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집
- 작성일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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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집
이연숙
서까래는 알고 있었다, 김 노인의 흩어진 호흡을.
김 노인의 손은 안노인을 불러내지 못하고 떨어졌다.
그들은 이 집에 오래 살았고. 노인이 기억하기론 그랬다. 나쁘지 않은 생이었다. 우물의 물은 맑았고 오래 가물던 해에도 쉬이 바닥을 보여주지 않았다. 마을의 누군가는 죽었고 아이들은 자라 성큼성큼 다리를 건너갔고 돌아오지 않았다.
오래된 집의 입장에서는 이해되지 못할 일은 없었다. 자연의 순환. 나무의 잎사귀는 떨어지고 새 움은 여지없이 같은 자리에 돋아났다. 스스로 그러한 것들. 가득 채워진 집 뒤 물항아리처럼, 오래된 집도 사람들로 어수선하게 들고 났다. 김 노인이 떠나자 몇 해 지나지 않아 안노인도 그 길을 따라갔다. 아무도 그들이 간 곳을 묻지 않았다. 수년 동안 새들은 서까래 위에 앉아 그들의 행보를 궁금해했다. 새들은 서까래 한 귀퉁이에 알을 낳고 세대를 이어갔다. 그리고 그들에 대해서 자연스레 잊었다.
어느 날 한가한 구름이 집을 내려다보던 날, 한 부부가 찾아와 안마당 툇마루에 앉아 오래도록 숲을 보며 말없이 있을 때 집은 알았다. 저들이 곧 이곳에 둥지를 틀겠구나. 새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뒷산 지절대던 새들은 밤이 숲에서 내려오자 오래된 습관처럼 처마 밑을 파고들며 익숙한 흙집 냄새에 잠을 청했다. 그들은 모두 오래오래 살았다.
서까래가 모두의 아버지처럼 든든하게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동안에
그들은 모두 자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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