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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레이돌리아

  • 작성일 2025-04-01

   파레이돌리아


김지윤


   어떤 결정은 문을 등진 채 해야 한다

   길이 없는 곳에서부터 시작이다

   흩어진 구름의 문양을 알아볼 수 있다면

   그림자의 속삭임을 알아듣는다면

   어두워져 가는 시간도 그리 지루하진 않다

   모든 물방울들이 거울이 되어

   내가 되기 전의 내가  

   내가 될 수도 있었던 내가  

   그 안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다

   흘러야 할 것은 흐르게 하자

   괜찮아, 라는 말을 버리고 싶은 날

   종말 한 시간 전 꼭 해야 할 말처럼

   삼킬 수 없는 언어가 있다

   참을 필요가 없는 재채기처럼

   좀 헛되이 다급해져도 좋다

   비 내린 후에 다시 비가 오고

   땅이 마를 틈 없이 젖게 놔두자

   진흙 위 남은 발자국들이 

   지나간 걸음의 무게를 기억하듯이

   어떤 슬픔은 형태를 만들지 않으면

   사라져 버릴 것 같아서

   단단한 테두리를 그려 놓는다

   부서진 마음도 마음이다

   잃고 싶지 않은 슬픔도 있다는 게

   오늘의 희망

   길이 없는 데선 별을 더 자주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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