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뻔하고재미없는말이지만그래도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세요!
- 작성일 202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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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곁]
정말뻔하고재미없는말이지만그래도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세요!
배동훈
“언젠가 시가 내 인생을 구원해 주면 좋겠어.”
8년 전, 어느 군인의 일기에 적혀있던 문장입니다. 그렇습니다. 뻔하지만 사실 제가 쓴 문장입니다. 오랜만에 여름옷을 챙기러 들렀던 본가에서 오래된 일기장을 발견했습니다. 공군에서 근무하던 2018년 당시에 썼던 일기장이었습니다. 아직 군대 내에서 휴대폰이 자율화되기 전이라, 매일 점호가 끝나고 10분씩 짬 내서 썼던 일기들의 조각이 모여있는 다이어리 중간쯤에 써 있는 맥없는 문장, 시가 내 인생을 구원해 주면 좋겠다. 시기를 보니 아마 일병 말에 썼던 일기 같은데요. 꿈과 희망이 없는 군부대에서 20대 청춘을 보내다 보면 정신이 반쯤 돌기 마련입니다. 저런 가엾은 문장도 그때의 파편 중 하나일 것입니다. 과연 까까머리 공군 청년은 마침내 시에게 구원 받았을까요? 그 이야기,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출발 비디오 여행 톤으로).
안녕하세요. 포엠매거진입니다. 이제는 제 본명인 배동훈보다 포엠매거진이라는 이름으로 저 자신을 소개하는 일이 익숙하군요. 그만큼 제가 인스타그램의 망령으로 보내는 시간이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포엠매거진은 인스타그램에서 시를 소개하는 채널입니다. 소개한다기보다는 ‘영업’한다는 표현이 적절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대부분의 콘텐츠가 제 취향을 배경으로 하거든요. 그러니 내가 좋아하는 시와 시가 가진 매력을 사람들에게 알리려는, 마치 시식 코너처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이거 맛있으니 함 무봐라” 홀로 외치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왜 저는 2년 동안 시를 영업하고 있을까요? 이유야 당연합니다. 시를 좋아하기 때문이죠. 그것도 아주 많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입니다. 물론 그 일로 돈을 벌고, 인생을 책임져야 하는 경우라면 조금 다르겠지만, 저는 정말 감사하게도 어찌저찌 2년째 먹고살 만한 돈을 벌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버는 것만큼 짜릿한 일이 있을까요? 저는 이 상황이 너무 황홀해서 매일 밤 내 자신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잠에 들고, 아침에 일어나 지저귀는 새에게 영어로 말을 걸곤 합니다(공주풍 레이스 잠옷을 입고 있음). 물론 포엠매거진을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런 미래를 상상하지 못했어요. 저는 포엠매거진을 하기 위해 대기업에서 나왔거든요.
정확히 말하자면, 오직 포엠매거진을 위해 퇴사했던 것은 아닙니다. 세상의 많은 일의 배후에는 늘 복합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당시 저는 재직하던 회사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었고, 더 늦기 전에 시를 활용해서 뚜렷한 무언가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 무언가가 포엠매거진이라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단지 어떤 형태로든 ‘시를 알리고 싶다!’라거나, ‘최초로 시 인플루언서가 되겠다’는 막연한 바람뿐. 그렇게 다니던 회사를 나오고 약 일주일 뒤에 바로 ‘@poemmag’이라는 계정을 만들었어요. 포엠매거진이라는 이름도 아무 생각 없이 1초 만에 지었습니다. 곧 팔로워가 빠르게 늘더니 2년 만에 10만 팔로워를 달성했네요. 모두 여러분 덕분이고, 제 덕도 좀 있습니다. 샤라웃 투 퇴사한 나 자신.

