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설계 - 우리는 집을 짓고 그 안엔 사람이 살고
- 작성일 2025-10-01
- 댓글수 0
[문장서포터즈]
미래 설계 - 우리는 집을 짓고 그 안엔 사람이 살고
- 《문장웹진》 다시 읽기
문장 서포터즈 2기 김성호
설계를 한다는 것은 무언가를 만들거나 짓기 위해서다. 2024년, 작년에 기획 연속좌담으로 진행되었던 ‘창작, 노동: 4차〈대학(원)생 작가들의 미래 설계〉’를 다시 읽자는 취지에서 특별한 형태랄 것 없는 이 ‘대화’가 이루어졌다. 대화는 1년 반 전의 좌담에서 이루어졌던 미래 설계를 돌아보고, 2025년 대학생 작가의 현재는 어떠한지 톺아 보려는 데 목적이 있다. 설계를 했다면 그것을 바탕으로 지어진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나는 그것을 ‘집’이라 명명하고, 그 집 안에 어떠한 사람이 살고 있는지 살펴보려 한다.
2024년 《시와산문》 문예지 시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등단했고, 올해 여름 첫 시집 『네가 오렌지를 먹는 동안 나는 시집을 읽었다』(달아실 출판사)를 펴냈으며 현재 대학 재학 중인 임수민 시인과 함께 대화를 시작했다.

김성호(이하 김): 오늘 인터뷰일로부터 2학기 개강이 얼마 남지 않은 듯해요. 작년 여름에 시인으로 등단하시고 나서 올해 여름 첫 시집을 펴내셨는데, 1년간 집필 활동에 학부 생활에 많이 바쁘셨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무얼 하고 계시나요?
임수민(이하 임): 첫 시집을 출간하고 나서 두 번째 시집을 바로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새 시편 원고를 투고했는데, 좋은 기회로 계약이 되어서 준비하는 중입니다.
김: 오, 바로 두 번째 시집이라니. 활동이 왕성하시네요. 개강을 앞둔 소감은 어떠신가요? 개강을 앞둔 건 저도 마찬가지지만(웃음). 저와 같은 문예창작과이기도 하니까요.
임: 창작 수업이 많아서 잘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조금 있고, 학점을 잘 받아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어요. 학교생활과 집필 작업을 같이 잘 병행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고요. 성호 님은 방학 때 무얼 하셨는지 궁금하네요.
김: 저는 일단 종강날 교수님의 조언대로 전작주의자가 돼서 한 작가를 좀 깊게 파 보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빠지게 된 작가가 2018년 타계한 미국 소설가 필립 로스예요. 단편소설도 세 편 정도 썼습니다. 곧 신춘문예와 공모전 시즌이기도 하니까요. 그러고 보면 수민 님은 등단에 대한 압박에서 조금 벗어나 있으신 것 같아 부럽기도 해요. 아니면 제가 모르는 다른 고충이 있을까요?
임: 등단을 했지만, 작은 곳에서 등단했기 때문에 작품 청탁이나 시집 출간, 홍보에 관련해 조금 어려움이 있어요. 예를 들어 ‘대학생’이라서 원고료를 제대로 못 받는다거나, 저를 알리는 데 많은 기회가 없다거나. 아까 한 작가를 팠다고 하셨는데, 어떤가요? 확실히 글쓰기에 도움이 되나요?
김: 한 작가에 빠져서 읽는다는 건 일종의 ‘사랑’의 형태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사랑의 대상이 작가든 작품이든 간에 느끼는 감정이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확실히 ‘학생’이라는 신분과 ‘작가’라는 신분이 충동했을 때 발생하는 지점이 있는 듯해요.
