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쓰는 일을 지속하기: 조시현 작가님과 함께
- 작성일 202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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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서포터즈]
읽고 쓰는 일을 지속하기: 조시현 작가님과 함께
문장서포터즈 2기 김소리
문학을 읽고 쓰는 일을 지속하고 싶다. 몇 년 전부터 생각해 온 바람이다. 그 바람을 실천하기 위해 문학동인 ‘창문’을 만들고, 꾸준히 창작 스터디 활동을 해 오고 있다. 한 번쯤 모임을 만들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무엇보다 사람을 모으는 일이 어렵고, 그것보다 더 어려운 게 모임을 유지하는 일이다. 우선 ‘창문’이 반년 이상 별 탈 없이 이어지고 있음에 감사하다. 함께 읽고 쓰고자 하는 비슷한 욕구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 다행이라고 느낀다.
문학은 늘 혼자 쓰는 일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고독을 함께 감당할 사람이 있을 때 오래간다. 동인을 꾸리며 가장 먼저 생각했던 것은 ‘지속 가능한 문학의 장(場)’을 만드는 일이었다. 문학이 개인의 내면에서 비롯되더라도, 그것이 계속 숨을 쉬기 위해선 공유의 자리가 필요하다고 믿었다. 학교를 졸업하면 사라지기 쉬운 문학적 대화의 공간을 스스로 만들어 보고 싶었다. 누군가는 글쓰기의 리듬을 잃지 않기 위해, 또 누군가는 자신의 언어를 타인의 시선 속에서 단련하기 위해 이곳에 모인다. 동인 ‘창문’은 그런 의미에서 각자의 방을 열고 서로의 문장을 통하게 하는 하나의 창문이 되고자 한다.
대표로서 나는 ‘창문’이 단순한 합평 모임을 넘어, 지속성과 관계성을 실험하는 문학적 커뮤니티로 성장하길 바란다. 한때의 열정으로 모였다 흩어지는 동인이 아니라, 문학을 삶의 습관으로 만들어 가는 작은 공동체 말이다. 매달 작품을 나누고, 동시대 문예지와 신진 작가의 언어를 함께 읽으며, 동인 내부의 목소리를 세상 밖으로 확장해 나가는 것이 목표다. ‘창문’이 누군가에게는 창작의 첫 무대가, 누군가에게는 다시 문학을 붙잡게 하는 이유가 되기를 바란다.
문학동인으로서 활동하는 일의 의의는 결국 ‘함께 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문학은 본질적으로 고독한 작업이지만, 그 고독을 공유하는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문장은 더 멀리 닿는다. 타인의 언어에 귀 기울이고, 서로의 문장을 비춰보는 경험은 나에게 매번 새로운 자극을 준다. ‘창문’의 활동은 그런 의미에서 단순한 창작의 지속이 아니라, 동시대의 문학이 서로를 비추며 살아 있다는 증명이다.
그러나 어려움도 있다. 나름 ‘문학동인’이라고 만들어 놓았지만, 어떤 활동을 해야 할지 혹은 어떤 식으로 더 발전해 나갈 수 있을지···. 이런 고민들에 대한 조언을 얻고, 신춘문예 투고를 앞두고 작품에 대한 합평도 받고자 조시현 작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조시현 작가는 시와 소설 부문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문학 활동을 이어감과 동시에 문장서포터즈의 모더레이터로 함께하고 있다. 올해 소설 『크림의 무게를 재는 방법』과 시집 『시뮬레이션 제4139회차』를 출간하는 등 꾸준히 글을 쓰는 태도를 본받고 싶은 작가이기도 하다.

1. 시에 관한 영감을 얻는 곳과 소설에 관한 영감을 얻는 곳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합니다
장르에 따라 영감이 다른 곳에서 오지는 않는 것 같아요. 이미지로 시작될 때도, 장면으로 시작될 때도, 문장에서 시작될 때도 있다는 정도가 다를 뿐 그게 무엇이 될 수 있는지, 되고자 하는지, 되어야 하는지를 더 많이 생각하게 되는 듯합니다. 그것을 가장 잘 말할 수 있는 형식을 많이 생각하는 편인 것 같아요. 쓰다가 더 나은, 혹은 더 재미있는 방식을 찾아가게 되기도 하고요. 동일한 사유에서 출발해도 시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이 소설이 되거나, 소설로 할 수 없는 것들이 시로 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장르의 경계나 가능성을 나름대로 탐구하게 되는 것 같아요.
2. 인생을 바꾼 책, 영화, 음악 등이 궁금합니다
하나만 꼽기가 너무 어려워서 여러 제목을 썼다 지웠는데요, 좋아하는 작품들과는 별개로 모든 작품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저에게 영향을 미치고 조금씩 저를 바꾸어 왔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시기별로 좋아했던 작품들이 있고, 그 덕에 어떤 순간들을 무사히 넘겨 오기도 한 것 같아요. 앞으로도 그럴 테고요. 하지만 제가 쓰는 삶을 살도록 만든 작품은 김애란 작가의 단편소설 「칼자국」이에요. 거의 처음으로 읽은 한국문학이고 그 순간 정말 많은 게 바뀌었습니다.
