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때 알던 물
- 작성일 202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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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때 알던 물
김미령
미안해요 하려던 말을 잊어버렸어요
사실은 거짓말이었다 내가 하려던 말은 나를 남겨 두고 혼자 걸어가 지금쯤 집에 다다랐을 것이다
한동안 우린 물 위의 오리를 보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오리가 아니었고
눈앞에 호수는 있지도 않았고
아까부터 저기서 우릴 향해 짓궂은 표정을 짓던 아이가 의자에 드러누워 테이블을 차기 시작했다
피곤한 날이군 하늘은 점점 흐려지는데
이쯤이면 이제 우리 중 누가 물을 엎지를지도
괜찮냐고 거듭 미안하다고 말하며 급히 닦다가 다시 컵을 깨뜨리기도 하면서
이런 날이 처음은 아닌데
이 장면들 중 내 기억이 아닌 것은 무엇이고 곧 다가올 경험은 또 무엇
휴일 아침은 탁자 위의 물방울 하나에서 흘러나와 시간의 앞뒤로 무한히 뻗어 가는데
어디선가 자동차 경보음이 들렸다
어제의 꿈에서인지 근처 주차장에서인지 그 소리는 영영 끝나지 않을 것 같았고
좀 걸어 볼까요?
우리는 먼길을 돌아 호수공원까지 갔다
오리배들이 밧줄에 묶여 목을 까닥이며 무언가 아는 흉내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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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족원가족 김미령 다 외우고 있어서 그 기억은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거기 쓰러져 있던 아이도 멀리 서서 웅성이던 거뭇한 군상들도 내가 외운 길에는 정다운 이웃이 지나고 외우지 않은 길에는 사람 아닌 것이 거긴 벚나무가 많지만 사이프러스 나무가 줄지어 있는 어느 풍경과 겹쳐지고 저 멀리 외딴 집 양철지붕은 붉은색 잘못 외웠더라도 아이가 좀 더 거기 쓰러져 있는 것이 기왕이면 아름답겠지 이제 와서 기억을 수정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앉은뱅이로 그 자리에 오래 발목이 삐어 누가 찾으러 올 때까지 가만히 낮은 노래를 부르며 또다시 외운 바람이 불어오고 외운 구름이 흐르고 키 큰 사이프러스는 아이에게 아직 멀었다고 말하는 듯이 꼭대기에서 팔짱을 끼고 내려다보네 그때 왜 거기서 구경만 하고 있었어? 나중에 동생이 물으면 네가 도와달라고 안 했잖아 그렇게 말하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동생은 아직까지 묻지 않는다 두고두고 벌을 주고 싶은 게지 그때 많이 울어서 내 눈이 퉁퉁 부었었다고 정말 그랬다고 여러 번 힘주어 말하곤 했는데 아직 어렸던 그가 정말 그렇게 기억할진 알 수 없고 지금도 모르겠다 그때의 그를 구할지 말지 조금 더 생각해 보려는 듯이 사이프러스 나무가 구불거리는 들판 사이로 나는 천천히 사라지면서
- 김미령
- 202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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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령
- 2019-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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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령
- 2019-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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