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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문학이었다

  • 작성일 2025-10-01

[문학상주작가 지원사업] 우수시설 국외연수 후기(노작홍사용문학관)


   결국은 문학이었다



노작홍사용문학관 정란희 작가


   노작홍사용문학관의 상주작가로서 가게 된 영국 연수는 나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만들었다. 공항에서 일행들의 반짝이는 미소가 나를 맞아주었을 때부터 이 연수가 이상하고 진기한 체험이 될 거라는 예감이 번쩍이긴 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토끼를 따라간 앨리스처럼, 나는 그렇게 영국으로 가는 토끼굴로 뛰어들었다. 토끼굴은 작고 좁으면서도 끝이 없었다. 작은 공간에 끝없이 갇혀 있었지만 동시에 이동하고 있었고, 14시간이 지나 낯설고 기이한 ‘영국’이라는 이상한 나라에 굴러떨어졌다.

   영국은 나에게 해리포터의 나라이기 이전에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였다. 전 세계인이 지켜본 올림픽 개막식을 자국의 문화 콘텐츠로 가득 채워 문화 강국의 자부심을 뿜어냈던 나라, 최근에는 브렉시트와 경제불황이라는 말로 더 많이 회자 되는 나라, 그러면서도 문학 선진국을 생각하면 여전히 1, 2위에서 한 번도 내려온 적이 없는 나라, 그것이 내가 영국에 대해 가진 단편적인 인식의 대부분이었다. 

   영국 연수에서 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영국작가 루이스 캐럴의 동화, 1865년)가 직면한 놀라움과 진기함을 보고, 듣고, 체험했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낯섦’이었고, 이전에는 본 적 없던 ‘놀라움’이었고, 듣지 못한 ‘새로움’이기도 했다. 직접 보고 체험한 문화는 새로웠고 많은 영감과 배울거리, 생각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그런데 이상한 나라의 ‘놀라움’은 토끼굴 속 나라의 진기함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앨리스 자신의 이상한 변화-쪼그라들고, 커지고, 목이 길어지고, 당돌해지고- 때문이었을까? 앨리스의 영국 연수는 앨리스가 체험한 문화 강국 영국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영국에 도착한 앨리스가 그 나라에서 겪은 진기한 변신 이야기이기도 하다. 



1. 에든버러 북 페스티벌


   세계 최초의 문학 도시인 에든버러는 옛 스코틀랜드왕국의 수도답게 문화와 정치, 관광의 중심지였다. 특히 『셜록 홈즈』의 작가 아서 코난 도일, 『해리포터』의 작가 J.K 롤링, 『아이반호』를 쓴 월터 스콧 등 많은 작가를 배출한 도시로 유명하다.

   우리가 에든버러 북 페스티벌에 도착한 날은 8월 19일, 비가 오리라는 일기예보가 무색하게 하늘이 눈부시게 맑은 날이었다. 8월 9일부터 24일까지 16일 동안 진행되는 축제장은 무척 안정되고 평화로운 느낌이었다. 본관으로 여겨지는 건물 2층에 오르자 어린이들이 동화책을 들고 한 줄로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강연을 마친 동화작가의 사인을 받기 위해 어린이들이 기다리는 것이었다. 동화작가는 밝은 표정으로 어린이들의 이름과 함께 정성스레 사인을 해주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다정한 풍경이었다. 



   다양한 책과 일러스트와 어린이들의 참여 마당을 둘러본 다음, 관계자 미팅을 위해 마당으로 나왔다. 그때 바로 눈에 띈 것은 차양 아래에서 쿠션을 베고 눕거나 엎드린 어린이들이었다. 자세히 보니 작가 한 명이 그림책을 펼쳐 들고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서너 명을 뺀 어린이들 대부분이 편한 자세로 듣고 있었다. 발끝을 까딱거리며 누워서도 작가의 말에 웃거나 호응을 보내기도 했다. ‘어른의 말은 바른 자세로 듣는 거’라는 교육에 길들여진 나에게 아주 선선하고 인상적인 풍경이었다. 문화의 차이도 있겠지만, 신비주의적 권위 없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듣는 독서’를 하며 책과 만나는 어린이가 앞으로 책을 싫어할 리는 절대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 청소년들이 ‘책을 읽지 않고 미디어에 빠져들어 고민’이라는 나라가 갈수록 많아지는 시대에 어쩌면 가장 편하고 쉬운 접근이 그들에게 책과 친구가 되게 하는 지름길일 지도 모른다. 

