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You Remember?
- 작성일 2025-04-01
- 댓글수 0
Do You Remember?*
최민우
파티 룸에 모인 친구들을 보다가
모두 흩어지고 나 혼자 남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럴 때마다 네가 보고 싶어
너랑 있으면 그런 불안은 안 생겨서
우리는 만나는 날마다 서로의 피곤을 걱정한다
너와 함께 갔던 아늑한 조명의 카페들은
임대료가 올라 어느새 문을 닫았어
맛난 커피에 보늬밤 먹고 싶어 다음 주에 이 영화 보고 싶어 현대음률 또 언제 가지
엄마에게 배운 돌려 말하기로 너에게 혼잣말했어
너의 습관은 독특한 폰트 발견과 인테리어 사진 찍기
같이 고른 빈티지 체크 재킷과 네가 리폼한 청바지
향수도 뿌리지 않으니까 그날 마신 커피가 너의 향기
내가 맛난 거 먹고 싶다고 혼잣말하면
볶음밥에 양배추 넣으니 맛있다고 답하는 게 좋아
산다는 것 자체가 수치를 견디는 일 같아 감자 없는 독일 요리 같고 내면의 평화를 가지라는 사칭 스팸 계정 같지
우리는 서로의 한탄을 들을 줄 알고
누가 이별하면 대수롭지 않게 묻지도 않고 옆에 있어 준다
만화 속 악당과 주인공이
서로의 변신 시간은 끝까지 감상한다는 조약이 있는 것처럼
네 앞에선 무표정으로 웃기는 드라마가 되고 싶어
하느님의 실소가 터져 나온 세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너와 오래 맞장구치는 일
다음에 또 만나면
아무도 밟지 않은 눈 덮인 길로 뛰어들자
목적을 잊고 딴 길로 새는 게 우리의 주특기니까
거실에서 자고 일어나니 모두 사라졌네
다 어디 갔니 얘들아 각자 즐겁거나 괴롭니
* 파블로 베르헤르의 영화 〈로봇 드림〉의 OST로 쓰인 Earth, Wind & Fire, 〈September〉(1978)의 가사.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선택하신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댓글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