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민병일 수필가, 사물의 숨결을 따라, 방랑과 사유의 길로
- 작성일 2025-12-19
- 댓글수 0
사물의 숨결을 따라, 방랑과 사유의 길로
아르코문학작가펠로우십 선정 작가 인터뷰, 민병일 수필가
민병일 작가는 시인이자 수필가, 사진작가, 그림작가로 활동하며 인문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창작 활동을 보여주는 예술가이다. 그는 독일 함부르크 국립조형예술대학 시각예술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학위를 받았다. 시인으로 등단하였으며, 산문집 『나의 고릿적 몽블랑 만년필』(아우라, 2011), 『창에는 황야의 이리가 산다』(문학판, 2016), 『창의 숨결, 시간의 울림』(나남출판, 2021), 『행복의 속도』(문학판, 2021), 『담장의 말』(열림원, 2023), 『나무 새 꽃, 느림의 미학』(열림원, 2025)과 사진집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열림원, 2009) 등을 펴냈다. 또한 철학 메르헨 『바오밥나무와 방랑자』(문학과지성사, 2020), 『바오밥나무와 달팽이』(문학과지성사, 2023)와 번역서 『붉은 소파』(중앙일보 중앙북스, 2010)을 출간하였다. 소설가 박완서와 함께 작업한 티베트·네팔 기행 산문집 『모독』(열림원, 2014)에는 그의 사진 150컷이 수록되어 있다. 문학적 성취 역시 높이 평가받아 제7회 전숙희문학상(2017), 제32회 성호문학상 대상(2021), 제1회 신격호 샤롯데문학상 대상(2024) 등을 수상하였다. 문학이 여러 장르의 예술과 어떻게 만나고 확장될 수 있는지를 꾸준히 보여주며, 사유 깊은 산문의 가치를 탐구해 온 민병일 작가와 서면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
- 최근의 활동이나 출간한 작품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최근, 산문집 『나무 새 꽃, 느림의 미학-숲에는 천 개의 아르고스 눈이 있다』(496쪽, 양장본)를 출간하였습니다. 이 책은 제가 10여 년간 매일 오후 2시면 숲을 산책하며 사진을 찍고 글을 쓴 산문집입니다. 오랜 세월 나무 새 꽃 바위 곤충을 만나며 숲을 인문학적·예술적 대상으로 사유하고자 한 책입니다. 아래 글이 이 책을 가늠할 수 있는 내용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숲길을 걸으며 진정 소망한 것은 풍경을 감상하는 게 아니라, 숲길에 은폐된 ‘숲’ 혹은 ‘나무’에 대한 이중적 의미(Zweideutigkeit), 즉 눈이라는 거울에 비친 숲길의 이면을 보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내가 사랑하는 숲길은 풍경이 아름다운 게 아니라, 나와 마주할 수 있는 사유의 풍경이 그려지는 공간이다. 숲길에서 나무 새 꽃을 통해 만나고 싶었던 것은 존재와 인간 본질에 대한 사색이었으며, 숲길을 걸으며 ‘존재물음에로(Zur Seinsfrage)’ 나아가는 것이었다. 나무 새 꽃은 어쩌면 인간의 또 다른 삶을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생각하는 나무의 아름다움은 ‘사물로 하여금 자신의 사물 존재 속에 스스로 고요히 머무르도록 놓아두는(das Ding in seinem Dingsein auf sich beruhen lassen)’ 것이다. 이 점이 나무를 지상의 거룩한 우주목으로 만든다. 지상에 존재하는 생명체 중에서 나무만큼 신뢰성(Verläßlichkeit)을 주는 사물이 또 있을까? 사람이든 나무든 자기 안에 고요히 머무를 힘은 진실로 통하는 신뢰성을 주기 때문에 사람에게선 믿음을, 나무를 바라보면 고요(Ruhe, 평안)를 느끼게 된다.”