3. 습작 시기에 가장 도움이 되었던 시, 소설이 있다면 어떤 작품들인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어떤 것이든 다 읽어 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일정 시기에만 국한되는 얘기도 아닌 것 같고요. 좋으면 좋은 대로, 좋지 않으면 좋지 않은 대로 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좋다면 어떤 점이 왜 좋았는지, 좋지 않았다면 왜 그렇게 느꼈는지, 어떤 것은 해 보고 싶은 것이고, 어떤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고, 어떤 것에는 동의할 수가 없고, 어떤 것은 쓰고 싶지 않고, 왜 그렇고, 등등을 생각하는 과정에서 작품을 보는 안목을 기를 수 있었고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무엇인지, 무엇을 왜 쓰고 싶은지, 그게 저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차차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읽는 사람은 취향껏 읽을 수 있지만 쓰는 사람은 취향으로 뭉뚱그려서는 안 되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결국에는 자신에게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을 쓰게 되지만 알고 하지 않는 것과 모른 채로 하지 않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해서요.
4. 한 세계관을 공유하는 시편들은 집필 전 세계관을 계획하고 쓰시는지, 혹은 자연스럽게 집필 과정 중 세계관이 구성되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작품마다 달라서 단일하게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둘 다인 것 같아요. 혹은 시집으로 묶이면서 자연스럽게 세계관으로 읽히게 된 시편들도 있는 것 같고요. 일부 그렇게 읽히기를 바란 부분도 있습니다.
5. 집단에서 도움받은 적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들이었나요?
문학과 관련된 집단을 말씀하시는 거겠죠? 저는 학교 다닐 때 스터디를 오래 했는데, 동일한 멤버들과 거의 3년간, 한주도 빠짐없이 모임이 이어졌어요. 다들 문학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깊어서 모임에 펑크가 나지 않도록 지정자의 마감이 늦어져도 누군가 작품을 꼭 올렸고 만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문학에 대해 얘기했어요. 저에겐 정말 소중한 시기로 기억돼요. 문학관과 작품 세계는 저마다 달랐지만 문학을 사랑하는 마음과 서로에 대한 존중으로 모임이 계속 이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각기 스타일과 취향이 많이 달랐는데 그래서 다양한 작품을 보고 읽는 눈을 기를 수 있었고요. 그래서 저는 수업을 할 때도 늘 동료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함께 쓰는 마음 맞는 동료들은 정말 큰 힘이 되어요.
지금은 ‘애매’라는 이름의 동인에 속해 있는데요, 함께 책을 묶기도 했지만 창작 모임은 아니고 창작을 위해 힘을 얻는 모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각자의 마감이 끝나면 모여 다음 마감으로 건너갈 힘을 나누곤 하거든요. 하염없이 문학 이야기를 나눌 때도 있고 각자의 생활이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도 있어요. 그리고 각자의 자리로 작품을 쓰러 돌아갑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어려움을 견디며 늘 쓰고 있는 동료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얻어요.
6. 시 모임이나 동인 같은 창작 집단이 오래 유지되려면 중요한 것들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모임마다 성격이 다른 것 같은데요, 어쩌면 공통적인 문학관이나 지향점이나 실천 방향을 가지고 모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오랜 시간 함께 했던 스터디 모임의 경우 문학에 대한 열정과 애정과 절실함으로, 또한 서로에 대한 책임감으로 오래 유지될 수 있었어요. 모두가 같은 마음이기 쉽지 않은데 너무 감사한 일이죠. 사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흐름이 끊어지지 않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한 번 모임이나 마감이 미뤄지기 시작하면 또 미뤄지고 또 미뤄지다 흐지부지되는 경우도 종종 본 것 같아서요. 한편 ‘애매’는 신기하게도 창작과 합평을 목적으로 한 모임이 아니기 때문에 오래 갈 수 있는 듯해요.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작품을 쓰고 만나서는 주로 놀거든요.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눌 때도 있고 각자 읽거나 본 좋은 것, 문학에 대한 생각들, 근황들을 나누고 나면 읽고 쓸 것들이 잔뜩 생겨요. 좋은 기운을 나눠 받고 창작에 큰 동력을 얻습니다. 고민을 나누고 힘을 얻을 수 있는 연결감도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7. 문장서포터즈 모더레이터로 활동하며 문학 활동을 함께하는 작가 및 습작생들과 어떤 부분을 더 공유하고 싶다고 느끼시나요?
