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네-파!
- 작성일 2026-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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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네-파!
김해솔
영상은 두 컷으로 분리된 채 서로 다른 두 사건이 동시에 상영되고 있었다. 좌측에서 상영되는 일은 내가 본 적 있는 일을 각색한 일처럼 보였고 우측에서 상영되는 일은 내가 본 적 없고 이후에도 볼 일 없는 일처럼 보였다. 좌측의 영상을 편집하며 나는 중얼거렸다. “이제 정말 끝이다.” 이후 내가 기록할 일은 우측의 영상에서 벌어진 일이다. 우측의 영상 속 인간1은 사과를 줍고 있었다. 운동장에서, 인간2에게 사과를 주고 있었다. 사과를 받고 인간2는 웃었다. “이건 사과가 아니라 모래잖아?” 중얼거리면서. 인간1은 울었고. 그러자 난데없이 몰아치는 모래 폭풍, 에 휩싸인 인간1과 인간2를 내가 편집하고 있던 그때, 인간3이 등장했다. 인간3은 인간2를 향해 팔을 쭉 뻗었다. 뻗고, 말했다. “레네-파!” 그러자 인간3의 손바닥에서 공기파 같은 게 튀어나왔다. 나는 인간3을 흉내 내며 말했다. “레네-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영상 속에서, 인간1은 인간2에게 말했다. “넌 왜 네가 보고 싶은 것만 봐?” 나는 손바닥을 폈다. 말했다. “레네-파!” 여전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았지만 손바닥이 부풀어 오르는 게 느껴졌다. 그러자 지금까지 내가 보고 있던 장면들이 사라졌고, 분리되어 있던 두 영상이 하나로 통합되며 모니터를 통해 메일을 확인하고 있는 당신이 보였다. 메일의 첫 문장은 다음과 같다. “너무 빨리 포기한 인간은 다시 그 공간으로 돌아간다.” 당신이 메일에 답장을 쓰려던 찰나, 문자 한 통이 내게 도착했다. 기다리고 있겠다고, 지하 3층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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