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도 얼굴이 있다면 나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 작성일 2026-07-01
- 댓글수 1
사랑에도 얼굴이 있다면 나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안지은
노을 지는 강변을 걷는다 각자의 보폭으로
네가 한 발짝 걸을 때 나는 두 발짝 걸어야 해
함께 걷고 싶으니까
기꺼이 두 발짝
너와 나는 애인이지만 우리가 될 수 없고
평온한 너와 숨이 차오르는 나
벤치에 좀 앉을래?
앉는 것은 나 혼자
너는 내 앞에 서서 나를 빤히 바라본다
너와 눈을 맞추며 숨을 고르는데
샐쭉 웃는 너
왜 웃어?
너 따라 한 건데
널 바라볼 때의 내 표정을 나는 모르니까
네가 내 표정을 따라 해도 그것은 너의 것
강변에는 뛰는 사람들이 많고
내게 등을 돌려
어딘가를 응시하는 너
너의 표정을 보지 않아도 나는 알 수 있어
그게 바라보는 사람의 특권이니까
해가 질 때 가장 길어지는 그림자
너는 신발 끈을 묶다 나를 흘깃 보고선
안녕
짧은 인사
인사는 내게 그림자를 남기고
너는 안녕히 달린다
그림자를
뒤를
나를
모르는 사람처럼
내가 모르는 나의 표정은 너의 것
네가 사라진 방향으로 걷는다
너는 내가 끝끝내 알지 못하는 나의 표정을 알고 있을까
달리는 사람은 너인데
여전히 숨이 가쁜 건 나
나에게 우리는 너무 자주 우리여서
두 눈을 감는다
맹신은 얼마나 허약한지
누군가 내 어깨를 툭 치면
나는 감은 눈으로도 울 줄 아는 사람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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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건
시인의 시가 참 좋습니다. 장면 장면 그리며 언어를 따라가다 한편의 드라마를 본듯 깊은 여운이 남습니다. 최고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