좌담에서는 개회를 비롯해 문학을 시작하게 된 계기나 일상적 삶을 다룬 ‘글과 삶’, 글을 쓰는 삶의 어두운 이면, 그리고 현실적 어려움을 얘기한 ‘벽’, 미래 설계라는 기획 주제와 맞닿아있는 개인적 노력의 이야기, 그리고 그럼에도 쓰는 이유를 담은 ‘선택과 집중’, 이렇게 세 가지 꼭지로 얘기가 진행되는데요. 작가 지망생이든 작가든, 글을 쓰는 누구든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넘쳐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와 지금, 대학생 작가로서 달라진 게 있다고 느끼시나요? 아니면 좌담의 내용에서 나오지 않은 다른 점이 있을 수도 있겠어요.
임: 달라진 건 거의 없다고 생각해요. 합평 때 똑같이 칭찬받고 지적받고‧‧‧. 근데 등단을 했든 안 했든, 학우들이나 교수님이 제가 등단한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등단 전후가 크게 달라진 건 없는 느낌이에요.
김: 등단 사실을 알리지 않은 이유가 있을까요? 알리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모두 장단점이 있겠지만요.
임: 학교 특성상 메이저 문예지로 등단하면 직접 알리지 않아도 현수막을 걸어서 학교 측에서 알고 알린다든가 하잖아요? 근데 저는 작은 곳이고요. 예를 들어 지역 문예지로 등단했지만 중앙이나 메이저 문예지에 등단한 학생처럼 현수막에 실리지 못하는 경우도 봤어요(웃음). 여러모로 알려 봤자 이점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어디로’ 등단했냐, 그 출신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에요.
김: 그러니까 고등학교로 치면 어느 대학을 갔다, 인서울을 했다, 안 했다 그런 느낌의 차이로군요. 사실 등단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은 등단 출신지를 굉장히 예민하게 따지기도 하면서 일종의 압박감, 조급함도 많이 느끼잖아요? 수민 님이 동료나 후배들한테 그런 면에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얘기해 주실 수 있나요?
임: 마음 같아서는 쓰고 싶은 글,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면서 등단이나 출신에 목매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잖아요? 출판사를 보고, 등단 출신지를 보니까요. 그렇지만 요즘은 좀 달라진 것 같아요. 독립 출판이나 출판사 투고가 예전보다 더 활발해진 듯해요. 다른 거 다 배제하고 원고로만 평가받아 출간하는 미등단 작가들도 많아졌죠.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등단 스트레스를 아예 안 받을 순 없겠지만 활로가 더 늘어나는 만큼 다양한 방향과 길을 모색하면 좋겠다는 겁니다.
김: 그렇군요. 그럼 본격적으로 2024년 좌담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요? 읽으면서 어떠셨나요? 그때 좌담의 제목은 창작 노동과 관련한 대학생 작가들의 미래 설계였는데요. 그 내용은 등단 및 미등단 대학생 작가들이 모여서 서로의 ‘문학적 삶’, ‘글쓰기’, 그리고 그것을 영위하기 위한 전반적인 과정들을 담고 있죠. 먼저 제가 이걸 다시 읽기 콘텐츠로 뽑은 이유는 간단해요. 저와 같은 또래나 동료들의 글쓰기를 포함한 상황과 처지가 궁금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미래 설계’라는 표현에 끌렸거든요. 미래는 미래로만 막연히 생각했지, 구체적으로 설계라는 목적을 두고 생각하거나 이야기해 본 적은 거의 없는 듯해요. 수민 님은 인터뷰 제의를 들으셨을 때 어떠셨나요?