   관계자에게 ‘에든버러 책 축제 700개 프로그램 중 어린이 프로그램 비중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북스타트 운동을 처음 만든 나라답게 유아 독서와 문화복지, 시민단체와의 네트워킹, 독서 챌린지, 글쓰기 등의 프로그램 또한 무척 풍성했다. 또한 전날 <황석영 작가와의 만남>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지난해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김주혜의 톨스토이문학상 수상의 쾌거로 K-문학이 세계인들의 관심을 모으는 이때, <황석영 작가와의 만남>이 유럽의 독자들에게 우리 문학을 더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



2. 스코티시 스토리텔링센터


   세계 최초의 현대식 스토리텔링 전용센터인 스코티시 스토리텔링센터는 주민들과 방문객들을 위한 복합문화예술 공간으로서 스코틀랜드의 옛이야기를 비롯한 다양한 예술 프로그램들을 선보이는 곳이다. 또한 그곳을 찾는 누구에게나 스코틀랜드에 관한 전통구술문화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곳이기도 하다. 스토리텔링센터 다니엘 아베크롬비(Daniel Abercrombie) 팀장이 말해주었던 운영 철학은 ‘눈에서 눈으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가슴에서 가슴으로’였다. 전통적인 스코틀랜드 여행자의 격언이라는 이 말은 창작자, 배우, 관객의 깊은 공감과 폭넓은 소통의 중요성을 이야기한 것 같다. 

   스코틀랜드 전통문화기금으로 운영되는 스토리텔링센터는 해마다 10월에 스토리텔링 축제 또한 주제별로 진행한다. 날씨가 추워지고 어두워지고 모든 축제가 끝난 시기에 비로소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이다. 또한 스코틀랜드 출신 작가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하여 그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집필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 1층에는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카페와 전시관, 스토리텔링 관련 서적과 기념품 파는 곳이 있었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많은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된 것처럼 하나같이 여유로워 보이고 친절했다.

   우리는 100석 규모의 네더보우 극장에서 지난해 센터 수상작인 <늑대가 태양을 삼킬 것이다>라는 공연을 관람했다. 18세기 스코틀랜드에서 사냥으로 멸종된 늑대에 관한 이야기였다. 우리의 옛이야기에 해학과 익살, 욕심꾸러기 캐릭터가 호랑이인 것처럼 영국의 옛이야기에서는 영웅이나 악당 캐릭터로 늑대가 자주 등장한다. 지금은 인간의 사냥으로 멸종된 두 동물이지만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는 이야기 속 친구들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숱한 예술작품에 지금까지도 호랑이와 늑대가 큰 소리로 호명되는 것은 그 동물들에 대한 사람들의 미안함이 남아서인 줄도 모르겠다. 

   ‘노르웨이 선조들은 늑대 두 마리가 원을 그리며 돌고 있다고 믿었다~’

로 시작하는 배우의 노랫소리가 아직도 귀에 들리는 듯하다. 보름달과 소녀 그림이 선명했던 그림자극의 단출하면서도 정감 있던 무대 또한 눈에 선하다. 그리고 무척 특이한 점이 하나 있었는데 시니어 관객들이 대부분이었다는 것이다. 옛이야기에 대한 아련한 기억과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많은 시니어 층을 위해 우리 공연계도 옛이야기들을 무대에 올려도 좋을 것 같았다.




3. 노리치 국립문예창작센터


   이야기의 도시 노리치에는 우리나라 작가들에게 익숙한 노리치 국립문예창작센터가 있었다. 중세 상인 로버트 톱스(Robert Toppes)가 1430년경에 발트해 참나무로 지었다는 드래곤 홀은 긴 역사를 담고 당당하게 서 있었다. 대들보에 용 모양의 조각이 새겨져서 드래곤 홀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는 이 공간은 건축 당시에는 수입된 상품을 전시 판매하는 무역회관이었다. 로버트 톱스 사후에는 주택, 술집, 상점으로 쓰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주민들의 교류의 장, 문학 행사를 여는 축제의 장으로 쓰이고 있다. 매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20여 명의 작가들이 와서 작품 발표를 하거나 이웃 주민들과 함께 소통하고 문학으로 연대하는 곳이기도 하다. 

   국립문예창작센터는 현재 문학 워크숍, 강연, 축제, 학교 대상 교육 프로그램, 가족을 위한 창작 이벤트 등 문학 관련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상시 진행하고 있다. 또한 문학 관련 전문가들이 국제적으로 협업하고 교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ILX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2024년에서 2026년까지는 ILX가 ‘도약하는 시기’로 정해서 활동하는 중인데 영국, 인도네시아, 우크라이나 등과 함께 우리나라도 함께하고 있다. 

