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대한민국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 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운영중인 공식 누리집보기

지지 못하는 별

  • 작성일 2026-08-01

  지지 못하는 별


최재원


  자러 갈 때도

  아직 깨 있고

  일어날 때도

  벌써 깨 있고

  언제 자?

  여덟 시간은 자야

  머리 잘 돌아가고

  몸도 건강하다며


  할머니가 내 생일날 닭을 잡았다

  도망칠 땐 꼬끼오 잘만 떠들더니

  목을 비틀자 똥만 싸 놓고 죽었다

  닭은 닭이었다 닭고기가 되었다


  뼈에 붙은 살이 젤로 맛있다면서

  살만 통째 발라 준다

  나도 그럼 뼈만 빨아 먹고 싶은데


  별은 나이를 많이 먹었다

  별은 머리가 희게 세었다

  별은 깜깜한 데서 일한다

  별은 가끔 깜빡깜빡한다

  별은 내내 불을 밝히다가

  아침을 안치고 그때 졌다

추천 콘텐츠

문장웹진

잠 못 이루는 밤

잠 못 이루는 밤 최재원 알집서 깨어난 새끼 모기 새끼 엄마는 아빠는 피 빠느라 바빠서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데 왜 어떻게 지도 피 빨 생각을 했는지 여름밤 꽃향기 여기까지 나는데 꽃 대신 피 향기 홀려 헤매는 새끼 모기 꿀도 안 만들어 꽃가루도 안 전해 줘 피만 빨아 먹는 모기 새끼 꿈아 얼른 와서 깨워 가라 나를

  • 최재원
  • 2026-08-01

문장웹진

땅의 달

땅의 달 최재원 오래된 달을 오랫동안 바라보며 걷는데 꺼졌다 전자가 발길을 끊은 후에도 달은 주황빛으로 익어 가고 있었다 필라멘트에 남겨진 입자가 식어 가고 있었다 멍하니 입 벌리고 바라보며 가는데 배수로에 덮어 놓은 그물망에 발이 빠졌다 넘어지진 않았지만 발 바깥쪽을 삐고 말아서 다리를 절며 돌아가는데 켜졌다 철쭉 잎 익은 제 살을 뒤집어 오므라드는 가운데 철모르는 몇몇의 낙엽을 밟고 절뚝절뚝 가는 겨울을 재촉하는 봄의 성급한 발 발 밤 봄바닥 위 떨어진 달 봄 내내 깜빡이더라 강동구의 오래된 가로등을 LED로 교체한다고 했다

  • 최재원
  • 2022-06-01

문장웹진

산화

산화 최재원 바람이 불었고 아침이 왔고 비가 내렸고 우산이 찢겼고 물을 마셨고 약을 먹었고 커피를 샀고 글을 썼고 계획을 세웠고 고개를 저었고 손을 주물렀고 그러자 너를 떠올렸고 세수를 했고 로션을 발랐고 담배를 피웠고 백업을 시켰고 마우스를 충전했고 빨래를 돌렸고 이불을 개었고 집이 흔들렸고 천장을 올려다보았고 옷을 널었고 아침이 갔고 싸락눈이 휘날렸고 물이 떨어졌고 바람이 들었고 창을 닫았고 청소기를 돌렸고 반짝이 스티커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보았고 닫힌 책의 등을 멍하니 바라보았고 오늘은 빵을 만들리라 생각했고 번역을 했고 하지 않은 것들을 했다고 적었고 눈이 그쳤고 계란을 삶았고 빵을 구워 살구잼을 발라 먹었고 찢긴 우산 더미가 목까지 차올랐고 거짓말을 더 능숙하게 했고 거짓말을 본격적으로 하는 사람이 되어야 했고 어떻게 하면 거짓말이 더 사실처럼 느껴질 수 있을까 골머리를 앓았고 어떻게 하면 거짓말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릴 수 있을까 고민했고 거짓말이 뭔지 궁금했고 거짓말을 잘할 수 있을 때 나는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거짓말을 진실처럼 말할 수 있다면 더더욱 오해가 없을 것 같았고 진실이라는 것의 허망함에 지쳤고 자꾸만 진실을 내어놓으라고 우기는 통에 더욱더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되었고 거짓말과 진실은 이름만 바꾸어 거짓말은 거짓말의 진실이 되었다가 진실의 거짓말의 거짓말의 진실이 되었다가 진실을 탐했다가 진실을 내쫓았다가 진실을 붙잡았다가 진실과 한몸이 되었고 진실은 애초부터 거기 있지 않았으므로 거짓말은 제 몸을 끌어안고 슬피 울다 보니 어느새 하나의 진실이 되어 있었고 차차 자신을 잊어 갔고 자신의 잊혀진 이름이 못내 지겨웠던 거짓말은 자신의 원래의 이름을 불러 줄 이를 찾아 길을 떠났고 그 길에서 수많은 거짓말들을 마주쳤고 대부분의 거짓말들은 자신이 거짓말인지도 모른 채 - 아니,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 거짓말임을 상관하지 않은 채 가장 진실된 삶을 살고 있었고 진실과 거짓말을 구별 없이 속삭였고 거짓말은 문득 서러워져서 자신과 같은 거짓말이 어디 없나 그를 찾고 말리라 다짐했고 길을 나선 거짓말의 뒤로 다른 거짓말들은 저도 모르게 줄지어 섰고 거짓말들의 긴 행렬은 거짓말쟁이 산을 넘었고 거짓말쟁이 구름을 만났고 거짓말쟁이 해 아래 거짓말쟁이 볕을 쬐었고 이윽고 거짓말쟁이 바다에 도착한 거짓말과 그를 따라나선 수많은 - 이제는 끝이 보이지 않는 - 거짓말 집단은 지친 몸을 거짓말쟁이 파도에 담갔고 거짓말쟁이 썰물을 타고 아래로, 아래로, 아래로 쓸려 내려가 가장 깊은 바닥의 거짓말을 만났고 그곳에서 자신의 얼굴을 비춰 본 거짓말들은 화들짝 놀라 지니고 있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도망쳐 나왔고 땅으로 꺼졌는지 하늘로 들려 올라갔는지 자취를 찾을 수 없었고 거짓말 행렬의 긴 허물만이 남아 미생진실은 영양가가 많은 허물을 조금씩 뜯어 먹으며 몸집을 불렸고 진실의 군집을 이루어 거짓말쟁이 바다를 뒤덮었고 바다 밑 거짓말쟁이 땅까지 진실의 뿌리를 박아 넣었고 진실의 나뭇가지들은 거짓말쟁이 하늘을 꿰뚫어 즙을 빨아

  • 최재원
  • 2022-05-31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세요.
  • 욕설, 비방, 혐오 표현 및 과도한 홍보성 내용은 제한될 수 있습니다.
  • 운영 정책에 위반되는 댓글은 사전 안내 없이 숨김 또는 삭제될 수 있습니다.
0 / 1500

댓글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