사진1. 인스타그램 포엠매거진 @poemmag
자, 그렇다면 왜 하필 시였을까요? 이 이야기는 공군에 입대하기 전, 20살 새내기 배동훈의 여름 방학에서 시작됩니다. 20살의 배동훈은 코엑스에 위치한 어느 레스토랑에서 알바를 했습니다. 알바가 일찍 끝나면 코엑스 내 영풍문고에서 책을 읽는 것이 소소한 취미였죠. 사실 독서를 좋아한다기보다는 시끌벅적한 코엑스에서 조용히 숨을 만한 장소가 필요했었고, 그러기엔 서점이 적합했을 뿐입니다. 서점을 거닐다가 우연히 시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이라는 제목의 시집 앞에 멈춰 섭니다. 이토록 무책임한 책을 봤나, 일면식도 없는 나에게 사랑을 강요하다니. 과연 얼마나 좋을까 의심하며 책을 펼친 순간―배동훈은 번개를 100번 맞은 것 같은 충격과 각성에 휩싸입니다. 내가 이렇게 좋은 글을 살면서 읽은 적이 있었나?(사실 살면서 책을 많이 안 읽었습니다) 온몸에 소름이 돋고 도파민이 분비되는 것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곧장 책을 구매하고 그 길로 바로 집까지 단숨에 뛰어갔습니다. 땀에 젖은 채로 집에 도착해 책의 나머지를 다 읽고, 노트북을 켜서 나만의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날의 여름밤을 아직도 어제처럼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물안개가 낮게 깔린 삼성역의 언덕을 지나, 8차선 횡단보도를 가로질러 뛰어가던 두 다리. 얼굴에 자꾸 달라붙는 습기와 날벌레들. 미칠 듯이 쿵쾅대던 심장. 그러나 지치지 않던 두근거림. 처음이지만 인생이 바뀌는 순간임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사랑은 즐거워 시는 대단해

사진2. 배동훈 산문집 『사랑은 즐거워 시는 대단해』 표지 중
“시가 뭐가 그렇게 좋은가?” 아마 포엠매거진을 운영하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인 것 같습니다. 도대체 시의 어떤 부분이 그렇게 좋길래 10년 동안 매일 읽고, 아예 없던 직업을 만들어서 생업으로 삼을 생각까지 할 수 있는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2025년에 출간된 제 산문집 『사랑은 즐거워 시는 대단해』(2025, 포르체)에 기록되어 있습니다만, 결론적으로는 “그냥 좋다”라는 상당히 힘 빠지는 답변이긴 합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에 특별한 이유가 없는 것처럼,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것은 자의가 아닌 것처럼, 제가 시를 이토록 아끼는 데에도 거창한 이유는 없습니다. 첫 만남부터 좋았고, 10년째 읽어도 여전히 좋습니다. 이젠 숨 쉬듯 자연스레 좋아합니다. 그것이 전부입니다.
그러나 시를 좋아하는 이유가 고작 ‘그냥’이 전부라면 구태여 시간 내서 이 글을 읽는 여러분께 미안한 일이겠죠. 그래서 한 번 더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나를 10년째 끌어당기는 시의 대단한 매력은 무엇일까……. 일단 시는 짧아요. 그래서 부담 없이 읽기 좋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롱폼 대신 숏폼만 보는 것처럼요. 비유가 좀 별로인가요? 하지만 저는 진지하게 시가 텍스트계의 숏폼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집은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어도 되고, 한 편만 읽고 책을 덮어도 아무 문제 없거든요. 그렇다고 감흥이 떨어지는 장르도 아닙니다. 오히려 시를 읽고 난 뒤에 찾아오는 여운은 소설, 산문보다 더 클 때가 많아요. 그리고 시집은 지금 읽고 1년, 2년, 시간이 흐른 뒤에 읽어도 달라요. 시는 그대로지만, 시를 읽는 ‘나’의 삶이 변했기 때문이죠. 한 권의 책으로 다양한 인상을 느낄 수도 있으니, 가성비가 좋은 책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시는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시를 통해 전에는 알아채지 못했던 감정을 응시하고, 나만의 언어로 이름을 붙여줄 수도 있지요. 가령 이런 것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단순히 ‘너를 많이 사랑해’라고 말하는 것보다, ‘너는 내 왼쪽 가슴 아래에 온 통증이야1)’ 라고 편지를 써줄 수도 있습니다. 내 심장에 찾아온 이 통증은 너일 수밖에 없다는 고백. 그것은 ‘사랑해’라는 말을 선물 상자에 포장하는 행위가 아니라, 고가의 백자를 헝겊으로 깨끗이 닦듯 ‘사랑해’라는 가장 투명하고 아름다운 상태로 상대방에게 전하는 것이죠. 이처럼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는, 세상을 고해상도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시의 힘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저는 여러분께 시를 영업하려고 온 것은 아닙니다. 그건 이미 인스타그램에서 활발하게 하고 있습니다. 오늘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좋아하는 일을 하자’입니다. 뻔하디뻔하죠. 미디어에서는 꼭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그걸 하라고 강요하듯이 말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따라오는 장점들을 나열하면서 꼭 한번 해보시라고, 스마트폰 속 대머리 외국인 남성이 팟캐스트에서 귀에 딱지가 지도록 떠듭니다. 