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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뻔하고재미없는말이지만그래도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세요!

  • 작성일 2026-05-01

  [문학의 곁]


  정말뻔하고재미없는말이지만그래도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세요!


배동훈


  “언젠가 시가 내 인생을 구원해 주면 좋겠어.”


  8년 전, 어느 군인의 일기에 적혀있던 문장입니다. 그렇습니다. 뻔하지만 사실 제가 쓴 문장입니다. 오랜만에 여름옷을 챙기러 들렀던 본가에서 오래된 일기장을 발견했습니다. 공군에서 근무하던 2018년 당시에 썼던 일기장이었습니다. 아직 군대 내에서 휴대폰이 자율화되기 전이라, 매일 점호가 끝나고 10분씩 짬 내서 썼던 일기들의 조각이 모여있는 다이어리 중간쯤에 써 있는 맥없는 문장, 시가 내 인생을 구원해 주면 좋겠다. 시기를 보니 아마 일병 말에 썼던 일기 같은데요. 꿈과 희망이 없는 군부대에서 20대 청춘을 보내다 보면 정신이 반쯤 돌기 마련입니다. 저런 가엾은 문장도 그때의 파편 중 하나일 것입니다. 과연 까까머리 공군 청년은 마침내 시에게 구원 받았을까요? 그 이야기,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출발 비디오 여행 톤으로). 


  안녕하세요. 포엠매거진입니다. 이제는 제 본명인 배동훈보다 포엠매거진이라는 이름으로 저 자신을 소개하는 일이 익숙하군요. 그만큼 제가 인스타그램의 망령으로 보내는 시간이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포엠매거진은 인스타그램에서 시를 소개하는 채널입니다. 소개한다기보다는 ‘영업’한다는 표현이 적절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대부분의 콘텐츠가 제 취향을 배경으로 하거든요. 그러니 내가 좋아하는 시와 시가 가진 매력을 사람들에게 알리려는, 마치 시식 코너처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이거 맛있으니 함 무봐라” 홀로 외치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왜 저는 2년 동안 시를 영업하고 있을까요? 이유야 당연합니다. 시를 좋아하기 때문이죠. 그것도 아주 많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입니다. 물론 그 일로 돈을 벌고, 인생을 책임져야 하는 경우라면 조금 다르겠지만, 저는 정말 감사하게도 어찌저찌 2년째 먹고살 만한 돈을 벌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버는 것만큼 짜릿한 일이 있을까요? 저는 이 상황이 너무 황홀해서 매일 밤 내 자신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잠에 들고, 아침에 일어나 지저귀는 새에게 영어로 말을 걸곤 합니다(공주풍 레이스 잠옷을 입고 있음). 물론 포엠매거진을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런 미래를 상상하지 못했어요. 저는 포엠매거진을 하기 위해 대기업에서 나왔거든요. 


  정확히 말하자면, 오직 포엠매거진을 위해 퇴사했던 것은 아닙니다. 세상의 많은 일의 배후에는 늘 복합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당시 저는 재직하던 회사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었고, 더 늦기 전에 시를 활용해서 뚜렷한 무언가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 무언가가 포엠매거진이라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단지 어떤 형태로든 ‘시를 알리고 싶다!’라거나, ‘최초로 시 인플루언서가 되겠다’는 막연한 바람뿐. 그렇게 다니던 회사를 나오고 약 일주일 뒤에 바로 ‘@poemmag’이라는 계정을 만들었어요. 포엠매거진이라는 이름도 아무 생각 없이 1초 만에 지었습니다. 곧 팔로워가 빠르게 늘더니 2년 만에 10만 팔로워를 달성했네요. 모두 여러분 덕분이고, 제 덕도 좀 있습니다. 샤라웃 투 퇴사한 나 자신. 


