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정 식탁
- 작성일 2026-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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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정 식탁
김기숙
수녀들이 아침을 먹는다
앞으로나란히 가지런히 앉아 있다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머릿수건 쓴 수녀들은 좌우로 머리를 돌리지 않는다
음식 접시에서 눈알이 굴러다닌다
아침은 서늘하게 흰빛이어서
창가 자리의 백로 한 마리 꼿꼿하다
수도원 겨울 마당을 한 발로 걷던
까마귀가 공중으로 솟구친다
주방 뒤꼍의 진돗개는 귀를 세운다
접시와 포크가 부딪친다
머릿수건으로 덮인 수녀 귀가 팔락인다
귀가 말하는 것을 보았다
저마다의 식사 기도 중얼거림이
실내 공기에 섞이고
식당 의자가 비워진다
검은 옷과 흰옷은 회색 사람이 되지 않는다
스테인드글라스 창은
마음 들여다보기 편안한 곳, 규칙 생활은 불편한 것
열흘이 딱 좋았다
까만빛은 더 까맣게 흰빛은 더 희게
유리창의 형상이 지상으로 내려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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