그리고 이 글에서 저 역시 시를 언급하며 여러분께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고리타분한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그것이 여러분의 행복을 보장하는 가장 당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운동을 하면 건강해집니다’라는 말에 그 누구도 토를 달지 않습니다. ‘에이, 운동한다고 어떻게 건강해져?’라며 의심하지도 않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해진다’는 말도 똑같습니다. 의심하지 마세요. 너무나 당연한 수순입니다. 물론 누군가는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되면 불행해진다던데?’라는 말로 반박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이때 불행이란 것은 단순히 ‘행복하지 않다’는 단순한 상태가 아니라, 여러 감정이 뒤얽힌 복합적인 감정입니다. 평생 지속되는 하나의 상태가 아니란 말입니다. 좋아하는 일 뒤에 찾아오는 불행 속에는 잔잔한 행복도 숨어있고, 반대로 행복 안에는 권태와 불안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평생 커피를 사랑해 온 사람이 자신의 카페를 차렸다고 해서 앞으로 영원히 행복하거나 불행하지는 않습니다. 행복과 불행을 외줄타기처럼 왕복하며 사는 것입니다. 인생은 원래 우울과 평안, 권태와 불안 사이에서 방황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불행보다 행복의 빈도가 더 잦다는 사실입니다. 살면서 수차례 저 자신에게 실험해 본 결과가 그렇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같은 일을 해도 덜 피곤하고, 밤을 새워도 지치지 않는 상태가 됩니다. 하루가 24시간인 것이 아까워서 자의로 내일 할 일을 미리 앞당겨 할 때도 있습니다. 순수하게 나의 의지로 일을 벌이고, 더 많은 업무를 하겠다고 다짐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해본 사람은 압니다. 내가 주도하는 나의 삶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인간으로서 너무나 당연한 것임을.
시는 제가 온갖 마음을 퍼다 주어도 아깝지 않은 대상이었습니다. 저울처럼 마음을 재지 않고, 그저 하염없이 좋아할 수 있는 것, 여러분의 삶에도 그런 존재가 있었으면 합니다. 시가 아니어도 됩니다. 시를 읽지 않아도 되고, 문학을 사랑하는 여러분이 미래에 꼭 문학과 관련된 직업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더 많은 것을 좋아하게 되실 겁니다. 그것들을 꾸준히 하세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 여러분만의 방법을 찾아서 어엿한 직업을 만들어도 좋겠습니다. 아무튼 꼭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라는 것, 그것만은 이 글에서 여러분께 강요하고 싶었습니다.
<짧은 시집 추천>
자, 다시 정신 차리고 시 이야기를 해봅시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대부분 이미 시를 꽤 좋아하는 분들이겠죠. 그래서 시집을 추천해야 할지 말지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시잘알’인 여러분이 보기에 괜히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요. 그러나 반대로, 문학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꽤나 포용적인 분일 것이라고 혼자 마음껏 착각해 봤습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줄 알고, 존중의 태도가 기저에 깔려있을 분이라고……. 저는 여러분을 그렇게 오해하겠습니다.

사진3. 마종기,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2008, 문학과지성사)
참 맑은 시집입니다. 제목과 다르게 이토록 맑은 눈동자로 세상을 바라보면 사랑의 나라가 보일 것만 같습니다. 저는 시집을 구매할 때 시집의 표지력(표지 디자인의 느낌이 좋은 정도)을 중요하게 보는데요, 이 시집은 표지력이 상당합니다. 연갈색 테두리 안을 채운 연분홍 직사각형. 제가 채도가 낮은 색을 좋아해서 그런지 표지를 보면 일단 펼쳐서 읽고 싶어요. 자꾸만 손이 가는 시집입니다.

사진4. 김이듬,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한 계절이 지나갔다』 (2025, 민음사)
아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이라면 익히 아실 수도 있습니다. 제가 포엠매거진 피드에서 아주 추천했던 시집이거든요. 개인적으로 2025년에 나온 시집 중에서 제일 좋았습니다. 김이듬 시인은 이제 어떤 경지에 도달했다고 봐도 될 정도로 ‘시 도사’가 되신 것 같습니다.

사진5. 조해주, 『가벼운 선물』 (2022, 민음사)
첫눈에 반하는 사랑이 있는 것처럼, 첫 페이지부터 사랑에 빠지는 시집이 있습니다. 이 시집이 근래 저에게 가장 사랑스러웠던 시집입니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읽다가 그 자리에서 완독했고, 포엠매거진에 콘텐츠도 올렸었네요. 타인의 존재와 관계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좋아하실 겁니다.
