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내린 거리
- 작성일 202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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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내린 거리
최호일
눈이 사십 대 여자처럼 내린다
이미자 씨의 첫눈 내린 거리라는 슬픈 노래도 있지만
그것보다 약간 더 슬프게 내린다
약국의 간판 위에도 쓰레기통 위에도
어떤 눈은 나뭇가지의 제일 높은 곳에 올라 있다가
누군가의 손처럼
떨어지기를 반복하는데
그것을 십 분 동안 바라보는 개도 있다
사랑에 실패하는 일이야 누구나 흔한 일이지만
첫눈을 맞으며 개를 바라보는 것은
드문 일이다
시간을 바닥에 떨어뜨린 것이 첫눈이다
그냥 놔두면 녹을 것 같다
기억의 여왕들이 그녀의 어깨 위에
가슴과 허리와 종아리와 이데올로기와 통증을 지나
눈으로 만든 입술처럼 걸어 다닌다
첫눈은 내리고 저 여자가 거리에서 멀어지기 시작한다
전 국민이 바라보는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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