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서울제대로도서전, 또 하나의 작은 책 축제를 만나다
- 작성일 2026-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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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전 참관기]
제1회 서울제대로도서전, 또 하나의 작은 책 축제를 만나다
정대훈

프롤로그
서울국제도서전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오늘 또 하나의 도서전을 찾았다. 규모는 훨씬 작았지만, 최근 출판계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새로운 시도라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현장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
행사장에 도착한 시간은 개장 약 30~40분 전. 예상했던 것처럼 행사장은 한산했다. 몇 년 전 서울국제도서전이 지금처럼 대규모 축제로 자리 잡기 전의 분위기가 떠올랐다. 사람들은 드문드문 모여 있었고,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는 도서전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들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작은 공간을 가득 메운 책의 열기
개장과 동시에 사람들이 순식간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행사장 규모는 서울국제도서전의 대형 부스 몇 개를 합친 정도에 불과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발 디딜 틈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붐볐다.
게다가 사람들은 빠르게 지나가지 않았다. 부스마다 멈춰 서서 책을 펼쳐 보고, 출판사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이동했다. 덕분에 행사장의 동선은 한참 느렸지만, 그만큼 책을 중심으로 한 시간이 어느 정도 만들어지고 있었다.
가족 단위 관람객과 어린이를 동반한 방문객도 많았고, 조선대학교 학생들의 단체 관람도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어린이책과 그림책의 비중이 상당히 높았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점은 출판사 부스의 분위기였다. 서울국제도서전에서는 젊은 직원들이 운영하는 부스를 많이 볼 수 있었다면, 이곳에서는 작은 출판사의 대표나 편집장이 직접 독자를 맞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책에 관한 이야기가 조금 더 깊게 이어지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었다.

예상보다 훨씬 뜨거웠던 내부. 공간은 크지 않았지만, 출판사와 독자들 사이에는 끊임없이 대화가 이어졌다. 발걸음은 느렸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대부분 책 위에 머물러 있었다.
도서전의 또 다른 즐거움은 예상하지 못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다. 이번에도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조선대학교 양경언 문학평론가였다. 서울국제도서전에서도 그랬지만, 도서전은 책만 만나는 공간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업계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근황을 묻고, 짧은 대화 속에서 새로운 소식도 듣게 된다. 책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다시 연결되는 장소라는 점에서 도서전은 언제나 작은 네트워크의 장이 되곤 한다.
무료 도서전이 던진 메시지
행사 관계자에게 이 도서전의 취지를 직접 들을 수 있었다.
이 도서전은 무료입장을 원칙으로 하며, 서울국제도서전의 공공성 회복이라는 문제의식에 공감한 출판사들이 자발적으로 힘을 모아 만든 행사라고 했다. 외부의 큰 지원에 의존하기보다 참여자들의 연대로 만들어진 첫 행사라는 게 설명이었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프로그램은 의외로 알찼다. 저작권 상담을 위한 부스가 마련되어 있었고, 강연과 작가와의 만남, 사인회 등 도서전에서 기대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충실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행사 전체의 분위기는 서울국제도서전의 독립 출판관(책마을 코너)이 하나의 도서전으로 확장된 듯한 느낌이었다. 출판사와 서점, 1인 출판까지 함께 참여하며 작은 출판 생태계의 활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독자가 주인공이 되는 이색 행사 코너
행사장 규모는 작았지만, 이 도서전은 관람객을 구경꾼으로 남겨두지 않았다. 아기자기한 행사 코너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공간은 ‘낭독방’이었다. 문 앞에 걸린 종을 울리면 누구나 그날의 낭독자가 될 수 있었다. 행사장에서 구입한 책도 좋고, 집에서 가져온 책도 좋았다. 준비된 무대라고 해봐야 작은 의자와 마이크 하나가 전부였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편안했다. 한 사람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의자에 앉거나 벽에 기대어 귀를 기울였다.
처음에는 참여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낭독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꾸준히 줄을 섰고, 독자는 어느새 관람객이 아니라 행사의 주인공이 되어 있었다.