이렇게 가볍게 세 권의 시집을 추천해 봤는데요. 세 권을 고르며 이 원고의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그만큼 신중히(?) 골랐으니……. 한 번 읽어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세상에는 좋은 시집이 너무나 많습니다. 기쁜 일이기도 하지만 어떨 때는 버겁기도 합니다. 부지런하게 읽지 않으면 어느새 신간이 와르르 쏟아져 나오거든요. 저는 음악을 듣는 것도 좋아해서 평소에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디깅해서 듣는 편인데요. 좋은 음악을 찾는 과정이나, 시를 읽는 과정이나 똑같은 것 같아요. 가만히 있는다고 좋은 작품이 저에게 찾아오지 않고, 누가 더 노력했느냐, 누가 더 많이 두 발로 뛰었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천성이 게으르지만 의도적으로 바쁘게 살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다 보면 마법처럼 좋은 시를 만나게 되고, 콘텐츠로 만들어 구독자분들께 소개해 드리고 싶고, 좋은 시를 알려줘서 고맙다는 댓글을 보게 되면 하루 종일 히죽대며 웃습니다. 그 변태 같은 즐거움으로 저는 살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포엠매거진을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힘이 닿는 데까지는 포엠매거진을 해야죠’라는 말을 했었는데, ‘굳이 왜 그래요. 힘들면 그만하세요.’라는 답을 들었습니다. 가끔 그 단순한 응원의 말을 떠올리며 살아갑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좋아할 수 있을 때까지 해야겠구나. 힘들면 또 다른 일 찾아서 해봐야지. 굳이 나를 혹사하지는 말자. 그러니 지금, 제가 아직 시를 열렬히 사랑하고 있는 시기에 여러분을 만나 다행입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시는 제 인생을 순식간에 구원해 주지 않았습니다. 구원을 바라는 순간마다 내가 모르는 곳에서 조금씩 구원해 주고 있었습니다. 지금의 인생을 살게 된 것은 모두 시의 장기적인 계획일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 순간에도 시는 저를 구원해 주고 있습니다. 야금야금,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열렬히 나를 응원하며. 저도 세상 어딘가에서 이 글을 읽고 있을 여러분을 응원하겠습니다. 응원하는 제 모습이 보이면 부담스러우실 테니, 300미터 떨어진 뒤에서 전봇대에 숨어 10데시벨 정도의 목소리로 조용히 혼자 외치고 있겠습니다.
‘화잇띵…★’
1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대 킹갓 인플루언서 포엠매거진 배동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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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곁〉은 창작자뿐 아니라 문학을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하고 확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책이 독자에게 닿기까지의 과정에 머무는 사람들, 문학과 독자 사이 어딘가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
1) 장석남,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2001, 창비)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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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e Schildkröte und der Tiger 거북이와 호랑이[레지던시 일기] Die Schildkröte und der Tiger 거북이와 호랑이 ― 한국에서 ‘레지던스 작가’로 보낸 4주의 시간 하인츠 야니쉬 (번역 김서정) I. 존중받는 느낌. 한국에서 보낸 4주간(2026년 3월 28일부터 4월 24일까지)을 돌아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이 이것입니다. 나와 내 가족이 받은 대접, 우리를 대하는 사람들의 정성, 나의 책과 문학 작업에 대한 존중. 내 책들(원서와 한국어 번역본)은 남이섬의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그림책 홀이나 서울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건물 진열장에만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나와 대화를 나눈 사람들 모두 내 책을 잘 알고 있더군요. 희한하게도, 내 책의 글과 그림에 대한 명확하고도 박학한 질문이 주어졌습니다. 희한하게도, 그림책의 언어와 그림의 어울림에 대해 아주 꼼꼼하게 인지하고 언급하는 코멘트도 있었습니다. 나는 내 책을 한국에서 낸 출판인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책의 어떤 부분은 원본을 살짝 벗어나 새로운 포맷을 입기도 했는데, 그 섬세한 만듦새에 완전히 납득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를테면 볼프 에를브루흐가 그림을 그린 (한국어본 제목 : )의 한국어본은 원본과 달리 세로가 더 긴 포맷으로 나왔습니다. 책 속의 작은 왕에게 갑자기 더 큰 공간이 주어졌는데, 그게 이야기와 아주 잘 어울려 보였습니다. 