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이기 위해 잠시 유였던
- 작성일 202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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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이기 위해 잠시 유였던
최필립
미드나잇―꿈과 품과 우리가 머물 태양의 창―영원한 공허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동화책을 덮은 엄마의 목소리는 결연했지. 눈 내리는 밤에. 너는 동화가 끝났으니 곧 잠이 들겠지만, 꿈에서도 엄마는 계속 이야기하고 있을 거야. 그리고 엄마가 사라진 아침에, 그 태양의 창을 넘어 마지막 썰매를 타러 갈 때에. 그러니까, 영원히 끝나지 않는 공허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흰 베개 위에 폭설이 나려 진정한 순백이 될 때까지.
커튼을 내리는 손길. 시간이 지나고 이어 커튼을 올리는 손길. 커튼을 내리면 여기가 안이 되는가. 올리면 밖이 되는 걸까. 빛이 있고 없고와 0과 1. 올라간 커튼과 내려간 커튼의 이분법.
상상해 봅시다. 방에 은박 돗자리를 깔고 도도와 스미스와 마루를 초대해 쿠바 샌드위치를 베어 물면요. 도도는 뱀파이어다. 도도는 그래서 미드나잇을 사랑해. 도도는 가끔 스미스와 데면데면해. 그래서 마루, 엄마는 왜 영원한 공허에 대해 말했을까요. 마루는 샌드위치를 질겅질겅 씹으며 창밖을 가리킨다. 빛이, 빛이 들어온다. 도도, 위험해! 뱀파이어 도도는 이 시에서만 뱀파이어라는 설정. 도도는 뱀파이어거나, 뱀파이어를 연기하는 곰인형입니다. 그래서 그 소풍은 어떻게 파했던가.
미드나잇, 커튼을 올리는 손길. 여기는 세인트 패러노이아의 아무도 없는 숲, 혹은 암실. 너는 엄마가 타고 간 로즈버드에 대해 조사한다. 무이기 위해 잠시 유였던. 로즈버드의 연속 사진은 어떤 장소와도 관련이 없었고, 너는 실망하다. 하지만 뱀파이어는 미드나잇을 (여전히) 사랑해. 너는 대신 로즈버드의 설계도를 정확히 반으로 접어 나뭇잎 한 장을 끼워 넣는다.
이따금 새벽, 햇빛, 다른 이름은 영원한 공허. 커튼이 없는 정글에서 너는 깨어난다. 잘 말린 로즈버드의 연속사진, 사이코패스 벌목꾼에게 머리가 베인 채 나란히 앉아 있는 도도, 스미스, 그리고 마루. 너는 타오르는 심장을 바라보며 실소를 짓는다. 눈밭 위에 붉게 스며든 소풍 친구들의 피. 너는 눈물 한 방울 글썽이며 입을 연다.
도도, 스미스, 마루, 그리고 여전히 꿈속에서 같은 동화를 반복해서 읽고 있을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은 반쯤은 거짓말. 나는 당신을 생득적으로 사랑했답니다.
비로소 너는 거울을 이해한다. 로즈버드를 이해하고, 커튼을 내리고 올리는 손길에 대해. 엄마가 잠들고 나서도 한참을 읽어준 동화에 대해. 아마도, 그건 이 빌어먹을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내린 최종의 결정일지도 모른다고.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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