   작가 집필실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 벽면 책꽂이에는 국립문예창작센터에 다녀온 우리나라 작가들의 저서가 꽂혀 있어서 무척 반가웠다.




4. 돌아오는 길


   유서 깊은 공공도서관과 박물관, 여러 서점들을 방문하고 마지막으로 간 곳은 런던 해리포터 스튜디오였다. 해리포터의 마법 세계를 구현해 낸 세트장, 영화 제작에서 쓰인 실제 소품들, 특수효과 장치들이 실내 스튜디오와 야외 공간까지 빼곡히 차 있었다. 세계 각지의 여행객들 사이에서 어린이들의 감탄과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살인적인 영국 물가에도 여행객이 끊이지 않는 힘은 어디에서 올까? 결국 문학이다. 문학 작품이 주는 재미와 감동이 독자를 움직이게 한 것이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문화 보존도 사회를 지탱하는 귀중한 자산이 되지만, 무엇보다 문화 산업에 중요한 부분은 글, 문학이다. 

   처음 내가 북스타트 운동을 알았을 때, 영국은 정부와 관련 단체와 시민들이 손을 잡고 독서 교육을 충실히 해가는 나라, 작가들이 되도록 집필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여러 제도들을 마련해 가는 나라, 교통요지에 공공도서관을 세워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는 나라였다. 그때 그들이 많이 부러웠다. 하지만 달라졌다. 지금은 우리도 그들에게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내 1300여 개의 공공도서관이 항상 독서 운동을 벌이고, 국가 주도하에 국제교류와 창작지원사업, 문학시설 상주작가 지원사업 등 여러 사업들을 진행하고 시대에 발맞춰 새 사업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번 연수가 내 문학의 방향과 우리 문학의 좌표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영국 독서 시스템의 안정성이 피부에 와 닿았지만, 그에 앞서 우리나라의 문화 강국으로의 도약과 노력이 내 눈에 가장 먼저, 크게 들어왔다. 이는 그동안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해온 예술가들의 노력과 국내 예술인 복지와 창작 지원, 국제교류에 대해 지원을 아끼지 않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노력 덕분일 것이다. 지속된 노력으로 문화의 위상을 바꿔 독서 문화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앨리스가 체험한 이상한 나라의 ‘놀라움’은 토끼굴 속 나라의 새로움과 진기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 본질은 어쩌면 앨리스 자신의 변화-쪼그라들고, 커지고, 목이 길어지고, 당돌해지고-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문학 강국의 모습에 위축되어 쪼그라들고, 그들의 문화를 바라보며 생각이 커지고, 우리의 문화 콘텐츠와 현재 상황을 보며 우쭐해지고, 끝내는 당당해지는 이야기였던 것이다.

   잠에서 깬 앨리스는 서둘러 집으로 달려간다. 영국 연수는 꿈속 이야기 같지만, 앨리스가 체험한 기억은 그녀에게 뚜렷한 사실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또 다른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 영원히 이 세상에 남게 될지도 모른다. 

    

    

<2024 문학기반시설 상주작가 지원사업>에 선정된 우수시설 담당자, 상주작가의 역량 강화를 위하여 문학의 나라 영국의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를 탐방하고 우수사례를 경험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2025년 8월 18일부터 25일까지 이어진 6박 8일간의 참여자들의 이야기들은 문장웹진–모색 10월호에서 총 6편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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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마음에 물성을 입히는 일