임: 저도 성호 님과 비슷한 입장이라 좌담 내용을 흥미롭게 몇 번이고 다시 읽었어요. 재밌기도 하고, 또래들의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들으니 위안도 되고요. 미래라는 게 워낙 막막하잖아요. 설계라는 표현을 붙여도 어느 정도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을 좀 더 구체화하는 이 대화에 참여하게 되어서 영광(?)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 약 2년 전의 좌담을 2025년 현재 다시 얘기하는 건 어떤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그간 많은 일들이 있었잖아요. 문학과 관련된 제도도 정치와 맞물려 바뀌고 없어지고 새로 생겨나기도 하고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도 있고, 대통령이 바뀐 게 제일 큰 사건이겠네요(웃음). 2년이라는 물리적, 현실적 시간이 어느 정도 그때와 달리 틀을 바꾼 건 확실하니까요. 지금도 아니라곤 말 못 하겠지만 그때는 대학생 작가를 포함한 모든 문학을 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위기였던 것 같아요. 위기라고 거창하게 말했지만 문학 예술인의 삶에 대한 제도의 미비, 현실적 제약, 그리고 어떤 문학의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라고 치죠.
임: 성호 님 말씀처럼 정말 2년 남짓한 시간 동안 많다면 많은 게 바뀌었어요. 현실도 그렇고, 저 자신도 그렇고. 중요한 건 그때 좌담에서 오갔던 말들, 대화가 지금도 유효한 부분이 크다는 거예요. 그런 점에서 지금 다시 읽는다는 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많지 않잖아요. 사적이고 개인적인 관계가 아닌 이상. 그런 자리를 문장 웹진이 기획해 마련해 주었다는 점에서 감사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김: 맞아요. 문학의 미래를 논하기 위한 이 시점에 가장 필요한 대화죠. 그럼 몇 가지 질문을 더 이어 나갈게요. 먼저 수민 님이 생각하기에 현재 상태나 상황, 신분에서 가장 막막했던 때가 있을까요? 현재 진행 중인 이 대화가 미래 설계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집이 만들어지고, 그 안에 사는 사람들 얘기거든요. 좌담하고 이어지기도 하고요. 우리가 아직 그 집을 꿈꾸거나 바라보기엔 이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머릿속으로 그리고 상상해 볼 순 있으니까요. 수민 님이 그 집에 사는 사람으로서 힘들었거나 외로웠던 순간을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임: 음, 글을 계속 써도 아무도 관심을 가져 주지 않는다는 불안감? 내가 글을 왜 쓰고 있지? 라는 회의감? 그런 것들도 자주 찾아왔어요. 무엇보다 글쓰기가 곧 나의 미래, 또는 밥벌이가 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으니까요. 미래를 생각해 보면, 결혼도 하고 가정도 꾸린다고 가정했을 때 경제적인 면이 받쳐 줘야 하잖아요. 그런데 글만 쓰다 보면 남들이 일하며 앞으로 나아갈 때 저 혼자 제자리에 머물러있지는 않을까 불안하기도 해요.
김: 그 불안감과 외로움, 회의감은 저도 많이 공감이 가요. 미래에 대한 부분도요. 글, 문학이란 게 결국 내가 좋아서, 나 스스로 원해서 하는 거지만 동시에 그에 대한 책임도 내가 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 책임이 문제죠(웃음). 동의하시나요?
임: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김: 결국 이 고민은 금수저가 아닌 이상, 벌어먹고 살아야 하는 평범한 처지인 이상 누구나 갖는 공통의 문제겠지요. 집이 지어졌다면 그 집을 수리해야 할 수도 있고, 때로는 이사를 가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 생기리라 생각해요. 또는 혼자 살지 않고 다른 동거인을 들일 수도 있고요. 이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수민 님이 집(그것이 문학이든지 문학적 삶이라든지)을 위해 포기하거나 얻고자 노력하신 게 있을까요?
임: 포기한 건 딱히 없는 듯해요. 글을 쓴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대도 없었고요. 더 자세하게 말하면, 처음엔 그저 막연히 글을 쓰고 싶다는 상태였어요. 그러다 대학 문예창작과가 있다는 걸 알았을 때 가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러기 위해 지난한 과정을 거쳤죠. 부모님이 일정 부분 지원도 해 주셨고요. 그런 생각은 들어요. 부모님이 지원을 일절 해 주지 않고 반대했다면 문학을 포기하지 않았을까?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요.
