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로 한 날
- 작성일 2025-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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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로 한 날
전욱진
네가 방에 슬픔을 치워 놓았다고
뿌듯해하기에
아무 말 하지 않기로 한다
오기로 한 날이잖아요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네
나는 모른 척하기로 하고
네가 방문을 열면
먼저 놀라워할 준비
방 안에 들어서서
맘껏 즐거워할 준비
어떻게 이걸 혼자 다 할 수 있었느냐
물으면 너의 대답은 명료할 것이기에
나는 거기에 맞춰 소리 내면 될 것이다
오기로 한 날이니까
서로가 동시에 같은 말을 했다는 사실에
우리는 유쾌해져서 함께 웃음 지을 것이다
같이 지내는 이 방에 이제 슬픔이란 없으며
그 형편에 금방 적응한 사람처럼 굴 것이다
저녁이 되면 우리는
한동안 맛보지 못했던 음식들을 나눠 먹고
술도 마셔서 모처럼 어지간히 취할 것이다
그러나 식탁 앞에는
너와 나만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정이 넘으면 너는 방으로 가고
내다 버린 슬픔을 도로 가져오기 위해
나는 천천히 외투를 입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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