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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긴 꼬리연 이야기

  • 작성일 2025-11-01

   흰 긴 꼬리연 이야기


희음


   거리 위에 

   짝 없는 신발들이 나뒹구는 것을 본다


   피하지 못한 몸들이 그곳에 있다


   작은 몸,

   작은 몸을 돌보던 몸,

   주름진 몸과, 

   목발을 짚던 몸,


   병원 

   창문이 터지는 것을 본다


   침대 난간을 붙들던 손이 

   연기에 휩싸인다


   인큐베이터가 깨진다


   그걸 끌어안으려던 몸,


   더는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이지 않는다


   나는 본다


   보던 것을 

   다시 본다


   빵을 기다리던 줄을 향해

   총탄이 발포되는 것을 본다


   한 사람이 

   쓰러지고 그 주위의 사람들이 


   일제히 그를 붙든다


   사람들은 격렬히 항의하고 

   울부짖으면서도


   줄을 벗어나지는 않는다


   줄 위에서 

   주저앉는다


   나는 본다


   보던 것을

   다 볼 수 없다


   “복음”이라는 말이

   “청소”라는 말과 나란히 놓이는 걸 듣는다1)


   한 무리가 두 단어로

   불을 지핀다


   잠도 자지 않는

   로봇에게 고요히, 조준을 맡긴다


   작은 집들이 불탄다


   나는 듣는다


   무너지는 선

   옅어지는 숨


   내가 듣는 것을

   끝까지 다 

   듣지 못한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듣는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한 사람은 

   멈추지 않는다


   이름은 

   끝나지 않는다


   마을의 동물들은

   서로의 냄새를 찾아 


   울고 또 운다


   불탄 집터

   지붕이 사라진 자리에서도


   이들은 살아 내려 한다


   허기의 명령을 따라 헤매다

   죽은 몸 앞에 


   멈추어 선다


   그 몸을 먹으며 

   목숨을 잇는다


   시를 쓰는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말했다

   내가 죽는다면 나의 살림을 팔아

   흰 천과 실을 사서

   사랑의 천사처럼 보이는 연 하나 만들어 주길···2)


   그는 폭격으로 죽었고 

   그의 시를 전해 받은, 살아남은 

   사람들은 

   폭음이 이어지는 땅 위에 남아 있다3)


   너무 많은 복음과 불빛이 


   흘러들어 오는 틈


   눈을 감고 

   그 안을 노려본다


   누가

   이리로 온다


   너를 알아본다


   내가 본 것을 듣는

   네가 있다


   네가 본 것을 듣는

   내가 있다


   우리는 본다

   끝까지 다 보지 못한 채 

   본다


   우리는 듣는다

   끝까지 다 듣지 못해도

   듣는다


   세상 절반의 높고 빛나는 복음의 고요를 향해

   우리는 떠든다


   어디든 가는 꼬리 긴 연처럼 

   끝도 없이 


   떠들기로 한다



1)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폭격할 때 AI 표적 생성 플랫폼 “복음(the Gospel)”이라는 이름의 무기 시스템을 사용한다. 이것이 “인종 청소”에 동원되는 것이다.

2) 리파트 알아리르의 시 「내가 죽어야 한다면」에서 차용. 이 시는 정새벽 시인·번역가의 인스타그램에서 처음 접했다. 최근 출간된 『팔레스타인 시선집』(2025, 접촉면)에도 실려 있다. 리파트 알아리르는 가자지구 출신의 팔레스타인 시인이자 문학 교수였고, 2023년 12월 7일 이스라엘 공습으로 가족과 함께 사망했다.

3) 2025년 10월 10일(현지 시각) 새벽, 이스라엘은 미국의 압력으로 휴전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은 언제 다시 재개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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