김: 저는 소설을 쓴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던 경우라 부럽기도 하네요. 지금은 부모님도 어느 정도 받아들인 상태이지만요. 대학생 작가로서, 지원을 받는다는 건 어떤 걸까요? 부모님의 지원이 영원할 순 없을 테고, 그 이후를 생각해 보면, 그러니까 현실적인 어려움이 닥치면 그때도 문학을 계속할 수 있을까요? 수민 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임: 전업 작가가 아닌 다음에야 글쓰기만으로 먹고 살 순 없는 것 같아요. 현실적으로 야근을 많이 하는 회사에 다닌다거나 해서 글을 쓰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쓸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글을 쓰는 빈도나 시간을 줄이더라도 창작은 계속 이어 나갈 거라고 여겨요. 글을 쓰는 데 많은 준비나 돈이 드는 건 아니니까요. 성호 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직장을 다니고 싶다고 해도 문예창작과 특성상 구하기가 어렵기도 하고요. 그런 애로사항을 염두에 둔 적 있으신지. 문학과 생업을 병행하는 일과 관련해서요.
김: 저도 많은 부분 동의해요. 막 베스트셀러가 되고 2차 판권이 팔려서 영화화가 된다거나 하지 않는 이상 생계를 이어 나갈 수 있는, 글쓰기 이외의 다른 방법을 찾아보고 병행해야겠죠. 저는 서점이나 중고 서점에서 일하는 것도 생각해 보고 있어요. 글쓰기는 아니지만 어쨌거나 가까운 직업이라고 생각해서요.
임: 오 서점도 있군요. 좋은 직업 같아요. 그런데 이런 의문도 들어요. 만약 생업 때문에 문학을 포기하고 싶거나 포기해야 하는 선택의 순간이 온다면 어떠실 것 같아요? 저는 애초에 그런 상황을 만들려고 하지 않을 것 같아요.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 해도 글을 쓸 수 없는 삶은 이어 나가고 싶지 않고요. 쪼들린다고 해도 글쓰기를 무조건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싶어요.
김: 저는 이번에도 수민 님과 비슷한 생각해요(웃음). 문학을, 글쓰기를 포기할 수는 없어요. 그건 누구에게나 확실하게 말할 수 있어요. 저도 선택의 순간을 만들고 싶지 않고, 만약 온다 해도 문학을 택하리라 생각해요. 이미 제 삶은 문학 안에서 다시 태어났고,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임: 멋진 표현이네요.
김: 감사합니다. 슬슬 대화를 마무리할 때가 되어서요. 수민 님은 미래를 설계하시는 중일까요, 아니면 이미 설계를 마치고 그 집에 들어가서 머무는 상황일까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 포함해서 자유롭게 얘기해 주세요.
임: 원래는 살면서 계속해서 설계를 해 나간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계속 그런 걸 설계하는 중이고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작년 좌담에서도 나왔듯이 창작도 하나의 엄연한 노동임을 인정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이 있어요. 창작 노동의 가치를 말하는 거예요. 이 대화를 통해 너무 막연해서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 없던 현실과 삶을 제대로 마주친 기분이에요. 앞으로 창작과 현실적 삶의 양립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해 봐야겠다고 깨닫기도 했습니다.
김: 만약 나중에 2024년 좌담이나 지금의 다시 읽기 ‘대화’가 또다시 읽히고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면 어떨 것 같으세요?
임: 감회가 새로울 것 같아요. 그때는 정말 성호 님이 말씀하신 집 안에서 바라볼 수 있겠죠. 그러기를 바라고요. 이런 기획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우리에겐 더 많은 창구, 그러니까 소통구가 필요하다고 생각돼요. 《문장 웹진》이 멋지게 그 역할을 앞으로도 계속해 주면 좋기도 하겠고요. 하하.