한국에서 머무르는 4주 동안 나는 출판인, 번역자들과(글자 그대로 모두 여성이었지요)(* 역주 : 독일어의 명사에는 남성과 여성의 구분이 있습니다. 작가는 보통의 경우 남성형 명사와 여성형 명사를 모두 씁니다. ‘대화 상대(남성형)과 대화 상대(여성형)’ 이런 식입니다. 그런데 이 문장에서 출판인과 번역자의 여성형만 쓰고 이런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모두 여성인 게 아주 인상적이었던 모양입니다.) 아주 흥미로운 대화를 많이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여성) 그림책 작가들과 (남성) 그림책 작가들, (여성) 글 작가들과 (남성) 글 작가들과도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우리는 책을 보여주고, 의견을 주고받고, 책도 주고받았습니다. 친절한 통역의 도움을 받아 이 ‘책나라’ 사람들은 특별한 책들에 대한 사랑으로 확실히 연결될 수 있었습니다. II.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서 그쳤던가? 짧은 되돌아봄. 모든 것은 트리에스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2024년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바닷가 도시에서 나는 내 문학 작업에 주어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받았습니다. 경사스러운 시상식은 말 그대로 경사스러운 잔치가 되었습니다. 16살 난 우리 딸은 “내 생애 최고의 파티”였다고 하더군요. 70개국에서 온 600명 이상의 사람들이 IBBY 총회에 모였습니다. 어린이문학에 대한 사랑 하나로 뭉친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었지요. IBBY는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International Board on Books for Young People의 약자입니다.
- Heinz Janisch
- 202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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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라디오 드라마를 만났을 때[문학의 곁] 소설이 라디오 드라마를 만났을 때 ― 책 읽는 사회를 위한 서현이 1. ON AIR 스튜디오 출입문에 불이 들어왔다. 붉은색의 ‘ON AIR’ 글씨가 선명하다. 드디어 큐 사인이 떨어지고 소설이 라디오 드라마를 만났다. 이제 소설 속 단어는 목소리 연기자 성우들을 만나 살아 움직일 것이며 쉼표ㅇ와 숨표는 호흡이 되어 깊이를 더할 것이다. 숨을 쉬기 시작한 문장은 음향효과를 만나 시간과 공간이 만들어질 것이고 음악을 만나 날개를 달 것이다. 소설이 라디오 드라마를 만나면 또 하나의 생명을 얻게 된다. 사진. KBS 제작 모습 2. 오프닝 혹은 여정의 출발 소설이 라디오 드라마를 만나기까지의 여정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전부터 시작된다. 1년 전부터 작품을 준비하는 경우는 특별히 의미가 있는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작가의 탄생 100주년이라든가 어린이날 제정 100주년, 삼일절 특집 같은 기획이 여기에 해당한다. 특별한 기획이 아닌 경우 통상 3~4개월 전부터 준비한다. 라디오 드라마가 만나고 싶은 소설에 제한은 없다. 다만 어려운 점은 존재한다. 만남을 방해하는 가장 큰 방해 요소는 2차 저작물 저작권료다. KBS 측에서 책정한 저작권료를 상대측에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만남은 성사될 수 없다. 라디오 드라마와 소설의 만남을 방해하는 또 다른 장애물은 다시 듣기(=다운로드)다. 다시 듣기도 넓은 의미에서 저작권에 포함이 되겠지만 다시듣기만을 제한하는 곳도 있다. 이 경우 최대한 조정해 보지만 불발되면 소설과 라디오 드라마는 만날 수 없다. 3. 소설과 라디오 드라마의 주파수 맞추기 라디오 드라마의 주파수와 잘 맞는 소설은 어떤 작품일까? 주파수를 궁합으로 바꿔도 무방하다. 소설과 라디오 드라마 사이에 궁합이라는 게 존재할까? 당연히 존재한다. 그렇다면 궁합이 잘 맞는 작품은 어떤 작품일까? 간단하게 정리하면 ‘소설을 읽었을 때 그림이 그려지면서 쉽게 이해되는 작품’이다. 소설가들은 반문할지 모른다. ‘소설 문장은 서술과 묘사로 이뤄져 모든 상황을 그림으로 그릴 수는 없다. 그리고 소설은 책을 덮은 후에도 깊이 사유하게 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 맞는 말이다. 그게 소설의 힘이자 매력이다. 더구나 90년대 이후 한국소설은 의미와 가치보다는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려는 경향이 뚜렷했고 그 결과 기발한 방법으로 형상화하는 소설들도 대거 발표되었다. 다양화된 소설 중에는 읽는 즉시 이해가 되는 작품도 있지만 두세 번 읽어야 하는 작품도 있다. 그런데 라디오 드라마 청취자들은 방송을 듣는 동시에 그림그리기를 원하고 듣는 즉시 이해하기를 원한다. 바로 그 차이, 읽는 소설과 듣는 라디오 드라마 주파수의 차이를 맞추는 게 라디오 드라마를 제작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방송 글의 기본은 구어체이면서 쉬워야 한다. 방송 진행자들이 하는 말을 상상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간혹 대중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가 있을 때 진행자는
- 서현이