이번 도서전에서 내가 선택한 책들
이번 도서전에서는 굳게 다짐한 것이 하나 있었다.
‘오늘은 정말 필요한 책만 사자.’
행사장을 한 바퀴 도는 동안 그 다짐은 여러 번 흔들렸다. 그림책은 하나같이 귀엽고, 깜찍했으며, 1인 출판으로 만든 여행에세이들은 책이라기보다 작은 기념품 같았다. 책을 만든 사람들, 작가이자 1인 기업 대표가 직접 독자에게 자신의 책을 소개하는 모습도 역시 매력적이었다. 몇 번이나 책을 집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가 집었다가 다시 내려놓기를 반복했다.
‘안 돼. 오늘은 참자.’
그런데 예상치 못한 복병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의 장르 소설 단편을 영어 번역과 함께 엮어낸 작은 시리즈였다. 권당 6천 원이라는 가격도 흥미로웠지만, 출판사 대표가 직접 해외 독자들을 위해 이 시리즈를 기획하고 유통망을 개척해 왔다는 이야기가 귀를 붙잡았다. 사실 그냥 지나칠 생각이었다. 그런데 대표가 결정적인 한마디를 던졌다.
“세 권 사시면, 인형 하나 드립니다.”
그렇게 나는 단편소설보다 인형을 먼저 손에 넣게 되었다. 나는 세 권의 책과 인형 한 마리의 애틋한 보호자가 되어 있었다. 문제는 귀갓길이었다. 행사장에서 받은 작은 에코백에 인형을 넣었는데, 가방이 생각보다 너무 작았다. 행사장에서는 가지런하고 단정했던 머리카락이 지하철을 몇 번 오가는 사이 온갖 풍파를 겪으며 사방으로 헝클어졌다.
또 다른 구매는 조금 다른 이유에서였다. 작가노조 부스에서는 선언문과 관련 책자를 구입했다. 개인적으로 작가노조는 오래전부터 관심 있게 지켜본 단체다. 창작 활동의 공정한 보상과 원고료 기준, 창작자의 권리에 관한 여러 논의를 가까이에서 지켜봤고, 작가노조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도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다. 그래서 작가노조의 취지에는 지금도 깊이 공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몇 가지 한계에 대해서도 나름의 고민을 안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부스는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공간이라기보다, 한국 문학 생태계의 또 다른 목소리를 기록하는 현장처럼 느껴졌다. 자연스럽게 선언문과 자료집을 집어 들게 된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아쉬웠던 점, 그리고 에필로그
첫 행사라는 점을 생각하면 전체적인 운영은 기대 이상이었다. 다만 첫해 방문한 관람객의 입장에서 몇 가지 개선되었으면 하는 부분도 있었다.
실제 판매가 중요한 행사인 만큼 조금 더 편리한 결제 환경이 마련된다면 관람객들의 만족도도 함께 높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 가지. 도서전의 규모가 커질수록 공간 운영 역시 중요한 과제가 된다. 올해 역시 많은 참가 부스가 한정된 실내 공간에 밀집되면서 관람의 열기는 높았지만, 모든 공간을 부스로 채울 필요는 없지만, 전시와 휴식, 체험 프로그램을 적절히 분산 배치한다면 관람객의 동선도 한결 여유로워지고 체류 시간도 더욱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규모의 확대만큼 공간 운영에 대한 실질적인 고민도 함께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울제대로도서전은 서울국제도서전보다 규모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작았다. 그러나 출판사와 독자가 훨씬 가까운 거리에서 만나고, 책을 중심으로 자연스러운 대화가 이루어지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살아 있는 행사였다.
무엇보다 공공성과 자발적인 연대라는 가치가 행사 곳곳에서 느껴졌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첫걸음을 내디딘 도서전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갈지 기대된다. 그리고 이번에 만난 책들을 앞으로 천천히 읽으며 또 다른 기록으로 이어가 보려 한다.

서울국제도서전을 돌아보며 가장 강하게 느낀 것은 ‘열기’였다. 책을 향한 관심이 이렇게까지 커졌다는 사실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출판계가 오랫동안 바라왔던 풍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열기가 때로는 과잉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긴 대기 줄, 발 디딜 틈 없는 부스, 끊임없이 이어지는 인파 속에서 책을 천천히 들춰보고, 우연한 발견을 즐기는 도서전 본연의 여유는 조금씩 밀려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예전의 서울국제도서전이 지녔던 조금은 한산하고 느긋한 분위기를 좋아했다. 사람보다 책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서두르지 않고 출판인과 이야기를 나누며 한 권의 책 앞에 오래 머물 수 있었던 시간 말이다. 지금의 도서전은 하나의 문화축제로 진화했지만, 그 과정에서 ‘책을 만나는 속도’만큼은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 많은 사람이 찾는 도서전이면서도, 한 사람 한 사람이 한 권의 책과 충분히 마주할 수 있는 도서전. 앞으로의 서울국제도서전이 고민해야 할 방향도 어쩌면 그 균형에 있지 않을까. 진심 속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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