[문학의 곁] 보이지 않는 마음에 물성을 입히는 일 ― 원고를 읽고 한 권의 책을 만드는 북디자이너(@yj.archive) 권예진 아침이 되면 어김없이 파주로 향한다. 꼬박 40분 동안 고속도로를 달려 도착하는 곳은 유난히 나무가 빽빽하고, 고요한 정적이 감도는 파주출판도시다. 누군가의 손에 쥐어질 한 권의 책을 만드는 일. 이 일을 해온 지도 벌써 1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3평 남짓한 서재 책장 한편에는 유난히 가벼운 책이 있었다. 아버지가 늘 옆구리에 끼고 다니던 미국 페이퍼백이었는데, 한 장씩 넘길 때마다 눅눅하고 낯선 냄새가 났다. 그 옆으로는 규칙적으로 꽂힌 만화책들, 어린 손으로는 한 번에 들기도 버거운 역사책이 나란히 있었는데, 그때는 그게 종이 두께와 제본 방식의 차이라는 걸 몰랐다. 그저 어떤 책은 손에 착 감기고, 어떤 책은 자꾸 손에서 미끄러진다는 감각만 있었을 뿐이다. 중학생 때는 도서관에서 친구와 경쟁적으로 소설을 빌려 읽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그때부터 나는 이야기만큼이나 표지의 질감이나 판형이 주는 무게감에 자꾸 눈길이 머물렀다. 무슨 마법을 부린 것인지 무지갯빛이 반사되는 책이 있는가 하면, 까슬까슬 사포 같은 질감의 책도 있었다. 그렇게 직접 손끝으로 짚어보며, 책이라는 물성이 주는 낯설고 매력적인 감각을 좋아하는 취향이 생겨났다. 지금의 일을 시작하게 된 건, 내 안의 두 다른 감각이 우연히 겹친 순간부터였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공부하며 텍스트를 깊이 들여다보는 눈이 생겨났고, 한편으로는 마음 한구석에 늘 디자인에 대한 깊은 갈증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국어 시간과 미술 시간에만 눈을 반짝거리는 학생이었는데, 그 편식이 성인까지 쭉 이어질 줄이야. 하지만 어느 쪽으로도 깊이 파고들지는 않았고, 인정받지 못한 채 마음속에 잠들어 있었다. 그러다 서울북인스티튜트(SBI)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두 감각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었다. 책을 좋아하던 내가, 마침내 책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매일 가슴이 뛰었다. 문학출판사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막내 디자이너에서 팀장이 되기까지, 수많은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단편적인 이력만 보면 처음부터 탄탄대로를 걸어왔을 것 같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막내 디자이너였던 내게 주어진 일은 멋진 프로젝트가 아닌 중쇄 진행과 광고 작업이었고, 자리에는 전원을 켜면 ‘윙-’ 하고 사무실이 떠나갈 듯 요란한 소리를 내는 구형 맥이 놓여 있었다. 중쇄 작업을 하려면 어김없이 그 요란한 전원을 켜야 했는데, 그 소리가 어찌나 큰지 괜히 동료들 눈치가 보여 슬그머니 버튼을 누르곤 했다. 퇴근길 지하철에서나 집에서는 틈만 나면 단축키와 툴 사용법을 독학해야 했다. 정말이지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 시절 내 퇴근 후 일상은 낯선 용어와 디자인 프로그램 튜토리얼을 붙잡고 씨름하는 게 전부였다. ‘내가 정말 디자이너가 될 수 있을까?’ 화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르스름

  • 권예진
  •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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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도서관의 공간혁신과 문학 생태계를 살펴보다

[문학상주작가 지원사업] 우수시설 국외연수 후기 호주 도서관의 공간혁신과 문학 생태계를 살펴보다. - 시드니·멜버른 도서관 탐방기 - 김성하(인천광역시교육청중앙도서관 청소년문화공간 다누리 담당자) 2025년 문학상주작가 지원사업 우수시설로 선정되어 7박 9일간의 호주 국외연수에 참여하는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 이번 연수는 오랜 시간 도서관을 일터이자 삶의 공간으로 삼아온 사서로서의 정체성을 되돌아보고, 도서관과 문학, 문학과 지역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그 생생한 현장을 살펴보는 뜻깊은 여정이었다. 5월 19일 저녁, 인천공항을 출발해 10시간 넘는 비행을 마치고 시드니에 도착했다. 시드니 상공에서 마주한 붉은 여명은 긴 비행의 피로를 단숨에 잊게 만들었다. 도착해서 처음 만난 생명체는 현지에서 흔히 ‘쓰레기새'라 부르며 홀대한다는 호주흰따오기, ‘아이비스(Ibis)’였다. 노천카페 주변을 서성이며 사람들이 남긴 빵 조각을 가로채는 녀석들의 모습은 낮선 도시의 첫인상을 도리어 친근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어 시드니의 랜드마크인 하버 브릿지와 오페라 하우스를 마주하니, 비로소 이번 연수가 실감났다. 1. 시드니(Sydney): 전통과 혁신이 어우러진 도서관 문화의 현장 가. 뉴사우스웨일스 주립 도서관(State Library of New South Wales) 시드니 작가 축제(Sydney Writers' Festival)가 한창 열리던 5월 21일,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뉴사우스웨일스 주립 도서관을 찾았다. 1826년에 설립되어 올해로 주 전체 도서관 서비스 개시 200주년을 맞이한 곳이다. 정문의 웅장한 사암 돌기둥이 인상적인 이곳은 1942년에 완공된 고풍스럽고 웅장한 구관 '미첼 빌딩'과 호주 이주 200주년을 기념해 1988년에 지어진 후 최근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마친 '신관'이 매우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 단순한 도서를 열람하는 공간을 넘어 거대한 박물관이자 미술관의 역할의 충실히 수행하는 모습이었다. 웅장한 열람실은 벽면 전체를 채운 고서들과 클래식한 목재 책상, 아치형 천장과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이 어우러져 고풍스러운 지적 분위기를 풍겼다. 특히, 높은 곳의 책을 꺼낼 수 있도록 연결된 2층 구조의 난간과 계단이 분위기를 압도했다. 어린이도서관은 천장에 책들이 마치 새처럼 날아다니는 듯이 조형물이 매달려 있었고, 독창적인 도서 소개 사인물은 아이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도서관의 자료는 관내열람만 가능하다. 법정 납본 제도에 따라 뉴사우스웨일즈 주에서 출판되는 모든 도서의 원본과 역사적 기록물을 영구히 보존하는 것이 주립도서관의 핵심 임무이기 때문이다. 분실 위험이 있는 관외대출을 금하고 오직 관내 열람과 연구만을 허용하여 아카이브의 가치를 지켜내고 있었다. 도서관이 운영하는 '펠로우십 프로그램(Fellowship Program)'은 역사학자와 창작자들을 대상으로 최소 1,000AUD에서 최대 120,000AUD에 이르는 파격적인 창작