또한 광주화랑 초청으로 일반인들을 위한 미술 강연을 총 세 차례 시행하였습니다. 강연은 2025년 8월 20일, 9월 17일, 11월 5일에 열렸으며, 강좌명은 <민병일 교수의 명화 인문학 산책 - 재미있는 명화 인문학 이야기. 숨, 쉼 그리고 느낌표>였어요. 광주 예술의 거리 미로센터 2층 홀에서 진행되었습니다.
- 작가님께 이번 펠로우십이 가지는 개인적·창작적 의미는 무엇인가요?
수필 분야에서는 2명만 선정되었는데 치열한 경쟁 결과 선정된 것에 대한 책임을 느낍니다. 다양한 문학 활동을 통한 사회적 공헌은 무엇일지, 힘든 일상에서 문학이 갖는 역할에 대한 고민은 무엇인지, 문학이 전해주는 온기 깃든 희망은 어떻게 보여주어야 할지를 고민해 왔습니다. 펠로우십을 통해 더 치열한 문학적 각성, 멈춰있지 말고 끝없이 나아가라는 격려, 성장의 계기로 생각합니다. 좋은 작품을 창작하여 문학예술에 대한 강연과 다양한 문학활동을 전방위적으로 확장하는데 역동적인 동기가 되었다고 그 의미를 새겨봅니다.
- 펠로우십 기간 동안 구체적으로 구상 중인 프로젝트나 작업 방향이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여러 방향의 작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우선, 문학 계간지에 2025년 봄호부터 겨울호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민병일의 미학 에세이〉를 연재할 예정입니다. 또한 2025년 6월에는 프랑스의 명문 출판사 아르망 콜랭(Armand Colin)에서 제 책 『바오밥나무와 방랑자』의 불한대역판이 출간될 예정이라, 국제 독자들과도 소통할 수 있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2025년 7월 26일(토)에는 하동 평사리문학관의 초청을 받아 문학 강연을 진행할 예정이며, 8월 19일에는 광주 대건문화관에서 새 산문집 『나무 새 꽃, 느림의 미학-숲에는 천 개의 아르고스 눈이 있다』를 중심으로 독자와 대화하는 시간을 가질 계획입니다.
- 시집, 산문집, 사진집, 번역서 등 굉장히 다양한 장르의 책을 펴내셨어요. 얼마나 어렵고 다채롭게 즐거운 작업일지 감히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강력한 동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문학, 더 나아가서 아방가르드적인 예술에 대한 열정과 삶에 대한 감사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학이란 보이지 않는 희망을 찾아가는 끊임없는 구도의 길로, 수도사처럼 낮고 외면받은 자리에서 인간적인 것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러기 위해선 제가 잘 할 수 있는 공간에서만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모든 중심이 문학이고 책입니다. 다른 것들은 매체 미학적인 측면에서 고려되는 것들이고요. 제가 작업하는 책들은 문학적으로 찾아야 할 ‘푸른 꽃’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일 낭만주의 문학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시인 노발리스의 장편 『하인리히 폰 오프터딩엔Heinrich von Ofterdingen』, 즉 우리에게 『푸른 꽃』으로 알려진 작품 속 이야기처럼, ‘창’을 주제로 쓴 책 『창에는 황야의 이리가 산다』와 ‘담’을 주제로 쓴 책 『담장의 말』에서 사물들은 저를 꿈꾸게 하는 ‘푸른 꽃’이라는 ‘뮤즈’입니다. 사물들은 저를 끊임없이 내면으로의 신비한 방랑을 떠나게 하니까요.
- 그림도 그리셨어요. 저서 '바오밥나무와 방랑자'에서 “그림은 글쓰기의 또 다른 유희이며, 동화에 숨겨진 또 하나의 언어”라고 생각하신다고 밝혀주셨습니다. 문학과 다른 예술들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좀 더 청해듣고 싶어요.
