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하느님께는
- 작성일 2025-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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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하느님께는
강은교
이 넋 저 넋 덩기덩기
산밭가에 덩기덩기
이 넋은 가지 끝에 저 넋은 꽃봉오리 끝에
아마 하느님께는
지구 위 마을 전체가 분홍빛 둥근 접시로 보이실 거야. 국들 혹은 수프 들에서는 모락모락 김이 오르고, 나물들에서는 바다 향기 바람 향기 꽃향기 끊임없이 날리는‧‧‧ 여인들과 남정네들은 긴 키스를 하고, 분홍빛 아이들은 계단에서 끝없이 재잘거리는,
아마 하느님께는
누추한 담벽에 기대어 시금치, 봄동, 부추를 파는 저 늙은 여인도 아름다운 귀부인일 거야, 아니 늘씬한 여신일 거야,
아마 하느님께는
유니세프 광고에 찍혀 허구한 날 서럽게 웃고 있는, 팔다리가 부러진 젓가락 같은
저 소년도, 저 소녀도, 하얀 바람 솔솔 부는 바위 위에 앉아 활짝 웃고 있는 아기 동자일 거야, 아니, 날개 한껏 편 아기천사,
이 넋 저 넋 덩기덩기
산밭가에 덩기덩기
이 넋은 가지 끝에 저 넋은 꽃봉오리 끝에
아마 하느님께는
스마트폰의 구인 광고 같은 걸 보며, 신호등이 보석 사탕처럼 반짝이는, 건널목을 마악 건너고 있는 후줄그레한 저 청년도 건장한 오디세우스 같으실 거야,
아마 하느님께는
저 키 아득히 큰 아파트도 옆구리에 날개 불쑥불쑥 돋아나와 구름 위로 훠얼훠얼 날아가는 우주선 같으실 거야
모두 모두 분홍빛일 거야, 아야아, 저승에서 마악 돌아오고 있는 비리데기의 분홍숨살이꽃 가지 같으실 거야, 아마도 하느님께는,
이 넋 저 넋 덩기덩기
산밭가에 덩기덩기
이 넋은 가지 끝에 저 넋은 꽃봉오리 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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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추부추 강은교 고향에서 쫓겨난 부추들아 흐르는 물 속에 쳐박히는 눈물들아 흐르는 구름 상자속에 쳐박혀 등불의 끈들을 한 무릎에 매달고 달리는 부추들아 찢기고 가죽이 벗겨져 추어탕 노을속으로 풍덩 뛰어드는 너희 푸르른 날, 긴 웃울음소리
- 강은교
- 2025-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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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한없이 가벼워져서즐겁게 한없이 가벼워져서 강은교 어느 햇볕 눈부신 날, 즐겁게 한없이 가벼워져서, 무덤가 검은 덧창을 여는 한 사람을 생각한다, 덧창이 된 한 사람을 생각한다 어느 비 무겁게 양철지붕을 두드리던 날, 즐겁게 한없이 가벼워져서, 하늘로 떠간다, 우르르쾅쾅 우르르쾅쾅 먹구름을 마신다, 먹구름이 된다 어느 깊은 꿈 하나 내 살을 펄럭거리던 날, 즐겁게 한없이 가벼워져서, 너를 황금 꽃병에 꽂는다, 살살이 꽃인 너를, 숨살이 꽃인 너를, 내 간절곶인 너를, 아야아
- 강은교
- 201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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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궁남지시월, 궁남지 강은교 시월, 궁남지에 가면 보아 두게 시드는 것의 위대함을 지는 것의 황홀함을 저무는 것의 눈부심을 푸르르 푸르르 어둠이 오는 소리 들어 두게 보아 두게, 애인은 찬란하다 순간은 찬란하다 절망도 찬란하다 궁남지에 가면 보아 두게 구불거리는 길로 가는 한 사람, 저물녘에 열린다
- 강은교
- 201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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