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
- 작성일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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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
김유자
빛이 나뭇잎들을 검게 그릴 때
움찔움찔하는 벽
나는 손을 들어 벽에 개를 만든다
개가 입 벌리자 내가 짖는다
토끼를 만든다 귀가 쫑긋거린다
새를 만든다
날개를 펴고,
새는 날아가고
온몸을 더듬어 빛은
나를 그린다
발밑으로 흘러내리는 빛의 생각
빛의 우울
빛의 넘침
검은 물감을 빛은
얼마만큼 풀어놓았나
개 개구리 코끼리들의 우리 같은
눈 코 입 없이 일렁이는
근육덩어리 같은
주름살투성이 같기도 한
점점 커지는 물체를 바라본다
사람에게서 벗어난
둥근 부분에 몇 가닥 파닥이는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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