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
- 작성일 2025-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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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
박술
벌레가 누워 있는
여름의 얼굴을 더듬다가
문득 내 얼굴이라는 걸 알았다
생명이 흐르는 걸 과거형으로 바라볼 때
미세하게 변하는 행인들의 표정
포크처럼 갈라져 나가는
여름이 죽는다. 여름이 죽는구나, 내가 거기 없어도. 살았던 삶과 살아도 되었던 삶이 갈라지는구나. 마로니에 가시 돋친 껍질이 갈라지듯이. 무책임한 가정법을 밀어내듯이. 보리수 검붉은 과즙은 겨우내 도보 블록을 물들이겠지. 무한 정렬 패턴을 반복하며 어디로 가는 길이었는지 잊겠지. 상징을 긋겠지. 맹세를 잊고서 허전함을 자유와 바꾸겠지. 그때 그랬더라면, 을 무수한 낙엽의 그랬겠지, 로 덮겠지.
이런 날을 노파들의 여름 Altweibersommer이라고 한다. 여기서 다 늙었는데 빛은 쬐어 뭣하나, 이렇게 말할 사람은 없다. 그런 식으로 굽은 나무는 여기에선 자라지 않는다. 뿌리를 파보면 모를까. 그럼 아직 약동하는 미로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라는 나무는 여기 없다.
처음으로 은는이가를 설명하려고 했던 때의 당혹감을 생각한다. 어둠 속 네눈박이 같았지. 사실은 그 이후 모든 순간이 은는이가의 반복이다. 그러니까 이건 전부를 떠받치는 미세한 틈들에 대한 이야기다. 죽는 여름을 죽은 여름으로 바꾸는 경외에 대한 이야기다. 그건 빛 속에 미동 없이 누워 있는 무언가를 닮았다.
보도블록 위
아름다운 비단벌레가 움직이지 않는다
아름다움이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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