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핀스루
- 작성일 2024-10-01
- 댓글수 0
돌핀스루
박유빈
우린 모두가 아종이라서
칭얼대도 된단다
노을에 입혀진 것처럼 공터는
포근한 얼굴을 하지
지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데요
집도 없고
몸도 없지만
나는 다행입니다
발라진 살점
개개풀린 두 눈
나를 휘감고 돌아가는 모자람
몇몇
그렇게 살면 곤란합니다
한 문장 흘려 쓴 구름형 말풍선 하나
수영모처럼 쓰고 다녀요
아무도 상처받지 않아요
걷는다
공터에 거품이 가득하길 바란다
슈퍼맨처럼 공터를 일곱 바퀴 반 돌면
분명 제정신은 아닐 거야
성을 쌓을 수 없는 모양뿐인 모래땅
무르팍 생채기 같은 붉은 하늘
공터의 냄새가 후텁지근하군요
빙빙 걷는다
걷다가
투명한 벽에 이마를 부딪친 척 멈춰 섰다
멍하니 입 벌리고 있으면
누가 들어와 씹히고
가만히 씹다가도 먹히는
우리에게 눈이 생겨서
수족관 속 우리에게도
물밑에 버려진 미증유를 구하려고
온몸이 무지갯빛으로 뒤덮이고
해답같이 비늘은 돋아나고
그러게나 말입니다
왜 물밑인 걸까요
계속 걷는다
걷다가
고개를 휘젓는다
말라붙은 마음보다
헛헛한 공터
그게 참 밉다
너는 민물고기의 제왕
나는 멸종하는 돌고래
슈퍼맨은 그냥
외계인
우리는
공터의 슈퍼 물고기죠
대륙 모양 나룻배를 타고 떠돌고 있어요
뱅뱅 돌고
돌다가
보얘지는 눈앞
동공이 커지고
얼굴은 뜨거워지고
빛을 되쏘는 몸들
아주 긴 시간
쏘가리 없는 행성
지느러미로 걷는다
걷다가
발끝으로 모래땅 한번 헤적여 봅니다
서로를 붙들어 맨 우리
비슷한 척 미소 흘리기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선택하신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댓글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