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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라는 말

  • 작성일 2021-05-26

누나라는 말

손세실리아

밥 한번 먹잘 때마다 미적거렸더니
아예 예약 일시를 못박고 나선
후배의 메시지에 두말 않고 나가
늙은 조리장의 농익은 손맛과
끝 모를 정담을 향유 중인데
반으로 접힌 봉투를 불쑥 내민다
역병 와중이라지만
모친의 빈소에 못 간 게 내내 걸렸다며
누나, 로 시작해
고통도 애도도 시와 함께하길 바란다는
당부 편지와 신권이 들어 있다
용돈은 더 늙으면 받겠다며 물리치자
시선을 창밖으로 향하더니
누나, 그때는 그때고요 눈이 오네요
올해는 풍년일 거 같아요 누나도

천둥벌거숭이처럼 살아도
상심할 이 없어진 고아에게
자꾸만 누나, 누나, 하고 불러
오래 울지도 크게 아프지도 말라
단속하고 다짐시키는
전생의 육친과 마주한 날
대설주의보가 발효됐다 그래그래
어거리풍년 들겠다 아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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