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대 문장웹진 중간결산 특집 좌담
- 작성일 2025-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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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서포터즈]
2020년대 문장웹진 중간결산 특집 좌담
─신인 작가가 바라본 요즘 시와 소설
문장 서포터즈 2기 김이성
1.
안녕하세요. 두 번째 인사드리네요. 지난 9월 1일 게재된 <문학이 있는 곳: 노작홍사용문학관에서>편은 어떻게 보셨나요? 문학이라는 ‘다정한 네트워크’를 매개로 더 많은 분들과 연결되고자 하는 저의 바람이 여러분들에게 조금이라도 가닿았다면 좋겠네요. 저는 1차 활동을 마무리하고 곧바로 2차 원고에 대한 구상을 시작했어요. 《문장웹진》 20주년을 맞아 이전보다 더 특별한 활동을 기획해 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지난 며칠간 《문장웹진》에서 기획했던 여러 콘텐츠를 다시 한번 살펴보았어요. 소설과 시, 비평과 기획, 모색 코너까지 전체적으로 훑어보면서 작고 사소하지만 확실하게 《문장웹진》의 지난 20년을 돌아보았지요.
오늘은 《문장웹진》의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다가 흥미로운 콘텐츠 하나를 발견해서 여러분들께도 소개해 보려 해요. 바로 2020년 1월 《문장웹진》 ‘기획’ 코너에 올라온 <2010년대 결산특집 연속 좌담> 시리즈인데요. 시집, 단편소설, 장편소설 부문으로 나누어 평론가들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호명된 작품을 대상으로 젊은 작가들이 한데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기획 좌담이에요. 해당 시기에 발표된 작품들을 동료 작가들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직접 들어볼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부문별로 해당 시리즈를 살펴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2020년대의 절반을 통과하고 있는 지금, 비슷한 형태로 ‘중간 결산’을 해보면 어떨까. 10년이라는 시간을 총결산하는 것도 좋지만, 중간 시기에 한 번쯤은 어떠한 흐름과 경향이 두드러지는지 파악해 보고 그와 함께 무심코 놓쳐 버린 과거의 작품들을 재조명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곧바로 계획을 세웠지요. 대상 작품은 지난 5년(2020~2024) 동안 《문장웹진》에 게재된 시와 소설로 한정했고, 작년과 올해 각각 《문장웹진》에 첫 시와 소설을 발표한 작가님들을 섭외해 해당 주제를 가지고 함께 좌담을 진행해 보았어요. 아래 좌담을 따라가며 여러분들도 함께 《문장웹진》의 2020년대를 추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2.
이번 좌담은 지난 5년간(2020~2024) 《문장웹진》에 발표된 시와 소설을 함께 읽고 해당 기간 우리 문학을 중간 결산하여 지나간 과거와 나아갈 미래를 동시에 살펴보려는 취지로 기획되었습니다. 작년과 올해 각각 《문장웹진》에 첫 시와 소설을 발표한 젊은 작가 두 분을 섭외하여 작품 선정을 부탁드렸고, 그렇게 해서 선정된 9편(시 5편, 단편소설 4편)의 작품을 가지고 함께 얘기 나눠 보려 합니다. 본 좌담에서 언급된 작품은 본문 아래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김이성: 안녕하세요. 문장 서포터즈 2기 김이성입니다. 오늘은 지난해와 올해 각각 《문장웹진》에 첫 시와 소설을 발표한 작가님들을 모시고 ‘2020년대 문장웹진 중간결산 특집 좌담’을 진행해 보려 합니다. 먼저 작가님들 한 분씩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근황도 함께 들려주시면 좋고요.
곽재민: 안녕하세요. 저는 소설 쓰는 곽재민이라고 합니다. 2024년 《농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고, 지난 1월 《문장웹진》에 「막내를 찾습니다」라는 소설을 발표했습니다. 최근에는 감사하게도 공유 오피스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서 퇴근 후 작품 활동에 집중하고 있어요. 추후 예정된 소설집 출간을 위해 열심히 노력 중입니다.
장대성: 안녕하세요. 저는 시 쓰는 장대성이라고 합니다. 2024년 계간 《파란》 신인상 시 부문을 수상하며 등단했고, 작년 6월 《문장웹진》에 두 편의 시를 발표했습니다. 현재는 다니던 대학원을 휴학하고 시집을 내기 위해 시를 열심히 모으고 있어요. 산문집 계약도 해 둔 게 있어서 글을 열심히 쓰고 있는데, ‘열심히’만으로는 안 되는 것 같더라고요. 잘해야 한다, 라는 것을 굉장히 실감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김이성: 두 분 모두 등단 이후 《문장웹진》에서 첫 작품을 발표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언제 처음 《문장웹진》과의 인연이 시작되셨나요?
