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기
- 작성일 202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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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기
권민경
만원 전철 창문에 짜부된 볼처럼 네게 붙어 있었지
많은 걸 해냈다 남몰래 입안에서 이름 굴리며 힘내고
동명이인투성이 세상
어떤 이름은 유일하다
혀끝으로 능히 바다라도 만들 기세
너 바다에 있는 왕의 무덤을 알아?
정말 대박 아이디어지 뭐니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니 기상이 대단하지만
우린 서로의 목숨이나 잘 지키자
나는 매일 아무 역에서 내리고 싶은 충동을 참았다 실은
극기를 모름, 겨울 바다를 헤엄칠 줄 모름, 얼음 위를 뒤뚱거림,
매일이, 생활이 미끄러지고
많은 걸 잃었다
칠칠치 못하게 놓고 온 부장품, 비닐우산, 시시각각 죽음으로 향하는 세포들
여전히 나이지만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나
생물적으로다가
참 아름답다
아름답다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되레 미쳤었다 말할 수도 있지만
아름답니? 사랑이 밥 먹여 주니?
남의 무덤 앞에서 나눴던 대화, 초록 곰 인형, 소중했던 트레이딩 카드
잡다한 취급을 받으며 가라앉겠지만
유실물 센터 갈 것 없이
우리 각자 건강하길 바라
멀리멀리 멀어져 운 나쁘게
만원 전철에 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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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민경
- 2011-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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