누구나 만족하는, 완벽한 설계도나 집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집을 아끼고, 무엇보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를 아낀다면 우리는 ‘집’이라는 물질적 속성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문학을 향유하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이 대화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의 집을 보고 싶다. 최초의 설계는 어떠했는지, 그리고 만들어진 집과 최후에 남은 건 무엇인지. 기꺼이 대화에 함께해 준 임수민 시인에게 감사하며, 대화를 마친다.
|
[문장서포터즈] 2025년에 시작되어 1기 '몽글'에 이어, 2기 '쓰담' 6명이 새롭게 선정되었습니다.자신의 새로운 문장을 만들어가고 있는, 문장의 든든한 서포터들과 문학과 관련된 다양한 기획 콘텐츠를 제작합니다. 문장서포터즈가 담아낸 마음을 쓰다듬는 이야기들을 문장웹진 '모색'에서 만나보세요. |
추천 콘텐츠
문장웹진 모색
가르치는 문학, 배우는 문학, 자라나는 문학[문장서포터즈] 가르치는 문학, 배우는 문학, 자라나는 문학 (인터뷰이: 조인혜, 고등학교 국어교사) 문장서포터즈 2기 김성호 문학은 단순히 독자와 작가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다. 독자와 작가가 되기 위한 그 과정, 여로를 봐야 한다. 그 여로엔 다양한 존재가 있지만, 나는 그중 학교 현장에서의 교사와 학생 간의 공간에 주목했다. 2025년 10월 23일, 합정역의 한 카페에서 조인혜 선생님을 만났다. 9년 전 모교의 국어 교사였던 조인혜 선생님은 인터뷰 내내 진지하고 활기차게, 자신의 독서론과 더불어 서포터즈 질문에 답해 주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조인혜입니다. 배우는 경험을 좋아합니다. (사진1. 조인혜 선생님의 오브제인 뉴욕도서관 에코백) Q. 평소에 문학을 즐겨 접하시나요? 특히 즐기시는 장르나 분야가 있다면요? - 음, 소설을 제일 많이 읽어요. 제일 좋아하는 장르이고요. 책 대화 모임을 4년째 하고 있기도 합니다. 잡지 독서평설과 출판사 사계절 콘텐츠에서 청소년 소설을 읽고 소개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문학을 접하고 읽고 소개하고 가르친다는 건, 일적으로도 내가 좋아하는 일이에요. 물론 시도 좋아해요(웃음). 쉽지 않지만 시창작 모임을 동료 교사들과 함께 하고 있는데, 아이들에게 시를 가르치고 시 창작 활동을 같이 하기 전에 먼저 저 스스로 배우고 체득하려고 그래요. 그래서 소소하게 문집도 내고요. 시가 어렵지만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희곡은 상대적으로 적게 읽는 편이에요. 최근에는 SF 소설을 많이 읽었고요. 딱히 가리는 건 없고, 그때마다 빠지는 장르나 분야가 있어요. 무엇보다 학생들과 함께 읽으면 아무래도 좋은 작품을 더 좋아합니다. Q. 최근에 그런 작품이 있었는지요? - 박지리 작가의 작품입니다. 다만 어두워서 아이들에게 쉽게 풀어서 얘기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최진영, 김애란 작가의 작품도 좋았어요. Q. 국어교사로서 문학작품을 접할 때와 개인 독자로서 접할 때의 다른 점이 있나요? - 정체성을 나누고 있진 않습니다. 불쑥불쑥 나와요. 그런 게 혼재되어 있죠. Q. 수업 시간에 학생들과 어떻게 문학적인 활동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 작품을 다 읽고 대화하게 하려고 합니다. 어떤 활동을 하든 반드시 하도록 했던 게 있는데, 그게 바로 ‘책 대화’와 ‘글쓰기’입니다. 