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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을 시도하다가 쓰는 시

  • 작성일 2026-03-01

   명상을 시도하다가 쓰는 시


여한솔


   제목을 명상 앞에서

   라고 하려다 아니지 그건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은 것 같으니 지운다. 유튜브와 검색창에 명상하는 방법을 치는 동안 나는 조금 더 늙고 말았네. 명상은 하지 못한 채 젊음이 다 갔다. 늙음도 가는 중이다. 요가 선생과 심리학자가 등장해 명상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알려 주지만 나는 티끌처럼 작은 상상에도 날아가고 만다. 적절한 슬픔이란 참 요란하다. 담요 위에서 단아해진 나는 명상에 대한 시작과 과정과 결론이 담긴 제목을 붙인다. 비로소 시를 쓰는 새벽이 있다. 기쁘게도 실패한 명상은 어떤 비유도 할 수 없구나. 명상을 위해 떠올렸던 진녹색 산 두 덩어리. 강물을 따라가는 메아리. 계절이 바뀌어 설산이 되는 광경이 있었는데 한 스님이 와서는 얘 그건 명상이 아니다 망상이다, 한다. 그렇지 나는 행운동의 한 건물 안에 앉아 이 느리고 따끈한 방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망상을 했더라지. 나는 새가 되고 서늘한 폭포가 되고 나비의 눈이 되어 조용히··· 세상을 내려다보는데 기척도 없이 현관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봄바람과 친구들. 나는 동요하지 않고 머릿속에 무작위의 산을 늘린다. 나무 심기 나무 심기. 느티나무 벚나무. 한 아름 향기로운 사과꽃. 조금씩 피고 있는데 친구들 뒤로 어린 강아지와 고양이, 북금곰과 거북이 줄줄이 따라 들어온다. 쉴 틈 없이 들이치는 친구들. 빌라의 복도를 채우는 종이 가루 꽃가루. 금방이라도 내 집이 터질 것 같다. 숲 생각 숲 생각. 평화로운 숲 생각. 이글대는 숲 생각. 그 애들이 모닥불처럼 춤을 추는 것을 느낀다. 하모니카를 불고 작은 북을 두드리며 집안을 빙빙 맴돌지만 나는 명상을 하느라 가만히 눈을 감고 있을 뿐이다. 물을 마시러 온 서퍼와 제철 채소를 담아 온 농부가 좁은 집에 자리를 잡네. 어림없지. 바닥을 울리는 진동에도 나는 흔들림이 없지. 책장의 책들을 모조리 떨어트린 소리에 나는 잠시 놀랐지만 코알라 한 마리가 식물도감을 펼칠 때도, 그 안의 조각목을 꺼내 먹을 때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포개 놓은 두 손바닥 위로 작은 새가 누워 잠잘 때 친구들은 나를 찰칵찰칵 찍어 대고 있지만, 애들아 나는 극야로 가는 중이다. 야트막한 눈꺼풀 너머 내가 아는 사물들이 넘실거린다. 그걸 쥐고 싶다는 상상을 지운다. 지운다. 엎질러진 우유. 책장에서 떨어진 해양도감이 펼쳐졌을 때 머릿속으로 커다란 잇자국이 피어올랐다. 그런 거 나도 있었어. 바다에 서식하는 생물처럼 나는 물길 같은 사람 속을 가로지른 적 있다. 그게 나의 일인 줄 알았다. 나는 자주 너덜거렸다. 무너지는 몸. 기울어지는 밤.

   명상은 깨끗한 풍경으로 시작됐었다. 그걸 조금씩 망가뜨리는 나도 그 안에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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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한솔
  • 2026-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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