곽재민: 독자가 아닌 작가로 《문장웹진》과 처음 만나게 된 건 작년 8월이었어요. 등단 이후 청탁이 전혀 없을 줄 알았는데, 《문장웹진》에서 흔쾌히 손을 내밀어 주셔서 다음 작품을 발표할 수 있었죠. 덕분에 이후로 다른 곳에서도 연락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면을 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
김이성: 올해 1월 《문장웹진》에 발표한 소설은 어떤 작품인가요?
곽재민: 「막내를 찾습니다」는 도망친 막내 작가를 느긋하게 추적하는 소설이에요. 편집되지 않은, 막내의 솔직한 말을 들으러 가는 여정이랄까요. 저는 인간의 기억, 그리고 타인에 대한 기억은 각자의 입맛대로 편집된다고 생각해요. 이를 방송작가라는 직업을 통해 얘기해 보고 싶었어요.
김이성: 장대성 시인님은 언제 《문장웹진》과의 인연이 시작되셨나요?
장대성: 저는 매달 1일마다 《문장웹진》에 새로 발표되는 작품들을 찾아 읽곤 했었는데요. 그러다가 작년 6월 처음 작가라는 이름으로 함께하게 되었어요. 첫 발표이기도 해서 가지고 있던 시 중에 가장 좋아하는 시 2편을 발표했죠. 먼저 「우리 사이에 뭐가 있니」는 정말 오랫동안 쓴 시예요. 정말 많이 고쳤죠. 강렬한 꿈 하나를 기반으로 완성했어요. 이별 앞에 선 연인이 등장하는 시입니다. 함께 발표한 「해파리와 사랑」에서는 상대방에게 애정을 쏟는 화자가 등장해요. 하지만 상대에게 애정 어린 행동을 쏟다가도 이내 양가적인 감정에 휩싸여 버리죠. 결국 모든 건 다 끝나는 날이 있구나. 그런 마음을 그려낸 시입니다.

사진2. 장대성 시인
김이성: 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선정해 오신 각각의 작품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어 보면 좋을 것 같은데요. 그전에 앞서 지난 5년(2020~20024)동안 《문장웹진》에 발표된 시와 소설을 읽고 나서 어떤 느낌이 드셨는지 궁금하네요.
곽재민: 대체로 과거에 어떤 사건을 겪은 인물들이 현재를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구성의 소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그런 형태를 띠고 있는 소설들이 계속 나올 듯하고요. 이전과 비교했을 때 어떤 경향이나 흐름이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장대성: 저는 지난 5년간 《문장웹진》에 발표된 시들을 읽으면서 불안감, 상실, 소외 같은 감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어요. 사회적으로 굵직한 사건들이 많아서 그런 것이겠죠. 그 때문인지 미래에 관한 시는 많이 없었던 것 같아요. 무언가를 잃어버렸다는 공통의 감각이 제일 먼저 느껴졌어요. 팬데믹의 영향 때문인지 바깥과의 소통은 줄어들었지만, 개인 자체의 개성은 강해진 것 같기도 하고요. 타자와 객체를 많이 마주할 수 없는 사회의 상태가 주체의 소극화로 이어진 듯해요.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현상이 단점이라기 보다 소수를 향한 발화가 많아졌다는 측면에서는 고무적이라고 생각해요.
김이성: 우리 삶의 일상이나 생활이 달라지면 작품에 대한 어떤 경향도 함께 변한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장대성: 네, 맞아요. 그런 의미에서 골라 온 시가 김안 작가님의 「식물원 일지」라는 시예요. 2010년대에서 2020년대로 넘어오는 시기의 격동을 잘 표현한 시라고 생각했거든요. 화자도 ‘처음’인 세상을 겨우 살아 내고 있는 듯 보이는데, 죽은 사람들과 생활을 잃은 사람들에게 그런 화자가 선생인 듯 질문을 건네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어떤 무력함에 짓눌려 있으면서도 말하기를 멈추지는 않고, ‘납작한 희망’이라도 감각해 보려는 느낌이 좋았어요.