고대 그리스의 서정 시인이며 철학자인 케오스의 시모니데스(기원전 556~468년)의 말 “회화는 말하지 않는 시이며, 시는 말하는 회화”라는 테제는 잘 알려진 것입니다.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작품 활동을 한 것은 10년도 채 안 되지만, 그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포클레스부터 셰익스피어, 하이네, 월트 휘트먼, 발자크, 모파상 등 300권이 넘는 문학책들을 탐독하며 그림에 끊임없이 문학적 자양분을 심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며, 기 드 모파상의 소설 한 대목을 인용하며 그림에 문학적 영감을 받은 것을 고백하고 있지요. 큰 화집 여섯 권 분량을 빼곡한 활자로만 채운 그의 서간 문집 속 문장은, 어느 문학가도 흉내 내지 못할 사유와 문체로 무장되어 있는데, 고흐는 끊임없이 미술이라는 예술을 문학의 창을 통해 표현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림이 글쓰기의 또 다른 유희라면 글쓰기 역시 세상이라는 캔버스에 그려야 할 그림이겠지요. 문학과 다른 예술이 연결되는 방법은, 미술적인 예술적인 상상력을 문학에 접목시키려는 노력을 낯설게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끊임없이 예술적인 ‘것’들을 문학적인 ‘것’들과 만날 수 있게 불온한 꿈을 꾸고, 작품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 산문집 '담장의 말' 에서는 담장이 사람을 비추는 거울이자 정신의 오두막이라고 표현해 주셨어요. 담장이 아무것도 숨기지 않으면서도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더욱 매력이 있다고 인터뷰도 해주셨고요. 하나의 사물이 무한한 영감을 준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요즘, 작가님께 영감을 주는 대상은 무엇일지 여쭙습니다.
제가 독일 유학 중에 모았던 오래된 사물들입니다. 그것들은 특별한 골동품이 아니고 우리 삶 속에서 함께 숨 쉬어 온 사소한 것들입니다. 오래된 사물들에는 20세기의 인문 정신이 들어있다고 생각해서요. 예를 들면 아주 사소한, 한 백 년 된 색색깔의 고운 ‘색실’로부터 반세기가 더 지난 ‘과자 깡통’, ‘람페’ 등…… 발터 벤야민이 『1900년경 베를린의 유년시절Berliner Kindheit um neunzehnhundert』에서 「찬장」, 「회전목마」 등을 통해 보여준 사유 깊은 미학적 에세이 같은 이미지를 품고 있기 때문일까요. 오래된 사물들은 부르크하르트가 말한 것처럼 ‘정신의 교역장’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사물들은 끝없이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습니다. 사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은 자기의 내면으로 가는 길을 만드는 달빛 같은 것일 테니까요.
- 요즘 수필 장르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수필이 활발히 창작되는 시기이기도 한데요. 작가님께서 생각하는 ‘좋은 수필’이란 어떤 것일까요?