사진1. 인스타그램 포엠매거진 @poemmag


  자, 그렇다면 왜 하필 시였을까요? 이 이야기는 공군에 입대하기 전, 20살 새내기 배동훈의 여름 방학에서 시작됩니다. 20살의 배동훈은 코엑스에 위치한 어느 레스토랑에서 알바를 했습니다. 알바가 일찍 끝나면 코엑스 내 영풍문고에서 책을 읽는 것이 소소한 취미였죠. 사실 독서를 좋아한다기보다는 시끌벅적한 코엑스에서 조용히 숨을 만한 장소가 필요했었고, 그러기엔 서점이 적합했을 뿐입니다. 서점을 거닐다가 우연히 시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이라는 제목의 시집 앞에 멈춰 섭니다. 이토록 무책임한 책을 봤나, 일면식도 없는 나에게 사랑을 강요하다니. 과연 얼마나 좋을까 의심하며 책을 펼친 순간―배동훈은 번개를 100번 맞은 것 같은 충격과 각성에 휩싸입니다. 내가 이렇게 좋은 글을 살면서 읽은 적이 있었나?(사실 살면서 책을 많이 안 읽었습니다) 온몸에 소름이 돋고 도파민이 분비되는 것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곧장 책을 구매하고 그 길로 바로 집까지 단숨에 뛰어갔습니다. 땀에 젖은 채로 집에 도착해 책의 나머지를 다 읽고, 노트북을 켜서 나만의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날의 여름밤을 아직도 어제처럼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물안개가 낮게 깔린 삼성역의 언덕을 지나, 8차선 횡단보도를 가로질러 뛰어가던 두 다리. 얼굴에 자꾸 달라붙는 습기와 날벌레들. 미칠 듯이 쿵쾅대던 심장. 그러나 지치지 않던 두근거림. 처음이지만 인생이 바뀌는 순간임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사랑은 즐거워 시는 대단해


사진2. 배동훈 산문집 『사랑은 즐거워 시는 대단해』 표지 중


  “시가 뭐가 그렇게 좋은가?” 아마 포엠매거진을 운영하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인 것 같습니다. 도대체 시의 어떤 부분이 그렇게 좋길래 10년 동안 매일 읽고, 아예 없던 직업을 만들어서 생업으로 삼을 생각까지 할 수 있는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2025년에 출간된 제 산문집 『사랑은 즐거워 시는 대단해』(2025, 포르체)에 기록되어 있습니다만, 결론적으로는 “그냥 좋다”라는 상당히 힘 빠지는 답변이긴 합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에 특별한 이유가 없는 것처럼,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것은 자의가 아닌 것처럼, 제가 시를 이토록 아끼는 데에도 거창한 이유는 없습니다. 첫 만남부터 좋았고, 10년째 읽어도 여전히 좋습니다. 이젠 숨 쉬듯 자연스레 좋아합니다. 그것이 전부입니다. 