곽재민: 저도 장대성 시인님과 같은 생각이에요. 마침 비슷한 맥락에서 소개하고 싶은 작품도 있고요. 바로 이준아 작가님의 「청의 자리」인데요. 사고로 인한 신체적 고통과 업무적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자매가 주인공인 작품이죠. 그들이 과일청을 지인에게 판매하며 다투기도 하다가 종국엔 서로를 이해하고 회복해 나가는 내용이에요. 개성 있는 인물 설정,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 주는 건 서로일 수밖에 없는 것, 설명하지 않아도 독자를 이해시키는 지점까지. 서사를 탄탄하게 전개하는 작가들은 독자들에게 안정감을 준다고 생각하는데, 이준아 작가님이 그런 분인 것 같아요.
김이성: 저는 동시대 작품들을 모아 놓고 보니 같은 시대를 살아온 보편적 감정이 시, 소설 모두 느껴지는 것 같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일상과 환상성이 결합된 형태의 작품들도 많이 눈에 띄었는데요. 작가님들은 어떠셨나요?
곽재민: 저는 이유리 작가님이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평평한 세계」를 정말 재밌게 읽었거든요. 이유리 작가님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대체로 비현실적인 현상을 겪곤 하죠. 손톱을 통해 죽은 옛 연인이 현실에 나타나거나, 화분에 심긴 아버지가 말을 하거나, 손이 브로콜리로 변한다거나, 그런 식으로요. 그런데 작품 속 인물들은 그러한 상황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여요. 저는 그런 장면들을 만날 때마다 집중력이 확 오르는 기분을 느끼곤 해요. 「평평한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였죠. 실제 세계에선 교감하지 못했던 소녀와 새엄마가 반투명해진 뒤에야 교감하는 모습은 다소 슬프게 느껴지기도 해요. 주인공들은 그렇게 바뀐 몸으로 당당하게 세상을 돌아다니죠. 익숙한 배경을 가져와서 낯설게 하기. 그걸 이유리 작가님이 정말 잘하시는 거 같아요.

사진3. 곽재민 소설가
장대성: 시에서도 그런 작품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저는 아무래도 팬데믹의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단절된 삶을 살다 보니 타자의 인정이 부재한 세상, 즉 거울 속의 나만이 나를 인정하는 그런 세상이 되어 버린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마음이 유령이나 투명한 존재와 같은 환상적인 요소들도 치환된 게 아닐까요? 그런데 사실 제가 이번에 선정해 온 시들은 일상적인 시들이 더 많아요. 두 번째로 소개해 드릴 조혜은 작가님의 시 「눈 내리는 체육관-우산」도 그렇죠. 아까도 말했다시피 요즘에는 주체를 소극적으로 표현하는 시가 적잖이 보이는데, 이 시에서 화자는 희미하다 못해 이미 없는 ‘나’를 데리고 시를 전개하더라고요. 화자가 견디지 못하는 것은 아이들의 이야기 속에 내가 없는, 어쩌면 도래할 미래에 관한 불안한 마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손등이 아닌 손바닥을 펼쳐야 ‘진짜’가 보인다고 말하는 화자는 그러므로 ‘당신’을 좋아하는 일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여기죠. 당신과 나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어떤 반성도 해낼 수 없지만, 그럼에도 서로를 보는 것으로 서로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너무 좋더라고요.
김이성: 왜 저는 두 분의 말씀을 듣는데 ‘연대’라는 단어가 계속 떠오르는 걸까요. 아마 해당 시기에 연대성이 강조된 작품들이 많이 발표되었기 때문이겠죠?
곽재민: 저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해요. 마침 이 시점에서 언급하고 싶은 작품도 있고요. 바로 양수빈 작가님의 「안 된다는 말을 열 번 하면」이라는 소설이에요. 이 작품은 우리가 지하철에서 흔히 보는 비상 개폐장치 경고 문구로 시작하는데요. 일상에서 스쳐 지나갔던 문장으로 시작하는 도입부가 인상적이었어요. 일종의 추격전과 회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긴장감이 끝까지 계속 이어지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이조라는 인물은 본인을 과일로 생각하는 정신병을 겪고 있죠. 자신은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는 대목이 슬프고 무력해서 오래 기억에 남았어요.
장대성: 저는 연대성이 강조된 작품이라면 나지환 시인님의 시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삶의 권유」라는 제목의 시인데요. 내리막길 여행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예요. 개인성이 심해져서 서로의 약속이 사그라드는 시대의 장면을 잘 보여 주고 있죠. 내리막 여행에 실패하는 선호라는 인물에게 화자가 다가가서 삶을 권유해요. 그런데 화자가 권유한 삶은 다름 아닌 오르막 여행이죠. 마지막 두 연을 통해 앞서 쌓아 온 모든 걸 전복시키는 소름 돋는 작품이기도 해요. 연대 의식과 더해 서로가 서로를 감싸주는 따뜻한 시이기도 하고요.
