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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구게 모델링

  • 작성일 2026-08-01

  투구게 모델링


최필립


  암전 속 꽃가루가 흩날리는 장면. 우리는 그곳에 빛이 있을 거라고, 꽃가루와 꽃가루가 교환한 비말 속에. 알로하 댄서의 동작은 겉보기 움직임을 가지고. 그는 봉을 잡고 웃는다. 봉을 냉큼 핥아보기도 한다. 미래를 위한 커튼콜은 유약을 바른 눈. 그래서 우리에게는 두 가지 버전의 미래가 필요해요: 


  Version 1: 흐린 눈으로 바라본 눈 내리는 고전적 극장 앞의 풍경, 그리고 군상들.

  Version 2: 너와 내가 그토록 믿은 빛에 관해, 꽃가루를 보지 않았을 때 상종하는 것에 대해.


  검시관은 교차하는 꿈을 전시한다. 꿈을 분류한다. 눈 위에 흘린 유약이 핏자국을 따라 흐른다. 나는 너의 손을 잡고 한때 키웠던 풍선 강아지에 대해 떠올린다. 강아지는 살아있지 않았으니까, 풍선 강아지는 비인간이고 우리는 비인간을 책임지지 않아요. 그러니까 비인간에게 코르셋을 입히고, 풍선 강아지는 조일 수 있는 조인트가 있는데 하나, 둘, 셋 세세히 기름칠도 해 둬야지. 오늘은 나의 순번, 내일은 너의 순번, 그리고…


  비밀이긴 한데요. 나는 알로하 댄서에게 저지르고 싶었던 모든 것을―그러나 검시관이 전시한 꿈의 논리에는 어긋나지 않게―유지하거나 보수하고 싶었는데.

  꿈의 붕괴.


  풍선 강아지는 분명 습성에 따라 꽃가루를 헤집고 그 안에서 헬륨 간식 찾기 놀이를 했다. 그사이 너는 검시관 몰래 딥웹에 접속한다. 가끔 화면은 네 불안한 마음을 이해했는지 껌벅이기도 했지만, 우리는 풍선 강아지를 위해 무언가를 해줄 수 있어요. 그건 풍선 강아지를 개량하거나 그에게 더 나은 미래를 마련하려는 의도는 아니지만요. 그러나 너는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지 않는 사람. 늘 아무도 모르게 미래를 찾아오는 사람. 


  해변은 알로하 댄서가 되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가득했다. 댄서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숙달해야 할까요. 너는 오랜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들이 알로하 댄서가 될 수 없음을 알았어요. 니하우섬은 싱클레어*가 지은 섬. 싱클레어는 로빈스를 낳았대. 로빈스는 당연히 로빈스를 낳았고, 로빈스가 낳은 어떤 로맨스는 그들의 조상인 싱클레어를 기리며 꽃가루를 뿌렸대. 꽃가루는 짐짓 살아있지 않은 것으로 보였지만, 싱클레어가 로빈스를 창시했던 것처럼 온 땅에, 유수풀에, 껌벅이는 모니터에, 해변에 모인 많은 알로하 댄서(실패 예정) 지망생의 치마폭에, 그러니까 올림픽 때문에 우리나라에 비둘기가 많이 사는 것처럼 말이야. 봄이 오고 봄이 가고 봄이 오고 봄이 가는 정동


  알로하 댄서 지망생들은 바다를 향해 달렸다. 너는 손을 뻗어 그들에게 가지 말라고 망연히 소리쳤다. 시스템은 우리가 최초에 상상한 첫 번째 버전을 자동 릴에 칭칭 감기 시작했다. 네가 당황한 사이에 나는 풍선 강아지를 놓친다. 풍선 강아지는 난바다를 향해 두둥실


  다시 암전.


  우리는 어둠 속에서 손을 휘젓는다. 봉이 손끝에 닿는다. 끈적하고 아름다운 봉 위로 꽃가루가 덕지덕지 붙는다. 폭죽 터지는 소리. 그리고 우리가 시험하지 못한 유일한 미래로부터 박수 소리가 들려온다. 너는 어리둥절하다. 나는 어리둥절하다.


  우리는 그저 유일한 서로를 찾으려 했을 뿐인데



* 싱클레어의 후손인 로빈스 성을 가진 사람들과 니하우인들만 니하우섬에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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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무이기 위해 잠시 유였던

무이기 위해 잠시 유였던 최필립 미드나잇―꿈과 품과 우리가 머물 태양의 창―영원한 공허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동화책을 덮은 엄마의 목소리는 결연했지. 눈 내리는 밤에. 너는 동화가 끝났으니 곧 잠이 들겠지만, 꿈에서도 엄마는 계속 이야기하고 있을 거야. 그리고 엄마가 사라진 아침에, 그 태양의 창을 넘어 마지막 썰매를 타러 갈 때에. 그러니까, 영원히 끝나지 않는 공허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흰 베개 위에 폭설이 나려 진정한 순백이 될 때까지. 커튼을 내리는 손길. 시간이 지나고 이어 커튼을 올리는 손길. 커튼을 내리면 여기가 안이 되는가. 올리면 밖이 되는 걸까. 빛이 있고 없고와 0과 1. 올라간 커튼과 내려간 커튼의 이분법. 상상해 봅시다. 방에 은박 돗자리를 깔고 도도와 스미스와 마루를 초대해 쿠바 샌드위치를 베어 물면요. 도도는 뱀파이어다. 도도는 그래서 미드나잇을 사랑해. 도도는 가끔 스미스와 데면데면해. 그래서 마루, 엄마는 왜 영원한 공허에 대해 말했을까요. 마루는 샌드위치를 질겅질겅 씹으며 창밖을 가리킨다. 빛이, 빛이 들어온다. 도도, 위험해! 뱀파이어 도도는 이 시에서만 뱀파이어라는 설정. 도도는 뱀파이어거나, 뱀파이어를 연기하는 곰인형입니다. 그래서 그 소풍은 어떻게 파했던가. 미드나잇, 커튼을 올리는 손길. 여기는 세인트 패러노이아의 아무도 없는 숲, 혹은 암실. 너는 엄마가 타고 간 로즈버드에 대해 조사한다. 무이기 위해 잠시 유였던. 로즈버드의 연속 사진은 어떤 장소와도 관련이 없었고, 너는 실망하다. 하지만 뱀파이어는 미드나잇을 (여전히) 사랑해. 너는 대신 로즈버드의 설계도를 정확히 반으로 접어 나뭇잎 한 장을 끼워 넣는다. 이따금 새벽, 햇빛, 다른 이름은 영원한 공허. 커튼이 없는 정글에서 너는 깨어난다. 잘 말린 로즈버드의 연속사진, 사이코패스 벌목꾼에게 머리가 베인 채 나란히 앉아 있는 도도, 스미스, 그리고 마루. 너는 타오르는 심장을 바라보며 실소를 짓는다. 눈밭 위에 붉게 스며든 소풍 친구들의 피. 너는 눈물 한 방울 글썽이며 입을 연다. 도도, 스미스, 마루, 그리고 여전히 꿈속에서 같은 동화를 반복해서 읽고 있을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은 반쯤은 거짓말. 나는 당신을 생득적으로 사랑했답니다. 비로소 너는 거울을 이해한다. 로즈버드를 이해하고, 커튼을 내리고 올리는 손길에 대해. 엄마가 잠들고 나서도 한참을 읽어준 동화에 대해. 아마도, 그건 이 빌어먹을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내린 최종의 결정일지도 모른다고.

  • 최필립
  • 202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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