- 202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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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서울제대로도서전, 또 하나의 작은 책 축제를 만나다[도서전 참관기] 제1회 서울제대로도서전, 또 하나의 작은 책 축제를 만나다 정대훈 프롤로그 서울국제도서전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오늘 또 하나의 도서전을 찾았다. 규모는 훨씬 작았지만, 최근 출판계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새로운 시도라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현장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 행사장에 도착한 시간은 개장 약 30~40분 전. 예상했던 것처럼 행사장은 한산했다. 몇 년 전 서울국제도서전이 지금처럼 대규모 축제로 자리 잡기 전의 분위기가 떠올랐다. 사람들은 드문드문 모여 있었고,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는 도서전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들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 노들섬에 도착했을 때. 서울국제도서전의 여운을 안고 또 하나의 책 축제를 찾아왔다. 맑은 하늘만큼이나 오늘은 조금 여유로운 도서전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 개장 전 풍경. 아직은 사람들이 드문드문 모여 있었다. 오래전 서울국제도서전이 지금처럼 북적이기 전, 그 시절의 익숙한 풍경이 문득 떠올랐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 느긋하게 책을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작은 공간을 가득 메운 책의 열기 개장과 동시에 사람들이 순식간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행사장 규모는 서울국제도서전의 대형 부스 몇 개를 합친 정도에 불과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발 디딜 틈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붐볐다. 게다가 사람들은 빠르게 지나가지 않았다. 부스마다 멈춰 서서 책을 펼쳐 보고, 출판사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이동했다. 덕분에 행사장의 동선은 한참 느렸지만, 그만큼 책을 중심으로 한 시간이 어느 정도 만들어지고 있었다. 가족 단위 관람객과 어린이를 동반한 방문객도 많았고, 조선대학교 학생들의 단체 관람도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어린이책과 그림책의 비중이 상당히 높았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점은 출판사 부스의 분위기였다. 서울국제도서전에서는 젊은 직원들이 운영하는 부스를 많이 볼 수 있었다면, 이곳에서는 작은 출판사의 대표나 편집장이 직접 독자를 맞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책에 관한 이야기가 조금 더 깊게 이어지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었다. ▶ 불과 몇 분 만에 달라진 풍경. 조금 전까지 한산했던 공간은 개장 시간이 다가오자, 순식간에 긴 대기 줄로 바뀌었다. ‘오늘은 여유롭게 둘러보겠구나’ 했던 기대는 이때부터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예상보다 훨씬 뜨거웠던 내부. 공간은 크지 않았지만, 출판사와 독자들 사이에는 끊임없이 대화가 이어졌다. 발걸음은 느렸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대부분 책 위에 머물러 있었다. 도서전의 또 다른 즐거움은 예상하지 못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다. 이번에도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조선대학교 양경언 문학평론가였다. 서울국제도서전에서도 그랬지만, 도서전은 책만 만나는 공간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업계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근황을 묻고, 짧은 대화 속에서 새로운 소식도 듣게 된다. 책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다시 연결되는 장소라는 점에서
- 정대훈
- 2026-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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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광장에 포엠매거진의 등장이라니 ... 아무 생각 없이 읽어내리다 주인장 발견에 깜짝 놀랐습니다. 운동을 하면 건강해진다에 아무도 의문을 가지지 않는 것처럼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해진다 ! 라는 문장도 어느 수식어구가 필요 없다는 것 ..본인의 삶으로 증명해낸 사람이 적어 내린 글이라 더더욱 마음이 와닿네요좋아하는 것에 대해 그냥 좋다고 말하면서도누구보다 구체적이고 유려하게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이 본받고 싶어집니다 ! 앞으로도 오래오래 좋아하는 시들과 행복하시기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