문장서포터즈 모더레이터로 활동하기 전, 2021년에 《문장웹진》 청년 강사로 조온윤 시인과 ‘느린 기린 큐레이션’이라는 프로젝트를 함께했어요. 문학을 향유하고 사랑하는 다양한 방식들을 조명하고 싶었고 좌담이나 인터뷰를 통해 웹진이나 독립서점, 독립잡지, 메일링, 동인 등등에 대해 소개하면서 다양한 문학 관련 콘텐츠를 조명하는 기획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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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기린 큐레이션> |
앞서 문학 공동체에 대한 질문을 주셨는데요, 문장서포터즈는 아직 데뷔하지 않았지만 문학이라는 공통된 목표나 지향점을 가진, 읽고 쓰는 일을 사랑하지만 그것을 나눌 공동체가 필요한, 문학과 문학 콘텐츠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이에요. 이를테면 글틴(청소년 문학 플랫폼)에서 오래 활동했지만 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쓰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잃어버린 친구들이나 서울에 밀집된 문화예술공간이 아닌 지방에서 문학을 향유하는 친구들에게도 매개체가 되고자 했죠. 문학 관련 과가 아니거나 혹은 학교가 달라 교류가 어렵거나 혹은 학교에 소속되지 않은 분들도 문학에 대한 마음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요. 예비 작가들과 기성 작가들을 이어지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취지였습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이 같은 마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다음으로 연결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또한 문학이 단순히 텍스트를 넘어서 입체적으로 향유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서포터즈들이 만든 콘텐츠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문학을 읽고 쓰시는 분들께 같은 맥락으로 다가갔기를 바랍니다. 그 과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모더레이터로서 가장 중요했던 것 같아요. 취지에 공감하고 이해해 주신 서포터즈들이 정말 훌륭한 콘텐츠들을 작성해 주었어요. 몇몇 원고는 너무나 마음 기울여 여러 번 읽었는데요, 서포터즈에게도 단순히 읽고 쓰는 것을 넘어 다채로운 문학 경험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끝까지 활동을 즐겁게 마무리해 주시면 좋을 것 같고요,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동료가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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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서포터즈 2기 원고는 문장웹진 – 모색 코너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
8. 문장서포터즈 모더레이터로 활동하며 문학이 콘텐츠로서 활용되는 방안으로 더 발전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문학이 콘텐츠로서 활용되는 방안은 무궁무진한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에 시와 관련된 계정이 많이 생기면서 문학이 굿즈화되는 과정을 상당히 인상 깊게 지켜보았는데요, 실제로 몇몇 브랜드는 시인과 컬래버레이션을 한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고요. 작년에 서포터즈가 취재한 거이기도 한데, 시 안 읽는 사람은 외계인이 잡아간다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는 저도 갖고 싶더라고요. 어떤 방식이든 문학을 읽고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건 기쁜 일입니다. 그 비중이 커질수록 문학을 즐기는 다양한 방식이 더 많이 나올 거라는 생각도 들고요. 실제로 서포터즈 지원서에도 사운드북이나 영상화, 멀티 유즈(Multi-Use) 등을 염두에 두고 문학을 다채롭게 소개하려는 기획이 많았어요. 배리어 프리 등 접근성을 주목한 분도 있었고요. 단순히 종이에 적힌 글자가 아니라 입체적으로, 모두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문학에 대한 상상력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즐겁고 기대가 되었습니다. 특별하게 어떤 부분이 발전되었으면 좋겠다기보다는, 열린 마음과 상상력으로 문학을 바라보고 다루고 있는 서포터즈들의 상상력이 실현될 수 있도록, 그래서 더 많은 분들께 소개되어 다가갈 수 있도록 지지하고 뒷받침하는 일이 저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까지 잘 활동해 주시길 부탁드려요.
지금의 문학은 점점 더 개인의 영역으로 밀려나고 있다. 대부분의 글쓰기가 온라인 플랫폼 안에서 이루어지고, 작가와 독자의 관계도 짧고 빠르게 순환한다. 하지만 문학의 본질이 대화에 있다면, 우리는 여전히 서로를 필요로 한다. 동인은 그런 의미에서 오래된 형식이자 새로운 가능성이다. 한 시대를 통째로 연결하던 문단의 중심이 사라진 자리에서, 각자의 창문을 내고 바깥과 통하는 통로를 만드는 일. 그것이 내가 ‘창문’을 유지하려는 이유다. 누군가에게는 다시 글을 붙잡게 하는 계기가, 또 누군가에게는 문학의 방향을 함께 모색할 수 있는 실험장이 되기를 바란다.
문학동인은 결국 ‘같이 오래 쓰기 위한 방법’을 찾아가는 공동체다. 혼자 쓸 때는 느낄 수 없는 호흡, 서로의 리듬을 들으며 자신을 조율하는 감각이 있다. 우리는 각자의 고유한 문체를 유지하면서도, 함께 있다는 사실로부터 다시 시작한다. 이런 관계의 지속은 작품만큼이나 귀하고, 그것이 동인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라고 믿는다.
앞으로의 문학은 거대한 제도보다 작은 모임 속에서, 위계보다 대화 속에서 자라날 것이다. 문학이 사회와 멀어진 시대일수록 더 많은 창문이 열려야 한다. ‘창문’은 그중 하나의 통로로, 새로운 세대의 문학이 호흡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문학이 여전히 사람을 잇는 언어라면, 우리는 그 언어를 다시 사람 사이로 돌려보내야 한다. 그것이 문학동인 ‘창문’을 이끌며 내가 지키고 싶은 문학의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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