김이성: 개인적으로는 결말이 강렬한 작품들이 특별히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더라고요. 소설에서도 혹시 그런 작품이 있었을까요?
곽재민: 네, 그럼요. 저는 윤치규 작가님의 「그래비테이션」이 그런 작품인 것 같아요. 이 작품은 수상한 ‘중력 단체’에 들어간 작은 누나를 추적하는 형태로 전개되는데요.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가 화가로 등장해요. 아버지는 자신의 그림을 자식들에게 보여 주고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면 찢어버리죠. 중력 단체라는 곳도 상당히 사이비스럽지만, 작가는 이를 강조하지 않아요. 대신 중력 아카데미에서 본인들이 믿는 걸 설명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모습이 주인공의 가족 형태와 닮아 있어요. 좁은 방에서 뭉쳐서 지내다가 그게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워져서 작은 누나가 튕겨져 나간 거죠. 미스터리한 단체와 가족 서사. 그 둘의 결합이 묘하게 흥미로워서 좋았어요.
김이성: 여러 작품을 읽다 보니 마냥 재밌어서 좋은 게 아니라 기묘해서 궁금하고, 그래서 더 흥미롭게 느껴지는 작품들도 있는 것 같더라고요.
장대성: 시 중에서는 김보나 시인님의 「첼리스트」가 그런 시였던 것 같아요. 이 시는 악기를 다루고 싶어 첼로를 빌리고, 그 첼로를 연주하면서 내 몸의 윤곽을 확인하는 장면까지의 흐름이 굉장히 좋았어요. 죽은 사람을 생각함으로 살아 있는 나의 생경함을 인지하는 일이 서늘하고도 시리게 다가왔죠. 어떤 슬픈 일이 있을 때, 함께 슬퍼하며 우는 것보다 ‘이런 일이 있었어’ 하고 무덤덤하게 꺼내 두는 이야기에서 큰 슬픔이 느껴지더라고요.
김이성: 저도 「첼리스트」를 읽으면서 비슷한 감정을 느꼈는데요. 그다음으로 이어지는 윤여진 시인님의 시도 비슷한 감정이 들더라고요. 바로 「보풀」이라는 시인데요. 이 작품에 대해서도 이어서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장대성: 저는 이 시가 가지고 있는 힘이 너무 좋아서 다른 시들 사이에서도 돌올하게 눈에 띄었어요. 시의 시작이 되게 매력적인데, 부드러움 위로 올라서겠다는 굳은 의지가 먼저 보이고, 그러나 그 행동은 “누군가 나를 쓸어 볼 때” 가능해진다는 양가적인 면이 이질적으로 다가왔죠. 화자는 지하철에 겨우 매달리며 사랑에 골똘해지는데, 윤여진 시의 화자는 이렇듯 어떤 대상이 있을 때 주체적이고 용감해지더라고요. 주체에서 객체로 전도되는 흐름이 아닌 객체에서 주체를 인식하는 지점이 좋았어요. 윤여진 시인이 내비치고 있는 서정성은 나의 마음이 아닌 상대의 마음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점도 이 시가 특별해지는 이유인 것 같고요. “이건 모두 나를 위한 일”이라 화자는 말하지만, 이 말이 진실이 아닐 가능성을 유추하게 되는 것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죠. 단순하면서도 가볍지 않고, 강하지 않으면서도 힘을 잃지 않는, 지금 시대에 필요한 시라고 생각했어요.

김이성: 전부 한 번씩 읽어 본 작품들인데도 작가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니까 또 다르게 느껴지네요. 자, 그럼 이제 슬슬 자리를 마무리해 볼까 하는데요. 마지막으로 오늘 함께하신 소감이 어떠셨나요? 앞으로의 계획도 같이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곽재민: 요즘 열심히 쓰고 있는데, 오히려 좋은 글을 쓰려고 하니까 더 잘 안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최근에는 그냥 앉아서 뭐라도 무작정 쓰는 사람이 되려고 하고 있어요. 그게 제가 제일 잘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쓸 생각입니다. 오늘 너무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장대성: 저는 첫 시집을 묶기 위해서 앞으로도 계속 지금 가지고 있는 원고의 밀도를 높이는 데 매진할 것 같아요. 특히 최근에는 시를 많이 못 읽어서 다시 많이 읽는 삶을 살아 보려고요. 시를 쓸 때 저만의 구성이나 형식이 있는데요. 그런 형식을 깨는 작업도 한번 해보고 싶어요. 내가 모르는 나, 내가 잘 알고 있는 나를 마주해 보고 싶거든요. 저도 오늘 너무 즐거웠어요. 다음에 또 만날 수 있다면 좋겠네요.
