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화백자
- 작성일 2025-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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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화백자
손유미
백자에 푸른 학을 앉힌다. 푸른 소나무를 뻗치고. 푸른 솔잎들, 푸른 솔잎들, 손끝을 찌르고 싶은 푸른 솔잎들. 푸른 안료에 붉은 피의 리듬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으니까. 아, 이 푸른 선은 내 것이다. 이 청화백자는 내 것이고 나는 고유하다. 그것이 중요하다.
나는 이 살아 있는 청화백자에 무엇이든 넣고 싶다. 불로장생하는 무엇이든 넣고 싶어. 드글드글 생명이 끓는다. 생명과 엎치락뒤치락하며 고독은 익는다. 청화백자 열기에 푸른 모란이 핀다, 다 잡아먹을 듯이 입을 크게 벌리며 활짝. 푸른 모란의 속에는 생명과 범벅된 나의 사랑‧‧‧ 우글우글 나의 욕망들.
나는 천삼백 도가 넘는 가마 속에 나의 생명, 나의 고독, 나의 욕망을 넣는다. 나의 생명, 나의 고독, 나의 지리멸렬함, 나의 분노, 나의 권태, 나의 인내 인내 인내, 나의 사랑, 나의 욕망을 굽는다. 아니 충분치 않다. 나의 수치, 나의 공포, 나의 비관, 나의 좌절, 나의 파렴치함, 나의 살의, 나의 간절함, 나의 어쩔 수 없음 어쩔 수 없음 어쩔 수 없음까지 빠짐없이 굽는다. 서로가 서로를 참견하여 균열을 내더라도‧‧‧ 내 것이기에. 아, 이 균열은 내 것이고 나는 비로소 고유하다. 그것은 정말로 중요했다.
이 청화백자를 갖기에 가난하다는 것,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정말로 중요하지 않았어.
학이 어깨 넘어 날아간다.
기를 쓰고 날아간다.
다른 시대에 발견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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