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異世界)
- 작성일 2026-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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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異世界)
김호애
우리 샴쌍둥이 하자
등을 맞댄 모양 말고
바라보고 안은 모양으로
해달라고 조르는 연인과 사랑이면
까짓것 무엇이든 되어줄 수 있지
이 세계 안에서
팔 아래 팔
배꼽 아래 배꼽
정강이 길이는 다르지만
왜인지 무릎이 맞닿는 느낌
빗장을 걸면 여기까지가 나의 땅 나의 몸
나의 손은 밥을 짓고
야채를 써는 너의 손
잘린 단면은 같은 색을 띤다
칼날에 비친 너와 나처럼
공유한 숟가락에 담긴 푹 익은 주말
네가 꼭꼭 씹어 삼키는 걸 바라보면 꿈틀
들썩이기 시작하는 건 내 소화기관이고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는 건 이런 기분이로군
배 두드리고 있으면 빼꼼 고개 내민 네가 말하지
우리 이제 분리할까?
세계를 다 덮을 만큼 커다란 이불을 덮고
홀쭉한 낮잠을 잔다
자고 깨도 여전히 한낮
네 등에 새겨진 흉터는 접혔던 자국 같네
내 것과는 다른 모양을 구경하다가
갈라졌던 살갗이 아물기 전에
다른 방향으로 뒤엉킬 준비
2는 가장 작은 불가촉수*
만질 수 없는 숫자래
둘은 다시 하나로
그렇게 하나 하나 둘
쪼개졌던 두 낮의 끝
한밤이 올 때까지
*) Untouchable number. 수학자 에르되시 팔에 의해 만들어진 개념. 자연수의 진약수의 합으로 도달할 수 없는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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