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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일박을 한다

  • 작성일 2025-11-01

   그는 일박을 한다


신수형


   양평으로 가는 길 위에서 세 개의 터널을 연달아 통과했을 때 그의 머릿속에 문득 자신이 지나온 몇 개의 터널들이 떠올랐다 그 터널들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터널이었을 뿐 아무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터널은 깜깜했으므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으므로 기억할 만한 것이 없다 터널은 기억이 아니다 사라진 시간이다 없는 시간이다 몇 개의 터널을 지나고 나자 갑자기 늙어 버리지 않았던가 그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좀처럼 끝나지 않는 긴 노래를 부른다

   마당 한구석에 키가 작고 앙상한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그는 그 나무 옆에서 사진을 찍는다 그와 나무가 나란히 서 있는 사진을 찍는다 나무의 옆에 서 있는 것인지 앞에 서 있는 것인지 혹은 뒤인 것인지 알 수 없고 그 속을 사방을 가진 나무의 속을 알 수가 없다 마른 가지들이 된 나무를 만질 수 없다 밤이 오면 불을 피우리라 하고 그는 생각한다 불 속에 잠겨 일렁이리라 생각한다

   떠올리는 모든 것들이 다 타오른다 떠올리자마자 불길이 된다 계속 생각을 던져 넣는다 그는 작은 목소리로 또 노래를 부른다 노래를 부르자 노래도 타오른다 순식간에 사라진다 계속 노래가 필요하다 계속 노래가 필요해서 키가 작고 앙상한 나무 한 그루를 바라본다 나무를 바라보자 나무도 타오르기 시작한다 잠시 일렁이더니 조용히 사라진다 키가 작고 앙상한 나무가 더 필요하다 

   모든 것이 타오르는 가운데 그는 일박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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