  그러나 시를 좋아하는 이유가 고작 ‘그냥’이 전부라면 구태여 시간 내서 이 글을 읽는 여러분께 미안한 일이겠죠. 그래서 한 번 더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나를 10년째 끌어당기는 시의 대단한 매력은 무엇일까……. 일단 시는 짧아요. 그래서 부담 없이 읽기 좋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롱폼 대신 숏폼만 보는 것처럼요. 비유가 좀 별로인가요? 하지만 저는 진지하게 시가 텍스트계의 숏폼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집은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어도 되고, 한 편만 읽고 책을 덮어도 아무 문제 없거든요. 그렇다고 감흥이 떨어지는 장르도 아닙니다. 오히려 시를 읽고 난 뒤에 찾아오는 여운은 소설, 산문보다 더 클 때가 많아요. 그리고 시집은 지금 읽고 1년, 2년, 시간이 흐른 뒤에 읽어도 달라요. 시는 그대로지만, 시를 읽는 ‘나’의 삶이 변했기 때문이죠. 한 권의 책으로 다양한 인상을 느낄 수도 있으니, 가성비가 좋은 책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시는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시를 통해 전에는 알아채지 못했던 감정을 응시하고, 나만의 언어로 이름을 붙여줄 수도 있지요. 가령 이런 것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단순히 ‘너를 많이 사랑해’라고 말하는 것보다, ‘너는 내 왼쪽 가슴 아래에 온 통증이야1)’ 라고 편지를 써줄 수도 있습니다. 내 심장에 찾아온 이 통증은 너일 수밖에 없다는 고백. 그것은 ‘사랑해’라는 말을 선물 상자에 포장하는 행위가 아니라, 고가의 백자를 헝겊으로 깨끗이 닦듯 ‘사랑해’라는 가장 투명하고 아름다운 상태로 상대방에게 전하는 것이죠. 이처럼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는, 세상을 고해상도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시의 힘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저는 여러분께 시를 영업하려고 온 것은 아닙니다. 그건 이미 인스타그램에서 활발하게 하고 있습니다. 오늘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좋아하는 일을 하자’입니다. 뻔하디뻔하죠. 미디어에서는 꼭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그걸 하라고 강요하듯이 말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따라오는 장점들을 나열하면서 꼭 한번 해보시라고, 스마트폰 속 대머리 외국인 남성이 팟캐스트에서 귀에 딱지가 지도록 떠듭니다. 그리고 이 글에서 저 역시 시를 언급하며 여러분께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고리타분한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그것이 여러분의 행복을 보장하는 가장 당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운동을 하면 건강해집니다’라는 말에 그 누구도 토를 달지 않습니다. ‘에이, 운동한다고 어떻게 건강해져?’라며 의심하지도 않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해진다’는 말도 똑같습니다. 의심하지 마세요. 너무나 당연한 수순입니다. 물론 누군가는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되면 불행해진다던데?’라는 말로 반박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이때 불행이란 것은 단순히 ‘행복하지 않다’는 단순한 상태가 아니라, 여러 감정이 뒤얽힌 복합적인 감정입니다. 평생 지속되는 하나의 상태가 아니란 말입니다. 좋아하는 일 뒤에 찾아오는 불행 속에는 잔잔한 행복도 숨어있고, 반대로 행복 안에는 권태와 불안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평생 커피를 사랑해 온 사람이 자신의 카페를 차렸다고 해서 앞으로 영원히 행복하거나 불행하지는 않습니다. 행복과 불행을 외줄타기처럼 왕복하며 사는 것입니다. 인생은 원래 우울과 평안, 권태와 불안 사이에서 방황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불행보다 행복의 빈도가 더 잦다는 사실입니다. 살면서 수차례 저 자신에게 실험해 본 결과가 그렇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같은 일을 해도 덜 피곤하고, 밤을 새워도 지치지 않는 상태가 됩니다. 하루가 24시간인 것이 아까워서 자의로 내일 할 일을 미리 앞당겨 할 때도 있습니다. 순수하게 나의 의지로 일을 벌이고, 더 많은 업무를 하겠다고 다짐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해본 사람은 압니다. 내가 주도하는 나의 삶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인간으로서 너무나 당연한 것임을. 


  시는 제가 온갖 마음을 퍼다 주어도 아깝지 않은 대상이었습니다. 저울처럼 마음을 재지 않고, 그저 하염없이 좋아할 수 있는 것, 여러분의 삶에도 그런 존재가 있었으면 합니다. 시가 아니어도 됩니다. 시를 읽지 않아도 되고, 문학을 사랑하는 여러분이 미래에 꼭 문학과 관련된 직업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더 많은 것을 좋아하게 되실 겁니다. 그것들을 꾸준히 하세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 여러분만의 방법을 찾아서 어엿한 직업을 만들어도 좋겠습니다. 아무튼 꼭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라는 것, 그것만은 이 글에서 여러분께 강요하고 싶었습니다. 



  <짧은 시집 추천>


  자, 다시 정신 차리고 시 이야기를 해봅시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대부분 이미 시를 꽤 좋아하는 분들이겠죠. 그래서 시집을 추천해야 할지 말지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시잘알’인 여러분이 보기에 괜히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요. 그러나 반대로, 문학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꽤나 포용적인 분일 것이라고 혼자 마음껏 착각해 봤습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줄 알고, 존중의 태도가 기저에 깔려있을 분이라고……. 저는 여러분을 그렇게 오해하겠습니다. 


