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내기
- 작성일 2024-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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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워내기
차유오
오래된 물건에서는 비린내가 난다
목이 잘린 뒤에도 목걸이를 건 귀신을 보며 생각했다
깨지기 쉬운 것을 사랑했지 깨지는 순간이 되면 온몸을 다해 조각나는 광경을 더는 손에 쥘 수 없는 작은 유리컵과 이어 붙일 수 없는 뾰족함
빽빽하게 솟은 수풀 속에 숨어 하루를 보내는 동물들과 사람의 몸을 한순간에 먹어치우는 동물들 도망가는 동물을 쫓는 사냥꾼들
지옥이란 건 몸을 가진 존재들의 공간이야
몸이 사라지면 다음도 없어
나는 속을 갈라낸다
활활 타서 사라지거나
아무것도 없는 몸 중에
하나를 택하는 방식으로
내장 속에는 전부 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기억, 소화되지 않은 슬픔, 내 것이 아니라고 믿었던 기쁨이 있다 비워 둔 내장이 구석에 쌓여 가고 내장과 내장이 쌓여 몸보다 커져 가는 것을 본다
안에 남은 게 없을 때까지
비워내고 비워낸다
무엇도 나를 인식하지 못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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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시
관찰관찰 차유오 축소된 사과나무. 유리병 안에서 기울기 시작합니다. 일정한 간격을 둔 사과나무들이 간격을 허물며 서로에게 가까워집니다. 수평을 맞추기 위해 그곳에 지지대를 받칩니다. 사과나무는 바로 세워지지만 감당할 수 없을 때마다 다시 기울어질 것입니다. 사과나무에는 각자의 이름이 있었습니다. 이름이 생기자 그들에게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어떤 사과나무는 너무 많은 사과를 견디다 쓰러져 버리고, 어떤 사과나무는 사과를 자신에게서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버리면 사라지는 줄 아는 인간들처럼. 자신이 만들었지만 자신의 것인 적 없던 사과를 떨어트립니다. 폭설처럼 바닥에는 사과들이 하나둘 쌓여 갑니다. 차가운 손가락으로 썩은 사과를 꺼내 먹습니다. 불타버린 짐승의 몸에서 적당히 익은 부분을 발견하는 인간의 모습으로. 무심코 집어 든 사과를 들여다봅니다. 자신이 파먹은 구멍 속에 숨어 있다 끝내 죽어버린 벌레가 그곳에 있습니다. 징그럽고 슬픈 벌레. 자꾸만 죽어버리는 벌레. 입을 열면 그런 벌레들이, 이름이 생긴 사과들이 튀어나올 것 같습니다. 썩은 채로 영영 자라나던 사과나무들이 그것을 바라볼 것 같습니다. 축소된 사과는 뼈처럼 단단하지만 입안에서 살처럼 말랑해집니다. 썩은 부분이 가장자리를 썩게 만들 때까지 유리병 밖의 인간들은 썩은 사과의 맛을 알지 못하고. 반쯤 그을린 얼굴로 사과의 썩은 맛과 썩은 사과의 맛에 대해 생각합니다. 소진되지 않고 계속해서 생겨나는 사과에 대해.
- 차유오
- 2024-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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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고 복잡한 형태의 세계단순하고 복잡한 형태의 세계 차유오 레고에게 힘을 준다 서로 붙잡고 있어야 무너지지 않는 그건 단단한 형태의 사랑이라고 불러도 좋겠다 사람은 손을 잡아도 하나의 손이 될 수 없는데 함께한 적 없는 것처럼 잘못 끼운 레고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잘못된 건지 처음이 어딘지도 모르면서 처음부터 다시 해야겠다고 말한다 레고를 무너트리면 쌓아 올린 마음까지 무너져 버리고 떨어진 레고를 하나씩 집는 아이 어떻게 해보겠다는 듯이 무너트리고 쌓는 일을 반복하면서 무너지는 것에 익숙해지는 아이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 차유오
- 20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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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플리퍼하우스 플리퍼 차유오 귀신이 사는 집은 낮은 가격으로 인수할 수 있다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것을 알게 된 뒤로 더는 귀신이 무섭지 않다 오래된 가구들을 버리자 빈 곳에는 우울함이 내려앉고 우울함은 감점 요인이다 열리지 않는 문은 열리지 않는 상태로 두었으면 좋겠다 열쇠 같은 건 재미없으니까 혼자서 외로움을 치료하던 귀신을 쫓아낸다 바닥을 돌아다니던 바퀴벌레는 청소기에게 잡아먹히고 차례로 돌아가는 바퀴벌레는 죽지 않고 계속해서 돌아갈 뿐이다 더러워진 벽지를 페인트로 칠한다 슬리피 블루라는 색을 졸린 우울함이라고 읽고 싶다 깨끗한 집은 외로움을 모르고 집의 구매자는 집이 깨끗해졌다고 믿는다 깨끗해진 집은 두 배의 가격으로 팔 수 있다
- 차유오
- 2020-07-01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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