수필의 저변이 확대되는 현상은 긍정적인 일입니다. 문제는 질적인 면에서 내용을 어떻게 담보할 수 있는가입니다.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과 문학지 수필 신인상, 전국의 여러 수필문학상 수상작들을 보면 대부분 ‘신변잡기 류의 글’, ‘수기성 글’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수필 문학의 딜레마가 이 지점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시와 소설에서는 오래전부터 문학정신이 견고한 아름다운 작품, 인간 내면을 탐구하는 사유 깊은 작품, 동시대를 살아가는 고민, 역사의식 등이 작품에서 문학적 형상화를 통해 나타나지만, 수필 장르는 문학의 아류로 여겨지며 미몽의 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수필, 즉 산문을 중심으로 작품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통렬한 자기반성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문학에서 수필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리멸렬한 점은 문학적 형상화를 통해 대상을 낯설게 보여주는 문학의 기본에 충실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좋은 수필이란, 문학예술이란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서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더 나아가 문학을 통해 보여주어야 할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져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떤 수필이 좋은 수필인가?에 대해선 관점에 따라 결이 조금씩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좋은 수필, 아름다운 수필이란 첫째, 인간 내면을 깊고 다양하게 탐구하려면 글에 사유하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수필에 사유가 없다면 그 글은 추억이나 반추하는 일기장에 있어야 하겠지요. 둘째 수필이 문학의 한 장르인 이상 진정한 삶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미학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심미성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니체가 예술에 대해 말한 것처럼 “존재의 끔찍함과 부조리에 관한 역겨운 생각”을 미의 범주에서 다루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알베르 카뮈의 산문 「티파사에서의 결혼」은 문학의 아름다움을 여실히 보여주지 않습니까. 셋째 인간에 대한 연민과 온기가 담겨있으면서 삶을 성찰할 수 있는 의미가 들어있지 않으면 누가 좋은 수필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넷째는 수필 특성상 진술을 하더라도 문장과 문단에서 문학적 형상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문학적 형상화를 하지 못하는 것은 직접 진술에 의존하는 것이므로 글을 수기로 몰아가는 우를 범하고 맙니다. 마지막으로 문학으로서의 수필에는 대상을 낯설게 보여줄 수 있는 문학성을 담보해야 합니다.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에 의해 제기된 ‘낯설게 하기’란 진부한 카테고리에 글을 가두는 게 아니라, ‘다른 것’으로 재현해 내는 것이지요. 신변잡기성 글, 수기성 글을 쓰고 수필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예술은 대상을 단순, 모방, 반복, 재생산하지 않고, ‘다른 것’으로 재현해야 한다는 ‘낯설게 하기’를 의식하지 않고 진술만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상술한 다섯 가지를 중심으로 좋은 수필을 만들기 위하여 치열하게 고민하는 글쓰기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추천 콘텐츠
문장웹진 모색
Die Schildkröte und der Tiger 거북이와 호랑이[레지던시 일기] Die Schildkröte und der Tiger 거북이와 호랑이 ― 한국에서 ‘레지던스 작가’로 보낸 4주의 시간 하인츠 야니쉬 (번역 김서정) I. 존중받는 느낌. 한국에서 보낸 4주간(2026년 3월 28일부터 4월 24일까지)을 돌아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이 이것입니다. 나와 내 가족이 받은 대접, 우리를 대하는 사람들의 정성, 나의 책과 문학 작업에 대한 존중. 내 책들(원서와 한국어 번역본)은 남이섬의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그림책 홀이나 서울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건물 진열장에만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나와 대화를 나눈 사람들 모두 내 책을 잘 알고 있더군요. 희한하게도, 내 책의 글과 그림에 대한 명확하고도 박학한 질문이 주어졌습니다. 희한하게도, 그림책의 언어와 그림의 어울림에 대해 아주 꼼꼼하게 인지하고 언급하는 코멘트도 있었습니다. 나는 내 책을 한국에서 낸 출판인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책의 어떤 부분은 원본을 살짝 벗어나 새로운 포맷을 입기도 했는데, 그 섬세한 만듦새에 완전히 납득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를테면 볼프 에를브루흐가 그림을 그린 (한국어본 제목 : )의 한국어본은 원본과 달리 세로가 더 긴 포맷으로 나왔습니다. 책 속의 작은 왕에게 갑자기 더 큰 공간이 주어졌는데, 그게 이야기와 아주 잘 어울려 보였습니다. 한국에서 머무르는 4주 동안 나는 출판인, 번역자들과(글자 그대로 모두 여성이었지요)(* 역주 : 독일어의 명사에는 남성과 여성의 구분이 있습니다. 작가는 보통의 경우 남성형 명사와 여성형 명사를 모두 씁니다. ‘대화 상대(남성형)과 대화 상대(여성형)’ 이런 식입니다. 그런데 이 문장에서 출판인과 번역자의 여성형만 쓰고 이런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모두 여성인 게 아주 인상적이었던 모양입니다.) 아주 흥미로운 대화를 많이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여성) 그림책 작가들과 (남성) 그림책 작가들, (여성) 글 작가들과 (남성) 글 작가들과도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우리는 책을 보여주고, 의견을 주고받고, 책도 주고받았습니다. 친절한 통역의 도움을 받아 이 ‘책나라’ 사람들은 특별한 책들에 대한 사랑으로 확실히 연결될 수 있었습니다. II.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서 그쳤던가? 짧은 되돌아봄. 모든 것은 트리에스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2024년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바닷가 도시에서 나는 내 문학 작업에 주어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받았습니다. 경사스러운 시상식은 말 그대로 경사스러운 잔치가 되었습니다. 16살 난 우리 딸은 “내 생애 최고의 파티”였다고 하더군요. 70개국에서 온 600명 이상의 사람들이 IBBY 총회에 모였습니다. 어린이문학에 대한 사랑 하나로 뭉친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었지요. IBBY는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International Board on Books for Young People의 약자입니다.