 사진3. 마종기,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2008, 문학과지성사)


  참 맑은 시집입니다. 제목과 다르게 이토록 맑은 눈동자로 세상을 바라보면 사랑의 나라가 보일 것만 같습니다. 저는 시집을 구매할 때 시집의 표지력(표지 디자인의 느낌이 좋은 정도)을 중요하게 보는데요, 이 시집은 표지력이 상당합니다. 연갈색 테두리 안을 채운 연분홍 직사각형. 제가 채도가 낮은 색을 좋아해서 그런지 표지를 보면 일단 펼쳐서 읽고 싶어요. 자꾸만 손이 가는 시집입니다. 


  사진4. 김이듬,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한 계절이 지나갔다』 (2025, 민음사)


  아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이라면 익히 아실 수도 있습니다. 제가 포엠매거진 피드에서 아주 추천했던 시집이거든요. 개인적으로 2025년에 나온 시집 중에서 제일 좋았습니다. 김이듬 시인은 이제 어떤 경지에 도달했다고 봐도 될 정도로 ‘시 도사’가 되신 것 같습니다. 


  사진5. 조해주, 『가벼운 선물』 (2022, 민음사)


  첫눈에 반하는 사랑이 있는 것처럼, 첫 페이지부터 사랑에 빠지는 시집이 있습니다. 이 시집이 근래 저에게 가장 사랑스러웠던 시집입니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읽다가 그 자리에서 완독했고, 포엠매거진에 콘텐츠도 올렸었네요. 타인의 존재와 관계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좋아하실 겁니다. 



  이렇게 가볍게 세 권의 시집을 추천해 봤는데요. 세 권을 고르며 이 원고의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그만큼 신중히(?) 골랐으니……. 한 번 읽어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세상에는 좋은 시집이 너무나 많습니다. 기쁜 일이기도 하지만 어떨 때는 버겁기도 합니다. 부지런하게 읽지 않으면 어느새 신간이 와르르 쏟아져 나오거든요. 저는 음악을 듣는 것도 좋아해서 평소에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디깅해서 듣는 편인데요. 좋은 음악을 찾는 과정이나, 시를 읽는 과정이나 똑같은 것 같아요. 가만히 있는다고 좋은 작품이 저에게 찾아오지 않고, 누가 더 노력했느냐, 누가 더 많이 두 발로 뛰었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천성이 게으르지만 의도적으로 바쁘게 살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다 보면 마법처럼 좋은 시를 만나게 되고, 콘텐츠로 만들어 구독자분들께 소개해 드리고 싶고, 좋은 시를 알려줘서 고맙다는 댓글을 보게 되면 하루 종일 히죽대며 웃습니다. 그 변태 같은 즐거움으로 저는 살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포엠매거진을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힘이 닿는 데까지는 포엠매거진을 해야죠’라는 말을 했었는데, ‘굳이 왜 그래요. 힘들면 그만하세요.’라는 답을 들었습니다. 가끔 그 단순한 응원의 말을 떠올리며 살아갑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좋아할 수 있을 때까지 해야겠구나. 힘들면 또 다른 일 찾아서 해봐야지. 굳이 나를 혹사하지는 말자. 그러니 지금, 제가 아직 시를 열렬히 사랑하고 있는 시기에 여러분을 만나 다행입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시는 제 인생을 순식간에 구원해 주지 않았습니다. 구원을 바라는 순간마다 내가 모르는 곳에서 조금씩 구원해 주고 있었습니다. 지금의 인생을 살게 된 것은 모두 시의 장기적인 계획일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 순간에도 시는 저를 구원해 주고 있습니다. 야금야금,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열렬히 나를 응원하며. 저도 세상 어딘가에서 이 글을 읽고 있을 여러분을 응원하겠습니다. 응원하는 제 모습이 보이면 부담스러우실 테니, 300미터 떨어진 뒤에서 전봇대에 숨어 10데시벨 정도의 목소리로 조용히 혼자 외치고 있겠습니다. 