  •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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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만에 만난 호주

[문학상주작가 지원사업] 우수시설 국외연수 후기 30년 만에 만난 호주 김중석(시옷책방 상주작가) “호주라니!” 상주작가 우수시설에 선정되었다는 기쁜 소식과 함께 기대했던 해외연수의 행선지가 호주라는 메일을 확인하는 순간 실망감이 밀려왔다. 이전 해에는 유럽으로 다녀왔다고 알고 있었던 터라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호주라니. 하지만 연수를 하는 내내 그리고 돌아와서 되돌아보는 지금까지도 호주가 너무 좋았다. 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짧은 여정에 많은 문화공간과 아름다운 자연을 둘러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가진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즐거웠고 새로운 창작을 향한 에너지와 영감을 듬뿍 채운 시간이었다. 사실 호주는 30년 전 신혼여행으로 다녀온 곳이었다. 그때는 결혼식을 마치고 부랴부랴 비행기를 타고 여행사에서 안내하는 코스를 따라 몇 팀의 신혼부부들과 다녀오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딘가에 내리고 밥을 먹고 멋있는 자연을 보며 감탄했지만, 자세한 것은 모두 다 머릿속에서 지워진 상태였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기억에 선명한데 또 어디를 갔더라? 캥거루를 만나서 먹이를 주기는 했는데 이제는 어느 동물원이었는지도 가물가물하다. 그렇게 나의 호주는 아주 오래전 앨범을 뒤져야만 나오는 추억 속의 나라였다. 호주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몇 개의 이미지는 오페라 하우스, 캥거루, 코알라 그리고 거대한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 멋진 공원들 그리고 원주민들의 미술이었다. 그때의 호주와 지금의 호주는 무엇이 달라져 있을까? 기대감을 잔뜩 안고 출발했다. 비행기에서 내리니 맑고 청명한 날씨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어제까지 비가 내리고 우중충한 날씨였다는데 다행이었다. 우리 일행 중에 ‘날씨요정’이 있었는지 여정 내내 좋은 날씨 덕분에 즐거운 연수를 마칠 수 있었다. 공항을 벗어나 시내로 들어오니 그때의 호주가 조금씩 떠올랐다. 커다란 나무들, 온통 영어로 만들어진 간판들(아주 당연하지만) 익숙함이 밀려왔다. 며칠의 여정 동안 인상 깊었던 몇 개의 장면들을 기억해 본다. 1. 라이온 킹 뮤지컬 시드니에 도착한 첫날. 우리 일정에는 뮤지컬 ‘라이온 킹’이 관람이 포함되어 있었다. 창작자로서 부끄럽지만 뮤지컬은 몇 번 본 적이 없다. 공짜 티켓이 생겨서 다녀온 게 전부였다. 영어 대사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이미 영화로는 보았던 것이니 대충의 스토리는 이해가 되었다. (아! 영어의 벽. 이럴 때마다 영어 공부를 해둘걸, 이라는 후회) 공연이 시작되기 전 놀라웠던 모습은 극장의 분위기였다. 판매원이 돌아다니며 맥주와 음료와 음식을 팔고 옆 사람과 떠들고 인사하며 사진을 찍고 객석에서 바로 보이는 무대 옆쪽 매점에서 음식을 판매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보이는 공연 전의 풍경과는 많이 다른 풍경이었다. 내가 집중적으로 본 것은 무대 미술과 의상이었다. 한정된 무대에서 공간을 변화무쌍하게 만드는 게 얼마나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로 이루어졌을까? 무대의 일정 부분은 회전판을 사용하고 어떤 부분은