- Heinz Janisch
- 2026-08-01
문장웹진 모색
소설이 라디오 드라마를 만났을 때[문학의 곁] 소설이 라디오 드라마를 만났을 때 ― 책 읽는 사회를 위한 서현이 1. ON AIR 스튜디오 출입문에 불이 들어왔다. 붉은색의 ‘ON AIR’ 글씨가 선명하다. 드디어 큐 사인이 떨어지고 소설이 라디오 드라마를 만났다. 이제 소설 속 단어는 목소리 연기자 성우들을 만나 살아 움직일 것이며 쉼표ㅇ와 숨표는 호흡이 되어 깊이를 더할 것이다. 숨을 쉬기 시작한 문장은 음향효과를 만나 시간과 공간이 만들어질 것이고 음악을 만나 날개를 달 것이다. 소설이 라디오 드라마를 만나면 또 하나의 생명을 얻게 된다. 사진. KBS 제작 모습 2. 오프닝 혹은 여정의 출발 소설이 라디오 드라마를 만나기까지의 여정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전부터 시작된다. 1년 전부터 작품을 준비하는 경우는 특별히 의미가 있는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작가의 탄생 100주년이라든가 어린이날 제정 100주년, 삼일절 특집 같은 기획이 여기에 해당한다. 특별한 기획이 아닌 경우 통상 3~4개월 전부터 준비한다. 라디오 드라마가 만나고 싶은 소설에 제한은 없다. 다만 어려운 점은 존재한다. 만남을 방해하는 가장 큰 방해 요소는 2차 저작물 저작권료다. KBS 측에서 책정한 저작권료를 상대측에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만남은 성사될 수 없다. 라디오 드라마와 소설의 만남을 방해하는 또 다른 장애물은 다시 듣기(=다운로드)다. 다시 듣기도 넓은 의미에서 저작권에 포함이 되겠지만 다시듣기만을 제한하는 곳도 있다. 이 경우 최대한 조정해 보지만 불발되면 소설과 라디오 드라마는 만날 수 없다. 3. 소설과 라디오 드라마의 주파수 맞추기 라디오 드라마의 주파수와 잘 맞는 소설은 어떤 작품일까? 주파수를 궁합으로 바꿔도 무방하다. 소설과 라디오 드라마 사이에 궁합이라는 게 존재할까? 당연히 존재한다. 그렇다면 궁합이 잘 맞는 작품은 어떤 작품일까? 간단하게 정리하면 ‘소설을 읽었을 때 그림이 그려지면서 쉽게 이해되는 작품’이다. 소설가들은 반문할지 모른다. ‘소설 문장은 서술과 묘사로 이뤄져 모든 상황을 그림으로 그릴 수는 없다. 그리고 소설은 책을 덮은 후에도 깊이 사유하게 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 맞는 말이다. 그게 소설의 힘이자 매력이다. 더구나 90년대 이후 한국소설은 의미와 가치보다는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려는 경향이 뚜렷했고 그 결과 기발한 방법으로 형상화하는 소설들도 대거 발표되었다. 다양화된 소설 중에는 읽는 즉시 이해가 되는 작품도 있지만 두세 번 읽어야 하는 작품도 있다. 그런데 라디오 드라마 청취자들은 방송을 듣는 동시에 그림그리기를 원하고 듣는 즉시 이해하기를 원한다. 바로 그 차이, 읽는 소설과 듣는 라디오 드라마 주파수의 차이를 맞추는 게 라디오 드라마를 제작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방송 글의 기본은 구어체이면서 쉬워야 한다. 방송 진행자들이 하는 말을 상상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간혹 대중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가 있을 때 진행자는
- 서현이
- 2026-08-01
문장웹진 모색
제1회 서울제대로도서전, 또 하나의 작은 책 축제를 만나다[도서전 참관기] 제1회 서울제대로도서전, 또 하나의 작은 책 축제를 만나다 정대훈 프롤로그 서울국제도서전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오늘 또 하나의 도서전을 찾았다. 규모는 훨씬 작았지만, 최근 출판계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새로운 시도라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현장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 행사장에 도착한 시간은 개장 약 30~40분 전. 예상했던 것처럼 행사장은 한산했다. 