  ‘화잇띵…★’



1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대 킹갓 인플루언서 포엠매거진 배동훈 드림



  〈문학의 곁〉은 창작자뿐 아니라 문학을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하고 확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책이 독자에게 닿기까지의 과정에 머무는 사람들, 문학과 독자 사이 어딘가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난 시만 읽어. 님들도 읽으셈”이라는 문장으로 시를 권하며, 다양한 상황과 감정 속에서 시를 ‘인스타그래머블’한 언어로 소개하고 있는 채널 ‘포엠매거진(@poemmag)’ 운영자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1) 장석남,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2001, 창비)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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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마음에 물성을 입히는 일

[문학의 곁] 보이지 않는 마음에 물성을 입히는 일 ― 원고를 읽고 한 권의 책을 만드는 북디자이너(@yj.archive) 권예진 아침이 되면 어김없이 파주로 향한다. 꼬박 40분 동안 고속도로를 달려 도착하는 곳은 유난히 나무가 빽빽하고, 고요한 정적이 감도는 파주출판도시다. 누군가의 손에 쥐어질 한 권의 책을 만드는 일. 이 일을 해온 지도 벌써 1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3평 남짓한 서재 책장 한편에는 유난히 가벼운 책이 있었다. 아버지가 늘 옆구리에 끼고 다니던 미국 페이퍼백이었는데, 한 장씩 넘길 때마다 눅눅하고 낯선 냄새가 났다. 그 옆으로는 규칙적으로 꽂힌 만화책들, 어린 손으로는 한 번에 들기도 버거운 역사책이 나란히 있었는데, 그때는 그게 종이 두께와 제본 방식의 차이라는 걸 몰랐다. 그저 어떤 책은 손에 착 감기고, 어떤 책은 자꾸 손에서 미끄러진다는 감각만 있었을 뿐이다. 중학생 때는 도서관에서 친구와 경쟁적으로 소설을 빌려 읽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그때부터 나는 이야기만큼이나 표지의 질감이나 판형이 주는 무게감에 자꾸 눈길이 머물렀다. 무슨 마법을 부린 것인지 무지갯빛이 반사되는 책이 있는가 하면, 까슬까슬 사포 같은 질감의 책도 있었다. 그렇게 직접 손끝으로 짚어보며, 책이라는 물성이 주는 낯설고 매력적인 감각을 좋아하는 취향이 생겨났다. 지금의 일을 시작하게 된 건, 내 안의 두 다른 감각이 우연히 겹친 순간부터였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공부하며 텍스트를 깊이 들여다보는 눈이 생겨났고, 한편으로는 마음 한구석에 늘 디자인에 대한 깊은 갈증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국어 시간과 미술 시간에만 눈을 반짝거리는 학생이었는데, 그 편식이 성인까지 쭉 이어질 줄이야. 하지만 어느 쪽으로도 깊이 파고들지는 않았고, 인정받지 못한 채 마음속에 잠들어 있었다. 그러다 서울북인스티튜트(SBI)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두 감각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었다. 책을 좋아하던 내가, 마침내 책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매일 가슴이 뛰었다. 문학출판사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막내 디자이너에서 팀장이 되기까지, 수많은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단편적인 이력만 보면 처음부터 탄탄대로를 걸어왔을 것 같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막내 디자이너였던 내게 주어진 일은 멋진 프로젝트가 아닌 중쇄 진행과 광고 작업이었고, 자리에는 전원을 켜면 ‘윙-’ 하고 사무실이 떠나갈 듯 요란한 소리를 내는 구형 맥이 놓여 있었다. 중쇄 작업을 하려면 어김없이 그 요란한 전원을 켜야 했는데, 그 소리가 어찌나 큰지 괜히 동료들 눈치가 보여 슬그머니 버튼을 누르곤 했다. 퇴근길 지하철에서나 집에서는 틈만 나면 단축키와 툴 사용법을 독학해야 했다. 정말이지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 시절 내 퇴근 후 일상은 낯선 용어와 디자인 프로그램 튜토리얼을 붙잡고 씨름하는 게 전부였다. ‘내가 정말 디자이너가 될 수 있을까?’ 화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르스름