  • 김중석
  •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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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마음

[문학상주작가 지원사업] 우수시설 국외연수 후기 기다리는 마음 김홍(중화문학도서관 상주작가) 내게 여행은 몇 권의 책으로 남는다. 이번 연수를 떠나는 길에도 트렁크 한켠에 책을 잔뜩 넣었다. 그중에 손이라도 한 번 닿게 되는 책이 몇 권이나 될는지 스스로도 궁금했다. 자기 전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습관을 줄여보려고 중고로 구입한 이북리더기에도 도서관 대출 범위가 허락되는 만큼의 책을 잔뜩 다운로드했다. 결론적으로 돌아보면 이번 연수에서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은 사람들로 남았고 나머지 시간은 꽤 많은 책을 읽었다. 정리해 보자면 애나 친의 을 주의 깊게 읽었고, 루리의 을 다 읽었다. 1권을 읽어나가기 시작했고, 엘리자베스 스트라우스의 책을 두 권 읽었다. 반 정도 남아 있던 을 완독하고 를 시작하고 끝냈다. 이 중 종이책은 이고 나머지는 전부 전자책이었다. 이 과정을 생각해 보면 분명히 낭비가 존재한다. 가방에 넣어 가져간 종이책 5권 중에 실제로 읽은 것은 한 권에 불과했기 때문에 4권의 책만큼의 무게가 바다를 건너는 동안 탄소 발자국은 간데없이 낭비된 셈이고, 가방을 밀고 다니면서 소모된 나의 열량에 관해서도 (적어도 책 4권의 무게만큼은) 최고의 효율을 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래도 좋았다. 우리에게 더 많은 오차범위가 필요하고, 그걸 이해하고 용납해 줄 수 있는 마음이 소중하고, 공공성이라는 것이 전부 그런 토대에서 나온다는 것을 이번 연수에서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번 연수에서 말도 안 되게 새롭고 놀라운 것들을 잔뜩 보고 온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자주 한 생각은 ‘우리와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다. 특히 예술 지원 정책에 있어 많은 부분은 우리가 이미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 한국문학번역원, 한국출판문화진흥원,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등의 여러 기관을 통해 이미 시행하고 있는 내용들이었고, 충분히 검토되고 있는 내용이었다. 정책의 중요한 부분인 예산 규모에 있어서도 대체로 우리나라 기관들이 확보한 단위가 적지 않았다. 다른 점이라면 호주의 경우 문학 분야를 독립시켜 Writing Australia라는 기구 아래 통합하고 있다는 것이었는데, 우리처럼 예술 전 범위가 통합돼 있다는 것에 비교해서 일장일단이 있을 것 같았다. 도서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연수단이 방문한 주립도서관은 우리의 국립중앙도서관이나 국회도서관처럼 공공 납본을 받는 관내 열람 도서관이었고, 대출이 가능한 시립 도서관도 있었다. 장서량은 우리도 도서관마다 차이가 있는 만큼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조금 달랐던 부분은 주립도서관이 마치 공공 갤러리처럼 운영되는 것이었다. 다양한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시민들 입장에서는 도서관에서 여러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는 점이 편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 실정과는 맞지 않았다. 이미 우리 도서관의 사서 선생님들은 책의 안과 밖에서 전천후 문화기획자로 활동하며 수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우리도 충분

  • 김홍
  •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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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책방에는 쉬라즈의 풍미와 앨리스의 꿈이 있다

