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와 산
- 작성일 2021-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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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와 산
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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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2021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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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서울제대로도서전, 또 하나의 작은 책 축제를 만나다[도서전 참관기] 제1회 서울제대로도서전, 또 하나의 작은 책 축제를 만나다 정대훈 프롤로그 서울국제도서전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오늘 또 하나의 도서전을 찾았다. 규모는 훨씬 작았지만, 최근 출판계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새로운 시도라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현장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 행사장에 도착한 시간은 개장 약 30~40분 전. 예상했던 것처럼 행사장은 한산했다. 몇 년 전 서울국제도서전이 지금처럼 대규모 축제로 자리 잡기 전의 분위기가 떠올랐다. 사람들은 드문드문 모여 있었고,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는 도서전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들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 노들섬에 도착했을 때. 서울국제도서전의 여운을 안고 또 하나의 책 축제를 찾아왔다. 맑은 하늘만큼이나 오늘은 조금 여유로운 도서전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 개장 전 풍경. 아직은 사람들이 드문드문 모여 있었다. 오래전 서울국제도서전이 지금처럼 북적이기 전, 그 시절의 익숙한 풍경이 문득 떠올랐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 느긋하게 책을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작은 공간을 가득 메운 책의 열기 개장과 동시에 사람들이 순식간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행사장 규모는 서울국제도서전의 대형 부스 몇 개를 합친 정도에 불과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발 디딜 틈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붐볐다. 게다가 사람들은 빠르게 지나가지 않았다. 부스마다 멈춰 서서 책을 펼쳐 보고, 출판사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이동했다. 덕분에 행사장의 동선은 한참 느렸지만, 그만큼 책을 중심으로 한 시간이 어느 정도 만들어지고 있었다. 가족 단위 관람객과 어린이를 동반한 방문객도 많았고, 조선대학교 학생들의 단체 관람도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어린이책과 그림책의 비중이 상당히 높았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점은 출판사 부스의 분위기였다. 서울국제도서전에서는 젊은 직원들이 운영하는 부스를 많이 볼 수 있었다면, 이곳에서는 작은 출판사의 대표나 편집장이 직접 독자를 맞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책에 관한 이야기가 조금 더 깊게 이어지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었다. ▶ 불과 몇 분 만에 달라진 풍경. 조금 전까지 한산했던 공간은 개장 시간이 다가오자, 순식간에 긴 대기 줄로 바뀌었다. ‘오늘은 여유롭게 둘러보겠구나’ 했던 기대는 이때부터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예상보다 훨씬 뜨거웠던 내부. 공간은 크지 않았지만, 출판사와 독자들 사이에는 끊임없이 대화가 이어졌다. 발걸음은 느렸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대부분 책 위에 머물러 있었다. 도서전의 또 다른 즐거움은 예상하지 못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다. 이번에도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조선대학교 양경언 문학평론가였다. 서울국제도서전에서도 그랬지만, 도서전은 책만 만나는 공간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업계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근황을 묻고, 짧은 대화 속에서 새로운 소식도 듣게 된다. 책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다시 연결되는 장소라는 점에서
- 정대훈
- 2026-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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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서울국제도서전에 다녀와서[도서전 참관기]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 다녀와서 정대훈 1. 다리가 아팠다, 그런데 아무도 나가지 않았다. 다리가 아팠다. 서울국제도서전에 들어선 지 네 시간이 조금 지났을 때였다. 분명 책을 보러 왔는데 이상하게 계속 걷고만 있었다. 한 부스를 보고 나오면 또 다른 부스가 나타났고, 저쪽에 사람이 몰려 있어, 가보면 또 다른 줄이 있었다. 잠시 앉아 쉬고 싶었다. 그런데 앉을 곳이 없었다. 커피 한잔 마시며 오늘 본 풍경들을 정리해 보고 싶었지만, 행사장 안 카페는 이미 만석이었다. 결국 사람들이 선택한 곳은 전시장 한쪽 벽과 통로였다. 누군가는 가방을 베개 삼아 쉬고 있었고, 누군가는 오늘 받은 전단과 굿즈를 정리하고 있었다. 