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탄 물총새
- 작성일 2025-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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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탄 물총새
이원규
길 위에서, 섬진강 861번 지방도 샛노란 중앙선 위에서 어린 새 한 마리가 길을 막았다 다 저물녘에 질주하던 나의 오토바이 앞에서 울며불며 물총새 새끼가 길을 물었으니 급브레이크를 잡았다 구례 플라타너스 카페에 가수 안치환의 공연 보러 가는 길, 어두워지는데 트럭은 막무가내, 어미 새는 보이지 않았다
착한 척하는 것도 큰 병이라는데, 일단 물총새 새끼를 오토바이 뒷자리 짐통에 태웠다 남도대교 건너 화엄사 입구까지 알피엠 3500 이하의 저공비행으로 19번 국도를 달리며 나의 마지막 직업이고픈 퀵서비스를 자처했다 가출한 물총새인지, 어미에게 버림받았는지, 얼떨결에 유괴된 새 새끼인지, 오토바이 엔진 소리에 울고 안치환 노래에 울고 왕복 이백 리 밤길을 돌아와 우리 집 현관에서 밤새 울었다
행여 우리 집 고양이 별이와 몽희가 덮칠세라 고양이집 철망 속에 가두었다 물을 주고 찬물에 불린 멸치를 먹였으니, 어린 새를 노리고 멸치를 노리는 고양이가 없는 고양이집 속의 물총새여, 난생(卵生)처음 오토바이 탄 물총새 새끼여! 날이 밝자마자 섬진강 861번 지방도 노란 중앙선, 다시 그 자리에 풀어놓자 폴짝폴짝 강변 풀숲으로 나뒹굴더니 왕버들 아래로 신나게 몸을 날렸다 절대 뒤돌아보지 않았으니 이토록 다정한 무관심이라니!
저는 저대로 사라진 것들이 어디 물총새뿐이랴 나는 언제쯤 나의 길을 막고 물어보며 울어나 볼 것인가 나는 아직 40년 지나도록 낡고 다정한 오토바이를 떠나지 못했다 한반도 남쪽에서만 지구 30바퀴 넘는 거리를 달리고 또 달리지만 아무 상관도 없이, 아무 질문도 필요 없이 내 오토바이 뒷자리에는 오늘도 아직 어린 물총새가 울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아비 없는 그 소년이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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