[문학상주작가 지원사업] 우수시설 국외연수 후기 호주 책방에는 쉬라즈의 풍미와 앨리스의 꿈이 있다. 남규조(시옷책방지기) 감사하게도 시옷살롱책방이 2025년 문학상주작가 우수기관 서점 부문에 선정되었고, 포상으로 호주 연수를 가게 되었다. 아르코에서 두 명, 도서관·문학기관·서점 각 기관의 담당자와 작가님 두 명씩, 총 여덟 명이 함께했다. 시옷책방에서는 그림책 작가 김중석 선생님과 동행했다. 작가님 덕분에 이런 좋은 기회를 얻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김중석 작가님 그림책 제작 워크숍 결과 발표회 그림책 제작 워크숍 결과 발표회 이후 김중석 작가님의 프리페인팅 5월 19일 오후 인천공항을 출발해 다음 날 아침 시드니에 도착했다. 여행 내내 여러 곳을 다녔지만, 연수기는 각 작가님과 기관의 특성에 맞게 나누어 쓰기로 했다. 시옷책방은 ‘책방’을 중심으로 기록하기로 했다. 방문한 책방은 네 곳이다. 시드니 뉴타운의 Better Read Than Dead, 멜번의 Readings Kids, The Paperback Bookshop, 그리고 사사프라스 마을의 Through the Looking Glass. Better Read Than Dead — 시드니 뉴타운 뉴타운의 엔틱한 거리에 힙한 장소 Better Read Than Dead 책방. 서가와 매대는 분야별로 깔끔히 정리되어 있었고, 주요 도서는 포인트가 돋보이도록 진열되어 있었다. 동선도 잘 확보되어 있어 손님의 이동이 자연스럽고, 간섭이 적어 책에 집중하기 좋은 환경이었다. Better Read Than Dead 책방 앞에서 구입한 도서와 함께 서점 내부, 1층 서점 내부. 1층은 서가와 매대, 2층은 북토크와 전시 공간 서점 내부. 1층과 2층 사이 중층, 스킵플로어 구조, Cooking Zone 스킵플로어 공간을 활용해 1층과는 다른 섹션을 구성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동선의 지루함을 줄이고, 분야별 집중도와 서가의 다양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었다. 조금 올라가면 북토크와 전시가 가능한 아늑한 공간이 나온다. 공간의 온도가 따뜻하게 느껴졌다. 눈을 사로잡았던 것은 전통이 쌓인 책방의 외관을 일러스트로 표현한 작품이었다. 이 이미지는 책갈피와 다양한 굿즈로 확장되어, 방문객들에게 만족도 높은 기념품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너른 자연과 독특한 생태가 공존하는 호주답게 동물·식물·생태 관련 큐레이션이 돋보였고, 이주민의 나라라는 특성과 맞물려 원주민 문화에 대한 내용도 곳곳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전 세계 원주민을 다룬 《Origin》이라는 책에 이끌려 자연스럽게 구입하게 되었다. 또 서가에서 영화 ‘미나리’를 발견했을 때는 반가움이 밀려왔다. 서점 내부, 2층 북토크 및 전시 공간 서점 외관을 모티브로 한 일러스트 작품 서가에서 발견한 ‘미나리’ 귀국 후 서점에 대해

  •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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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루발루의 작가견문록

[문학상주작가 지원사업] 우수시설 국외연수 후기 구루발루의 작가견문록 오시은(인천광역시교육청중앙도서관 청소년문화공간 다누리 상주작가) 여행객들은 나를 까치라고 하더군. 이곳 사람들은 맥파이라고 하는데 말이야. 뭐라고 부르 건 내 진짜 이름은 따로 있어. 구루발루. 그게 내 이름이지. 가까운 친구들은 그냥 ‘발루’라고 불러. 나더러 “까치네.”라고 말하던 이들을 만난 곳은 포트 잭슨이었어. 언제나 여행자들이 넘쳐나는 항구 말이야. 파라마타강 하구 바닷가인데, 멋들어지게 생긴 공연장과 철재로 만들어진 아치교가 유명하잖아.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리지. 솔직히 나도 그걸 보려고 갔던 거야.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들을 만나러 갔구나 싶어. 아, 참고로 나는 운명 어쩌고 하는 걸 믿지 않아. 친구들이 점성술 하는 까마귀 집에 재미 삼아 몰려갈 때도 슬그머니 도망칠 정도니까. 그런 내가 그들을 운명이라고 여기게 된 건 좋아하는 게 같아서였어. 그들이 커피를 마시며 하는 얘기를 들었는데 책과 작가들에 대해 말하더군. 실제로 그 중 몇은 작가라던데, 유독 눈길이 가는 이가 있더라고. 때때로 시선을 먼 곳에 두는 작가였는데, 마치 보이지 않는 세계를 찾으려는 탐험가 같더란 말이야. 그때 감이 왔지. 그가 뭘 찾고 있는지 말이야. 이야기. 그것도 엄청나게 재미난 이야기. 나도 많이 해 본 일이라 금세 알 수 있었어. 그렇다고 나도 작가라는 건 아니야. 하지만 이야기를 사랑하는 건 작가 못지않다고 자부해. 쫄깃하고, 숨 막히고, 따뜻하고, 울컥하고, 기품 있는 언어로 가득한. 왜 있잖아, 시간을 잊게 만드는 그런 이야기들. 참고로 내 둥지는 오래된 서점으로 들어가는 비밀 통로에 있어. 이만하면 내가 책과 이야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겠지? 나는 먹는 거 다음으로 이야기를 좋아해. 재밌는 이야기 소리만 들어도 자다가 벌떡 일어날 정도라고. 그래서 그날 포트 잭슨에서 결심했지. 여행객들, 아니 이야기를 찾는 작가를 따라다니기로. 그의 눈동자가 빛나던 순간이 기억나는군. 작가들을 지원하는 곳의 책임자를 만났을 때였지. 작가에게 상금도 주고, 한 명의 시인을 뽑아 국립 시인상도 주고, 여행 기금도 주고, 문화유산에서 작업할 기회도 제공한다는 설명을 들을 땐 고개만 끄덕이더라고. 하지만 도서관에 책이 비치되면 작가에게 보상한다는 대목에서 눈동자가 커졌어. 출판사와 작가에게 반반씩 보상하다가, 삼 년 후부터는 작가에게만 보상하는데, 유명 작가에게 쏠리지 않게 상한제를 둔다고 했지. 그 모든 게 법에 따라 지켜진다는 말을 듣는 그의 눈에 부러움이 흘러넘치더군. 나한테는 전혀 새롭지 않은 얘기라 그런 반응이 신기했지. 인간의 시간으로 치면 삼십 년도 더 된 일이라 고전이나 마찬가지였거든. 그토록 당연한 걸 부러워하는 게 흥미롭더라고. 다음으로 간 곳은 오페라 하우스 옆에 있는 로열 보타닉 가든이었어. 마침 신선한 공기가 필요하던 차라 반가웠지. 말이 가든이지 여긴 원시 식물원이라고 봐야

