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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

  • 작성일 2009-01-29

내 이름

이경교


자, 이번엔 내가 너에게 편지를 쓴다, 이름을 뺀다············ 너는 기억이 떨구는 꽃잎들을 아득히 바라볼 테지, 그만두렴, 이름은 차라리 구름기둥, <말은 개다*> 나는 풀꽃, 쇠못, 지렁이다 <나는 그들이다**> 어떠냐? 너는 지워진 이름 너머로 살별이 긋고 간 하늘, 할퀸 자국을 보고 있을까, 아니야, 벌떼처럼 몰려오는 눈발을 떠올릴 테지············ 그럼 그 익명 위에 그것들을 가만히 올려놓으렴············ 살별 자국, 눈발의 벌떼············ 또는 하늘 응달에 핀 무지개············ 그게 내 이름이다


 

이름이 사라진 자리마다 열매가 익는다, 꽃씨를 터뜨리는 저 풀꽃들············ 내 이름이 사방으로 튄다 이럴 때 은닉은 죄가 아니라 확장이다, 너도 보고 있니?


 

 


* 惠子


** 우파니샤드. I am it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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