김이성: 오늘 이 자리가 사실 작가님들에게는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함께 《문장웹진》의 지난 5년을 돌아볼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었던 것 같네요. 저도 오늘 너무 즐거웠습니다.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참고 작품
1. 2010년대 결산특집 연속 조담 - 단편소설 부문
2. 장대성, 「우리 사이에 뭐가 있니」, 「해파리와 사랑」 (문장웹진 2024년 6월호)
3. 곽재민, 「막내를 찾습니다」 (문장웹진 2025년 1월호)
* 선정 작품 목록 (단편소설)
1. 이유리, 「평평한 세계」 (문장웹진 2020년 7월호)
2. 윤치규, 「그래비테이션」 (문장웹진 2021년 7월호)
3. 양수빈, 「안 된다는 말을 열 번 하면」 (문장웹진 2023년 8월호)
4. 이준아, 「청의 자리」 (문장웹진 2024년 10월호)
* 선정 작품 목록 (시)
1. 김안, 「식물원 일지」 (문장웹진 2020년 2월호)
2. 조혜은, 「눈 내리는 체육관-우산」 (문장웹진 2021년 5월호)
3. 김보나, 「첼리스트」 (문장웹진 2022년 8월호)
4. 윤여진, 「보풀」 (문장웹진 2023년 7월호)
5. 나지환, 「삶의 권유」 (문장웹진 2024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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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재경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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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호에서 기다린 것들[레지던시 일기 - 서울프린스호텔] 506호에서 기다린 것들 권희진 호텔 앞에서 어떤 외국인을 보았다. 중요한 약속이 있는 듯 옷을 차려입었다. 옆에는 커다란 트렁크도 있었다. 누구를 만나려는 걸까. 연인? 친구? 아니면 오래전에 한국 여행을 왔다가 우연히 만났던 누군가? 나는 여러 상황을 상상했다. 산책하기 위해 나왔을 때 그 사람은 여전히 호텔 앞에 서 있었다. 누군지는 몰라도 상대는 약속을 잘 안 지키는 사람이군, 하면서 그 사람 곁을 지나쳤다. 저녁을 먹으러 나왔을 때도, 밤 산책을 위해 나왔을 때도 그는 같은 자리에서 같은 자세로 서 있었다. 그때부터는 조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공항에 가려고 차를 기다리는 걸까, 아니면 숙소를 잡지 못한 걸까. 다음 날 아침 조식을 먹고 산책을 나왔는데 그 사람을 다시 마주쳤다. 호텔 앞에서 밤을 지낸 모양이었다. 새벽에 조금 쌀쌀했는지 트렁크에서 얇은 겉옷 하나를 꺼내 입고 눈을 감고 있었다. 선 채로 졸고 있는 그 사람을 보니 어쩐지 조금 쓸쓸해졌다. 점심쯤에는 어디론가 가고 없었다. 나는 그 사람을 잊지 않으려고 그림을 그렸다. 작은 메모지에 연필로 슥슥 소리를 내면서. 모종의 이유로 그 그림은 공개할 수 없다. 절대 못 그려서는 아니다. 지금도 이렇게 글로 그 사람을 남기고 있는 걸 보면 꽤 인상 깊은 이미지였던 것 같다. 호텔을 나온 후에도 종종 그 사람이 생각났다. 왜일까. 프린스호텔에서 내가 주로 한 일도 기다리기였다. 무언가 생각나기를 기다리고, 좋은 문장을 기다리고, 흔히 말하는 영감이라는 걸 기다렸다. 기다리는 일이 지루해지면 나는 썼다. 결국 다 지울 문장들이었지만 그럼에도 썼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조금 이상한 일이다. 문장이 오길 기다리면서도 계속 썼으니까. 내가 머문 506호는 트윈룸이었다. 침대 두 개를 하루씩 번갈아 썼다. 하나만 쓰면 괜히 아까운 느낌이 들어서 두 개를 다 사용했다. 그런데 갑자기 침대 얘길 왜 하느냐고? 침대만큼 뭔가를 기다리기에 적합한 곳도 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물론 침대에서는 생각도, 사랑도, 꿈꾸는 일도 전부 가능하다. 다만 나는 침대에서 무언가를 먹는 일은 하지 않으려 한다. 시트를 더럽히면 다음 일이 골치 아파진다. 아무튼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서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냥 잠만 잤다는 얘기는 아니다. 침대에 앉아서 소설도 쓰고 책도 읽었다. 정말이다. 잠깐 빨래 얘기를 해보자. 호텔에 머물면서 총 여섯 번의 세탁을 했다. 일주일에 한 번이니까 아마도 맞을 것이다. 로비 구석에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는데, 세탁과 건조가 진행되는 약 80분 동안 나는 로비의 테이블에 앉아 소설을 썼다. 정확히 말하면 뭐라도 떠오르길 기다렸다. 로비는 기다림에 어울리는 곳이니까. 프런트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직원들, 택시를 기다리는 관광객, 내 세탁이 끝나길 기다리는 투숙객, 그리고 주인이 돌아올 때를 기다리는 많은 트렁크들과 함께 기다렸다. 그래도 빨래는 80분이면 끝이 났다. 그러면 나도 손을 멈췄다. 그리고