  • 오시은
  •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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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시드니, 멜버른 국외연수

[문학상주작가 지원사업] 우수시설 국외연수 후기 호주 시드니, 멜버른 국외연수 : 로열 보타닉 가든 탐방과 상주작가 레지던시를 중심으로 전수지(중화문학도서관 사서) 1. 들어가며 2026년 봄, 뜻밖의 소식이 들어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후원하는 「2025년 문학상주작가 지원사업」에 우리 중화문학도서관이 전국 우수시설 중 하나로 선정되어 호주 연수의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2025년 1월에 갓 문을 연 우리 도서관이, 게다가 이제 사서로서 발을 막 뗀 내가 이런 자리를 얻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다. 이번 연수를 통해 사서로서, 그리고 문학상주작가 지원사업의 담당자로서 우리나라의 문학 지원 체계와 사업 운영 방식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호주의 선진 문학 생태계로부터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랐다. 호주의 랜드마크 오페라 하우스-vivid light 하버 브릿지 앞에서 5월 19일 저녁 인천공항을 출발해 시드니와 멜버른을 돌아보는 7박 9일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시드니에서는 호주의 시그니처 ‘오페라 하우스’ 투어를 시작으로 타롱가 동물원의 기린이 우릴 반겨주었고, Writing Australia 방문, NSW 주립 도서관 탐방, 시드니 작가 축제(Sydney Writers’ Festival) 참관에 이르기까지 도시 전체가 문학과 이어져 있었다. 멜버른은 말 그대로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의 명성에 걸맞은 곳이었다. 호지어 레인의 그래피티 골목, 예술가들의 수직 공동체 Nicholas Building, 빅토리아 주립도서관과 휠러 센터, 독립서점 Readings와 The Paperback Bookshop, 그리고 Maru의 캥거루 무리와 퍼핑빌리 증기기관차에 펭귄 퍼레이드까지—문학과 자연과 예술이 경계 없이 뒤섞인 도시였다. 여기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부천이 2017년부터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였다는 점이다. 누군가 내게 직업을 물을 때, 과연 사서라고 떳떳하게 얘기할 수 있는가 내심 부끄러웠다. 한편, 호주 정부의 문학 지원 체계를 대표하는 Writing Australia의 책임자 Wenona Byrne 디렉터와의 인터뷰에서 인상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호주는 연간 800만 AUD 규모의 문학 전담 예산을 확보하는데, 한국의 문학분야 지원 규모가 호주보다 훨씬 더 크고, 호주는 한국에 비하면 여전히 적은 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문학상주작가 지원사업 하나만 해도 연간 70~90개 시설, 수천만 원 규모의 국비가 전국 각지로 분산 투입되며 일자리 창출과 지역 문학 생태계 활성화를 동시에 달성하고 있다. 국가 단위 지원 시스템의 체계성과 지역 침투력 면에서는 우리나라가 꽤나 선진국이구나 싶어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2. 시드니 로열 보타닉 가든(Royal Botanic Garden) 가. 항구와 오페라 하우스를 품은 정원 우리 일행은 시드니 도심 한복판의 신호등과 차량 소음을 등지고

  •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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