같은 소설을 원하는 아이들끼리 묶은 다음, 질문하고 대화하는 활동을 해요. 그 이후 개인 서평을 쓰게 하고요. 사회적 독서인데(정의가 모호하긴 하지만 같이 공유하면서 읽기가 필요합니다. 먼저 선생님들과 경험해보니 그렇다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그게 참 중요하다고 여러 번 느껴요. 그런 활동을 하고 나면, 혼자 개인적으로 읽었을 때와 사회적 독서 활동 후의 감상의 결과 차이가 커요. 일단 혼자 읽을 때 몰랐던 점들을 알게 돼서 좋은 점이 있고, 내가 잘 몰랐던 같은 반 아이가 저런 생각을 가지고
- 김성호
- 2025-12-29
문장웹진 모색
활자 뒤의 설계자, 또는 조언자 ‘북디자이너’[문장서포터즈] 활자 뒤의 설계자, 또는 조언자 ‘북디자이너’ ―홍선우 북디자이너 인터뷰 문장서포터즈 2기 김성호 책을 만드는 사람이라 하면 여러 가지를 떠올릴 수 있겠지만, 그중에서 다소 가려져 있는 존재는 바로 북디자이너일 것이다. 책의 판권 면에 작가와 편집자만 기재되던 시기도 있었다. 지금은 북디자이너와 마케터 등 말 그대로 책을 ‘만들고’ 온전히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힘쓴 모든 사람들이 대체로 기재되는 편이지만. 나는 북디자이너가 책의 외형을 만들고, 꾸미고, 문자 그대로 독자들에게 가닿는 길을 개척하는 사람이라고도 생각한다. 동시에 활자 뒤에서 소리 없이 책을 설계하는 설계자라고도. 그러던 차에 이번 문장 웹진 지면을 빌려 평소 친분이 있던 자음과모음 출판사 북디자이너이자 독립 출판을 시도하는 홍선우 디자이너와 인터뷰하는 시간을 가졌다. Q: 평어로 인터뷰를 하는 것도 처음이고, 북디자이너를 실제로 만나는 것도 처음이라서 조금 떨리네. 너는 어때? A: 나도 평어로 이렇게 대화하는 건 처음이야(웃음). 조금 어색하기도 하고. 그래도 이번 기회에 이렇게 대화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Q: 먼저 자신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 줄 수 있어? A: 자기를 소개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 내가 어디에서 일하고 무슨 일을 하는지는 나의 일부분이니까, 그걸로만 나를 설명하고 싶지는 않지만‧‧‧ 북디자이너가 궁금한 사람들을 위한 인터뷰니까 일단 북디자이너라고 소개할 수 있겠네. 홍선우 북디자이너의 대표작 1 (『할도』, 『우리가 안도하는 사이』) Q: 내가 인터뷰 제목을 지을 때 북디자이너를 활자 뒤의 설계자라고 명명했는데, 어떻게 생각해? 공감하는 편인지, 아니면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 A: 활자 뒤의 설계자라는 표현이 참 멋있어. 다만, 내가 실무에서 느낀 걸 토대로 생각해 보면 설계라는 표현에 조금 독단적인 뉘앙스가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해선 정정이 필요할 듯해. 작가와 편집자, 마케터, 일러스트레이터 등 여러 사람들과의 협업을 통해 책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북디자이너 혼자 설계해 나가는 과정은 아니라고 느껴. 그리고 재미있는 점은, 내가 뭔가를 설계한다고 한들, 언제나 그 의도대로 독자들이 읽어 주진 않는다는 점이야. 그렇게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견해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 자유롭기도 하고, 일방적이지 않아서 좋아. Q: 좋아, 활자 뒤의 설계자라고 이름을 지었을 때 내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 많았구나. 독자들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너도 알다시피 요즘은 텍스트힙이라고 해서 책에 주목하는 현상이 있기도 해. 그럴 때 표지에 이끌려 책을 구입하는 사람들도 많단 말이지.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A: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책을 미적으로 소비하는 것에 반감이 있는 건 아니야. 하지만 나는 이런 식의 접근이 조금 우려스럽기도 해‧‧‧. 그 이유는, 획일
