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린과 알코노스트
- 작성일 202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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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린과 알코노스트
한영원
어쨌거나 종로에서 만난 그 사람은 좀 묘하다
새장을 들고 나를 만났는데
그 안에는 두 마리의 새가 있었고
이름은 시린과 알코노스트라고 한다
그들은 설화에 나오는 새들로 기쁨과 슬픔을 상징한다고 했다
나는 담배를 떨며 에스파냐어로 새를 어떻게 발음하는지 생각하고 있다
새들이 사람처럼 생겨 무섭다
새 주인은 도무지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지만
그런 사람을 볼 때 느끼는 호승심 때문에 그를 사랑해 볼까도 했다
길거리에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위조지폐를 나눠주는 거지가 있다
구원을 나눠준다고 하는데 사람들은 그걸 짓밟고 있다
내 앞에 놓인 커피 위
재와 같은 눈이 살짝 내린다
거리에 있는 가게마다 불이 났으면 좋겠다
혹은 칼로 누군가를 찌르는 장면이 많이 등장하면 좋겠다
그런 사건이 생기면 오랫동안 방관자로 있고 싶다
마치 산책을 나온 것처럼 바라보고 싶다
새 주인이 정권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자
나는 딴청을 피웠고
국제 정세 같은 것은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분야다
그가 오줌을 싸러 갔을 때
나는 두 마리 새를 풀어 놓아 주었다
내가 정말로 궁금한 것은
새를 풀어 주었을 때
새 주인의 반응이 아니라
기쁨과 슬픔이라는 것들이
어떻게 그 새장에서 사라지는지
천천히 맴돌다 서서히 소멸하는지
꾸벅 인사를 하고 뒷걸음질 치는지
한 치의 두려움도 없이 날아갈는지
영원히 그 새장 안에 있을 듯 나를 쳐다보는지
내 곁에 머물지
그런 뒤 나를 사랑하거나 원망할지
새 주인이 곧 돌아올 것이다
마저 커피 마셨다
* Viktor Vasnetsov의 「기쁨과 슬픔의 노래(Sirin And Alkonost)」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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