친 새. 날아가지 않는 새. 물에 빠진 새. 창문으로 날아든 새. 종일 제자리를 빙빙 도는 새. 울지 않는 새.
새장 속에 새들은 저희끼리 싸운다. 저희끼리 잘 논다. 서로 날개를 물어뜯다 뽀뽀를 한다. 머리를 콕콕 쪼고 푸드덕 푸드덕 도망칠 구멍을 찾고.
한 마리 새가 고속버스를 타고 떠났다. 한 마리 새가 우산을 쓰고 나갔다. 한 마리 새가 비자나무 숲으로 날아갔다. 한 마리 새가 아파트 꼭대기를 둥글게 돌았다. 한 마리 새가 냇물을 건너갔다. 한 마리 새가 자전거를 타고 애인을 찾아갔다.
텅 빈 새장을 안고 잠들었다.
두통이 잠들었다. 울음소리가 잠들었다. 멍든 발가락이 잠들었다.
잠이 텅 비었다.
꿈속이 텅 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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