- 김성호
- 2025-08-01
문장웹진 모색
얼마나 멀리 갈 수 있을까[글틴 스페셜_제12회 문장청소년문학상 우수상 감상&비평 부문 수상작] 얼마나 멀리 갈 수 있을까 김성호 – 멀리 가는 이야기_김보영 내가 글틴에 온 지도 어느 덧 3년째이다. 이야기글에선 거의 뿌리를 내리다시피 살았는데, 나는 내 글을 평해 주시는 선생님이 어떤 소설을 쓰는지, 어떤 작가인지에 대해 아는 게 전무했다. 그저 담임선생님처럼 이름 석 자만 외우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나는 이번에야 그 선생님의 작품을 읽게 되었다. 나는 라는 단편집을 통해 김보영이라는 한 작가를 만날 수 있었다. 이 단편집은 다섯 개의 단편과 하나의 연작시리즈로 이루어진 SF소설 단편집이다. 평소에 장르문학이라면 판타지나 공포 쪽을 답습해 오던 나로서는 SF소설 입문작인 셈이다. SF라는 장르가 그리 내 흥미를 끈 것도 아니었고, 더군다나 과학을 싫어하는 탓에 SF소설은 뭔가 이해하기 복잡한 실타래로 여겨졌다. 책을 다 읽은 지금에서 생각해 보면, SF 입문작으로서 이 작품은 매우 적절했다. 기존의 SF에 대한 나의 편견과 벽을 허물어 준 고마운 소설이다. 흥미롭게 읽은 작품을 꼽아 보자면, ‘다섯 번째 감각’, ‘우수한 유전자’를 뽑을 수 있다. ‘다섯 번째 감각’은 비단 이 단편집을 떠나, 내가 읽어 본 소설 중 명작 반열에 올려놓아도 될 만큼 나와 꼭 맞는 소설이었다. 이 소설은 알 듯 말 듯, 오묘한 감각의 선을 독자의 머릿속에 그려내며 어딘가로 데려간다. 언니의 죽음과 언니가 사고 났을 때의 자신(주인공 연주)의 행동을 조사하러 온 경찰관, 그리고 경찰관이 말한 사이비종교. 이 세 개의 흐름이 맞물리면서 독자는 첫 문장부터 느꼈던 그 오묘함의 정체를 깨닫는다. 청각. 이 소설의 주제이자 설정이자 커다란 줄기인 ‘청각’이다. 이 세계에서는 말로 대화를 하지 않고 수화로 대화한다. 말을 하지 않으니 음악이 있을 리 없다. 그 사실이 이 소설의 첫 번째 반전이다. 나는 추측해 보았다. 귀라는 기관이 퇴화된 세계인가, 아니면 모종의 이유로 청력을 잃은 사람들의 세계의 이야기인가. 그러한 궁금증은 신흥 사이비종교의 특징이라던 ‘입을 오물거리는’ 행위에서 더 극대화된다. 입을 오물거린다, 이 표현이 얼마나 낯설던지. 우리는 흔히 소리 내어 의사소통을 하는 행위를 ‘말하다’로 표현한다. 말하기 이전에 입술이 움직이는 그 형태를 우리는 생각할 일이 거의 없다. 입을 오물거리는 것은 뭔가를 씹거나 먹을 때 주로 묘사하는 표현이다. 말을 하지 않는 소설 속 세계에서 음식을 섭취할 때를 제외하고 입을 쓰는 일은 없다. 경찰은 말을 하는 행위, 소리를 듣는 행위를 초능력쯤으로 간주한다. 소리를 듣고 소리를 내는 행위는 우리가 지팡이를 휘두르고 마법주문을 외는 것만큼이나 인간의 능력의 범주를 벗어난 ‘초능력’으로 여겨진다. 입을 오물거린다는 표현이 말을 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윤성
- 김성호
- 2017-05-01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선택하신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댓글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