책은 느린 매체다. 가던 걸음을 멈추고, 책을 펼치고, 페이지를 넘기며 머무는 시간 속에서 완성된다. 그런데 책 축제에 온 사람들은 멈추지 못하고 계속 걷고 있었다. 그럼에도 더 이상한 것은 아무도 쉽게 나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와, 너무 많다. 어디부터 봐야 하지?” “아 힘들다. 커피라도 한잔 마시고 싶은데 자리도 없네.” 힘들다고 말하면서 사람들은 다시 다음 부스를 향했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라고 한다. 그런데 책 때문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였다. 이 이상한 모순에서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을 바라보는 질문이 시작됐다. 2. 이들은 과연 누구인가? — 책을 사러 온 사람들일까, 그냥 책 곁에 있고 싶은 사람들일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역시 사람들이었다. 특히 젊은 여성 관람객들이 많았다. 20대와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방문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행사장 곳곳을 누볐다. 그런데 조금 걷다 보면 묘한 장면이 보였다. 길게 늘어선 줄. 그런데 그 줄 끝에는 늘 책이 있지는 않았다. “여기 줄 서 있는 거예요?” “이벤트 참여하시려면 저쪽 끝부터 서셔야 해요.” 사람들은 이벤트를 기다렸다. 한정 굿즈를 찾았다. 마음에 드는 디자인 상품 앞에서는 한참을 머물렀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조금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 “책 축제인데 책을 찾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처음에는 나 역시 비슷한 생각을 했다. 그런데 행사장을 오래 걷다 보니 조금 다른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이들은 책을 영영 떠난 사람들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책 곁으로 다가오는 사람들이 아닐까. 과거에 비해 지금의 독자는 조금 복잡하다. 좋아하는 출판사의 세계관을 소비하고, 책 주변의 귀엽고 탐스러운 물건들을 소유하고, 작가와 연결되는 어떤 새로운 경험을 꽤나 중요하게 생각한다. 책은 목적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하나의 출입구가 되고 있었다. 3. 가장 작은 공간에서 가장 오래 머물렀던 사람들 — 어쩌면 독립 출판이 보여준 취향의 힘? 첫날. 흥미로운 것은 크고 화려한 부스에만 사람들이 몰렸던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인파가 가장 천천히 움직였던 공간 중
- 정대훈
- 2026-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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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 view[레지던시 일기 – 협성마리나 G7] 공허 view 정용준 그곳에 머무는 동안 내가 가장 많이 한 일은 ‘하지 않기’였다. 뭘 하려는 노력은 그만두고 뭘 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일찍 일어나는 것. 까다로운 연락을 주고받는 것. 확인하고 결정하고 결심하는 것. 크고 작은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것. 사느라 바빴다. 어떤 이유로, 혹은 이유도 모른 채, 분주했다. 급한 일에 시달렸다. 곰곰이 따지고 보면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는데 처리하려 들었고 해결하려 했다. 그러나 정작 소중한 일이나 가치 있는 일, 혹은 하고 싶은 일은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뒤로 미루었다. 이상하다. 의미 있는 일은 안 하고(못하고) 무가치한 일에 온 힘을 다하는 삶이라니. 살기와 쓰기는 겨룰 수 없다. 둘은 체급이 다르다. 쓰기는 살기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살기의 눈치를 봐야 쓰기는 존재할 수 있다. 살기가 자리를 비우거나 잠이 들어야 비로소 초원에 나올 수 있는 약하고 약한 쓰기. 일상의 사각에 숨어 읽고 쓰는 것. 그것도 대단하지만, 그만큼 소중하지만, 때로는 생각한다. 삶의 운동장 전체를 다 사용해서 쓰면 얼마나 좋을까. 페소아가 그랬듯이 온종일 허구의 존재들하고만 놀면 얼마나 좋을까. 두려움을 내려놓고 나 자신을 몇 개로 가능하다면 수십 개로 분화해서 모두에게 삶을 허락하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과 공상으로 사면을 채워 그 안에서 영원해지고 무한해지면 얼마나 좋을까. 협성마리나 G7 39층 숙소. 그곳을 떠올리면 차가운 2월의 허공이 느껴진다. 커다란 창밖으로 펼쳐지는 하늘과 바다. 1,200대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넓은 주차장. 창문에 이마를 대고 멍하니 그것들을 봤다. 그렇게 있는 것이 좋았다. 허공에 떠서 아래를 바라보는 3인칭 화자의 기분은 이렇겠지. 높은 고도와 그만큼 텅 빈 풍경. 이따금 새가 날고 몇 차례 비가 내리는 것 외엔 언제나 비어 있던 저 허공. 거기에 눈을 두고 오래 있으면 곧 공허해졌다. 나는 그 풍경을 미술관의 그림처럼 응시했고 그 작품의 이름을 ‘공허 view’라고 지었다. ‘공허’의 정의가 궁금해서 사전에서 찾아봤다. 내부 감정이 황폐해지고 환상과 소망을 잃어버릴 뿐만 아니라 외부 자극에 대해 반응하지 못하거나 단순히 기계적인 반응만을 보이는 주관적인 정신 상태. 이런 상태에서 개인은 확신, 열성, 타인들과의 연결됨을 상실하고 무감각, 권태 그리고 피상적인 감정에 시달린다. 대부분의 설명과 표현에 동의하지만 ‘황폐’, ‘기계적인 반응’, ‘시달린다’에는 수긍하기 어렵다. 내부 감정의 구조와 지탱하고 있는 것들이 무너질 수는 있다. 무너질 필요도 있다. 그러나 그 풍경을 황폐하다고 할 수는 없다. 대청소를 하려고 물건을 빼놓은 빈방을, 새 물을 채우려고 물을 다 뺀 수영장을, 더럽다고 표현하지 않는 것처럼. 그 ‘뷰’는 공허했
- 정용준
- 2026-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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