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품
- 작성일 2026-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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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품
한명원
집에 낡은 호미 하나가 있다 그것을 볼 때마다 뿌리가 나를 잡아당기는 것 같아 시골 밭으로 향한다
마을 입구에 흰 수건이 나풀거리고 집들이 물방울무늬의 몸빼 바지처럼 보인다 겨우내 딱딱해진 땅을 톡톡 두드리면 쩍쩍 갈라졌다 솎아내고 씨를 뿌리다 잡초가 자라면 한 손에 잡초를 뿌리째 뽑아 어깨를 들썩이며 엉덩이를 씰룩거리던 어머니가 생각났다 꼬불꼬불한 이랑을 호미가 만지면 곡식은 잘 자랐다
곡식마다 습성이 달라 여름 내내 호미는 쉴 수가 없었다 잡초의 뿌리를 향한 집착은 손에 힘을 빼고 리듬을 타야 하기에 목소리가 쉴 때까지 노랫가락이 밭고랑에 머물렀다 호미 끝에서 계절을 들었다 놓았다 했다
이제는 노을 속으로 사라진 호미
밭에는 키 큰 잡초만 무성하다
봄이 되면 나는 호미 닦는 버릇이 생겼다
내 머릿속 잡초를 뽑고 솎아내고 북 두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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