몇 년 전 서울국제도서전이 지금처럼 대규모 축제로 자리 잡기 전의 분위기가 떠올랐다. 사람들은 드문드문 모여 있었고,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는 도서전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들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 노들섬에 도착했을 때. 서울국제도서전의 여운을 안고 또 하나의 책 축제를 찾아왔다. 맑은 하늘만큼이나 오늘은 조금 여유로운 도서전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 개장 전 풍경. 아직은 사람들이 드문드문 모여 있었다. 오래전 서울국제도서전이 지금처럼 북적이기 전, 그 시절의 익숙한 풍경이 문득 떠올랐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 느긋하게 책을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작은 공간을 가득 메운 책의 열기 개장과 동시에 사람들이 순식간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행사장 규모는 서울국제도서전의 대형 부스 몇 개를 합친 정도에 불과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발 디딜 틈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붐볐다. 게다가 사람들은 빠르게 지나가지 않았다. 부스마다 멈춰 서서 책을 펼쳐 보고, 출판사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이동했다. 덕분에 행사장의 동선은 한참 느렸지만, 그만큼 책을 중심으로 한 시간이 어느 정도 만들어지고 있었다. 가족 단위 관람객과 어린이를 동반한 방문객도 많았고, 조선대학교 학생들의 단체 관람도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어린이책과 그림책의 비중이 상당히 높았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점은 출판사 부스의 분위기였다. 서울국제도서전에서는 젊은 직원들이 운영하는 부스를 많이 볼 수 있었다면, 이곳에서는 작은 출판사의 대표나 편집장이 직접 독자를 맞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책에 관한 이야기가 조금 더 깊게 이어지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었다. ▶ 불과 몇 분 만에 달라진 풍경. 조금 전까지 한산했던 공간은 개장 시간이 다가오자, 순식간에 긴 대기 줄로 바뀌었다. ‘오늘은 여유롭게 둘러보겠구나’ 했던 기대는 이때부터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예상보다 훨씬 뜨거웠던 내부. 공간은 크지 않았지만, 출판사와 독자들 사이에는 끊임없이 대화가 이어졌다. 발걸음은 느렸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대부분 책 위에 머물러 있었다. 도서전의 또 다른 즐거움은 예상하지 못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다. 이번에도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조선대학교 양경언 문학평론가였다. 서울국제도서전에서도 그랬지만, 도서전은 책만 만나는 공간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업계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근황을 묻고, 짧은 대화 속에서 새로운 소식도 듣게 된다. 책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다시 연결되는 장소라는 점에서
- 정대훈
- 2026-07-01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선택하신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댓글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