  • 권예진
  •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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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주작가 지원사업] 우수시설 국외연수 후기 호주 도서관의 공간혁신과 문학 생태계를 살펴보다. - 시드니·멜버른 도서관 탐방기 - 김성하(인천광역시교육청중앙도서관 청소년문화공간 다누리 담당자) 2025년 문학상주작가 지원사업 우수시설로 선정되어 7박 9일간의 호주 국외연수에 참여하는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 이번 연수는 오랜 시간 도서관을 일터이자 삶의 공간으로 삼아온 사서로서의 정체성을 되돌아보고, 도서관과 문학, 문학과 지역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그 생생한 현장을 살펴보는 뜻깊은 여정이었다. 5월 19일 저녁, 인천공항을 출발해 10시간 넘는 비행을 마치고 시드니에 도착했다. 시드니 상공에서 마주한 붉은 여명은 긴 비행의 피로를 단숨에 잊게 만들었다. 도착해서 처음 만난 생명체는 현지에서 흔히 ‘쓰레기새'라 부르며 홀대한다는 호주흰따오기, ‘아이비스(Ibis)’였다. 노천카페 주변을 서성이며 사람들이 남긴 빵 조각을 가로채는 녀석들의 모습은 낮선 도시의 첫인상을 도리어 친근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어 시드니의 랜드마크인 하버 브릿지와 오페라 하우스를 마주하니, 비로소 이번 연수가 실감났다. 1. 시드니(Sydney): 전통과 혁신이 어우러진 도서관 문화의 현장 가. 뉴사우스웨일스 주립 도서관(State Library of New South Wales) 시드니 작가 축제(Sydney Writers' Festival)가 한창 열리던 5월 21일,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뉴사우스웨일스 주립 도서관을 찾았다. 1826년에 설립되어 올해로 주 전체 도서관 서비스 개시 200주년을 맞이한 곳이다. 정문의 웅장한 사암 돌기둥이 인상적인 이곳은 1942년에 완공된 고풍스럽고 웅장한 구관 '미첼 빌딩'과 호주 이주 200주년을 기념해 1988년에 지어진 후 최근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마친 '신관'이 매우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 단순한 도서를 열람하는 공간을 넘어 거대한 박물관이자 미술관의 역할의 충실히 수행하는 모습이었다. 웅장한 열람실은 벽면 전체를 채운 고서들과 클래식한 목재 책상, 아치형 천장과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이 어우러져 고풍스러운 지적 분위기를 풍겼다. 특히, 높은 곳의 책을 꺼낼 수 있도록 연결된 2층 구조의 난간과 계단이 분위기를 압도했다. 어린이도서관은 천장에 책들이 마치 새처럼 날아다니는 듯이 조형물이 매달려 있었고, 독창적인 도서 소개 사인물은 아이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도서관의 자료는 관내열람만 가능하다. 법정 납본 제도에 따라 뉴사우스웨일즈 주에서 출판되는 모든 도서의 원본과 역사적 기록물을 영구히 보존하는 것이 주립도서관의 핵심 임무이기 때문이다. 분실 위험이 있는 관외대출을 금하고 오직 관내 열람과 연구만을 허용하여 아카이브의 가치를 지켜내고 있었다. 도서관이 운영하는 '펠로우십 프로그램(Fellowship Program)'은 역사학자와 창작자들을 대상으로 최소 1,000AUD에서 최대 120,000AUD에 이르는 파격적인 창작

  •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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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만에 만난 호주