- 권희진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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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의 사계절 문학책장> 책장지기의 기록[문학의 곁] 책장지기의 기록 ― 문학이 동사가 되는 시간 하림 올해 초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일 년 동안 문학 행사를 함께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이라는 이름의 행사였다. 노래와 이야기가 어우러진 문학 행사라는 설명과 함께 진행을 부탁했다. 책을 좋아하긴 하지만 문학 관계자도 아닌 내가, 북플루언서도 아닌 내가 이런 자리를 맡아도 될까 싶었지만, 노래라면 나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매 계절 나주로 떠나게 되었다. 그렇게 3회차까지 마치고 처음으로 쫑파티를 제안했다. 요즘은 공연이 끝나도 쫑파티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코로나 이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기도 했지만, 회식 자체를 권하는 일이 괜히 민폐처럼 여겨지는 분위기 탓도 있는 것 같다. 우려와 달리 모처럼 모인 자리의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동안 별다른 문제도 없었고, 무엇보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관객이 계속 늘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작은 성공이 누구의 공인지 서로에게 돌리며 웃고 떠들다가, 그 자리에서 이 원고를 청탁받았다. 맥주 한 잔에 기분이 좋아진 나는 흔쾌히 쓰겠다고 했다. 제안받은 글의 주제는 ‘문학의 곁’. 하지만 나는 문학의 ‘곁’에 있기보다는 문학의 ‘주변인’에 가깝다. 주변에 작가 친구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학을 향한 나의 애정도 친구들에 비하면 늘 부족하게 느껴진다. 심지어 최근에는 꽤 많은 양의 책을 좋은 곳에 입양 보냈다. 작업실과 집 구석구석을 차지하며 무럭무럭 자라나던 책더미를 바라보다가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모처럼 생긴 책장의 빈 공간 덕분에 읽고 싶은 책을 부담 없이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에는 전자책도 많이 산다. 전자책은 공간에 대한 죄책감 없이 마음껏 살 수 있어서 좋다. 하지만 전자책은 특유의 손맛이 없어 정이 가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도움이 될 팁을 하나 건네자면 서점에 들러 실물 책을 조금 만져보고 물성을 느끼고 나면 조금 나아진다. 어쨌든 언젠가는 내 스마트폰의 e북 앱이 SNS를 누르고 스크린 타임 1위에 오르는 날을 기대하고 있다. 책들을 대거 정리하고 달라진 점이 또 있다. 마치 편의점에 맥주 사러 가듯 도서관을 드나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건강을 위해 종종 오전 러닝을 하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동선에 구립 도서관이 포함되어 있다. 의미 없는 찬사와 자기과시로 점철된 술자리를 보낸 다음 날, 털려버린 영혼을 다시 채우고 전날의 죄의식을 씻어내 주는 곳은 천천히 달리는 하천가 산책로와 도서관이다. 땀에 젖은 운동복 차림으로 들어서는 것이 조금 쑥스럽고 미안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얼른 들어와 책장 사이를 가만히 걷다 보면 어느새 땀이 마르고 마음이 차분해진다. 아늑한 골목 같은 서가에서 책등을 훑으며 거닐다 눈에 걸린 책 한 권을 들고 나온다. 그렇게 우연히 만난 책이 마음에 들면 ‘득템’한 기분이 든다. 나에게는 조금 이상한 독서 습관이 있는
- 하림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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