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섭을 만나다
- 작성일 2021-05-01
- 댓글수 0
중섭을 만나다
손세실리아
이중섭을 만났다
흰자위 뒤집히고 상기된 사람 얼굴에
주요 부위를 거친 붓으로 표시한
황소 몸뚱이지만 한눈에 알아봤다
생전엔 괄시하던 자들이 반세기도 지나기도 전 돌변해 현대미술사의 걸작 운운해 가며 살점과 뼈는 물론이고 터럭 한 가닥까지 바르고 잘라 팔아먹고 그것만으론 성에 차지 않는지 숫제 대놓고 가난과 이별과 행려병자로 처리될 뻔한 최후까지 호당 값에 얹어 부풀리자 골이 난 거다 돌진해 들이받고 싶은 거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그림으로 뽑힌 흰 소만 해도 수십억을 호가하고 하다못해 곁다리로 등장하는 까마귀와 게와 복숭아도 수천일 텐데 정작 중섭 수중엔 그때나 지금이나 화구와 아내의 폐결핵약과 아이에게 약속한 세발자전거를 살 단돈 몇 만 원 현해탄을 건널 여비 기십만 원이 없으니 왜 아니겠나
화가의 비운까지 환대하는
미친 세상을 향해 빅엿을 날린
소듕섭 *에서
중섭이 소 울음 토하며 달려 나왔다
* 홍성담의 그림 제목
추천 콘텐츠
문장웹진 시
누나라는 말누나라는 말 손세실리아 밥 한번 먹잘 때마다 미적거렸더니 아예 예약 일시를 못박고 나선 후배의 메시지에 두말 않고 나가 늙은 조리장의 농익은 손맛과 끝 모를 정담을 향유 중인데 반으로 접힌 봉투를 불쑥 내민다 역병 와중이라지만 모친의 빈소에 못 간 게 내내 걸렸다며 누나, 로 시작해 고통도 애도도 시와 함께하길 바란다는 당부 편지와 신권이 들어 있다 용돈은 더 늙으면 받겠다며 물리치자 시선을 창밖으로 향하더니 누나, 그때는 그때고요 눈이 오네요 올해는 풍년일 거 같아요 누나도 천둥벌거숭이처럼 살아도 상심할 이 없어진 고아에게 자꾸만 누나, 누나, 하고 불러 오래 울지도 크게 아프지도 말라 단속하고 다짐시키는 전생의 육친과 마주한 날 대설주의보가 발효됐다 그래그래 어거리풍년 들겠다 아우도
- 2021-05-26
문장웹진 시
문전성시문전성시 손세실리아 해안가 마을길에 찻집을 차린 지 달포 발길 뜸하리란 예상 뒤엎고 성업이다 좀먹어 심하게 얽은 싸리나무 탁자 마당 정중앙에 버텨 앉은 맷돌상 바다정원의 화산암 테이블 좀처럼 빌 틈 없다 만석이다 기별 없는 당신을 대신해 떼로 몰려와 종일 죽치다 가는 눈먼 보리숭어 귀 밝은 방게 아기 보말 남방노랑나비
- 2011-07-01
문장웹진 시
가시 돋친 말가시 돋친 말 손세실리아 사막에서 수백 년을 산다는 연성각 선인장 전시관에 옮겨와 수난입니다 연인들이 남기고 간 사랑의 서약 4각의 릉면마다 빡빡한데요 공들인 구애일수록 치명적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음을 나로 인하여 오래 울음 우는 이 있음을 병세 위중한 사막나무에게서 배웁니다
- 2008-04-30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선택하신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댓글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