[문학상주작가 지원사업] 우수시설 국외연수 후기 30년 만에 만난 호주 김중석(시옷책방 상주작가) “호주라니!” 상주작가 우수시설에 선정되었다는 기쁜 소식과 함께 기대했던 해외연수의 행선지가 호주라는 메일을 확인하는 순간 실망감이 밀려왔다. 이전 해에는 유럽으로 다녀왔다고 알고 있었던 터라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호주라니. 하지만 연수를 하는 내내 그리고 돌아와서 되돌아보는 지금까지도 호주가 너무 좋았다. 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짧은 여정에 많은 문화공간과 아름다운 자연을 둘러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가진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즐거웠고 새로운 창작을 향한 에너지와 영감을 듬뿍 채운 시간이었다. 사실 호주는 30년 전 신혼여행으로 다녀온 곳이었다. 그때는 결혼식을 마치고 부랴부랴 비행기를 타고 여행사에서 안내하는 코스를 따라 몇 팀의 신혼부부들과 다녀오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딘가에 내리고 밥을 먹고 멋있는 자연을 보며 감탄했지만, 자세한 것은 모두 다 머릿속에서 지워진 상태였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기억에 선명한데 또 어디를 갔더라? 캥거루를 만나서 먹이를 주기는 했는데 이제는 어느 동물원이었는지도 가물가물하다. 그렇게 나의 호주는 아주 오래전 앨범을 뒤져야만 나오는 추억 속의 나라였다. 호주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몇 개의 이미지는 오페라 하우스, 캥거루, 코알라 그리고 거대한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 멋진 공원들 그리고 원주민들의 미술이었다. 그때의 호주와 지금의 호주는 무엇이 달라져 있을까? 기대감을 잔뜩 안고 출발했다. 비행기에서 내리니 맑고 청명한 날씨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어제까지 비가 내리고 우중충한 날씨였다는데 다행이었다. 우리 일행 중에 ‘날씨요정’이 있었는지 여정 내내 좋은 날씨 덕분에 즐거운 연수를 마칠 수 있었다. 공항을 벗어나 시내로 들어오니 그때의 호주가 조금씩 떠올랐다. 커다란 나무들, 온통 영어로 만들어진 간판들(아주 당연하지만) 익숙함이 밀려왔다. 며칠의 여정 동안 인상 깊었던 몇 개의 장면들을 기억해 본다. 1. 라이온 킹 뮤지컬 시드니에 도착한 첫날. 우리 일정에는 뮤지컬 ‘라이온 킹’이 관람이 포함되어 있었다. 창작자로서 부끄럽지만 뮤지컬은 몇 번 본 적이 없다. 공짜 티켓이 생겨서 다녀온 게 전부였다. 영어 대사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이미 영화로는 보았던 것이니 대충의 스토리는 이해가 되었다. (아! 영어의 벽. 이럴 때마다 영어 공부를 해둘걸, 이라는 후회) 공연이 시작되기 전 놀라웠던 모습은 극장의 분위기였다. 판매원이 돌아다니며 맥주와 음료와 음식을 팔고 옆 사람과 떠들고 인사하며 사진을 찍고 객석에서 바로 보이는 무대 옆쪽 매점에서 음식을 판매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보이는 공연 전의 풍경과는 많이 다른 풍경이었다. 내가 집중적으로 본 것은 무대 미술과 의상이었다. 한정된 무대에서 공간을 변화무쌍하게 만드는 게 얼마나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로 이루어졌을까? 무대의 일정 부분은 회전판을 사용하고 어떤 부분은

  • 김중석
  •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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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건

  • end1essummer

    문학광장에 포엠매거진의 등장이라니 ... 아무 생각 없이 읽어내리다 주인장 발견에 깜짝 놀랐습니다. 운동을 하면 건강해진다에 아무도 의문을 가지지 않는 것처럼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해진다 ! 라는 문장도 어느 수식어구가 필요 없다는 것 ..본인의 삶으로 증명해낸 사람이 적어 내린 글이라 더더욱 마음이 와닿네요좋아하는 것에 대해 그냥 좋다고 말하면서도누구보다 구체적이고 유려하게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이 본받고 싶어집니다 ! 앞으로도 오래오래 좋아하는 시들과 행복하시기를 .. *

    • 2026-05-19 15:08:12
    end1es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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