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 작성일 2026-01-01
- 댓글수 0
음악
—손병걸 시인께
정우신
듣습니다
다만 듣습니다
방법이 없어서
듣습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숲
덩그러니 남은 나무처럼
듣습니다
팔짱을 끼면
끝이 없는
어둠의 길목에 놓입니다
보이는 것이
너무나 많아서
듣습니다
듣는 것만으로
듣는 자세를 바꾸는
계절을 봅니다
어둠의 뒤꿈치를
밟고 있는 얼음을 봅니다
나는 보는 사람들 속으로 흘러갑니다
나는 나와 팔짱을 끼고
눈을 감습니다
책상에 엎드려
나무의 꿈을 듣습니다
추천 콘텐츠
문장웹진 시
호랑 산책호랑 산책 정우신 흰 꽃잎 짙어지는 향기 하늘이 묽게 번지고 걸었습니다 까치 까치 개 짖는 소리 일요일 아침 병은 무늬처럼 가족을 끌고 다닙니다 강물에 빠진 빛이 입을 뻐끔거립니다 나뭇가지를 모으자 물을 갈아 주자 한 마리 더 키우자 걸었습니다 샤워하고 겨울 이불을 정리하고 강물을 덮고 빛은 물의 얼굴에 남은 슬픔을 마저 다 봅니다 누군가 불러도 나는 돌아서질 못하고 두 딸은 햇살의 긴 꼬리를 따라 미래로 뛰어갑니다
- 정우신
- 2026-01-01
문장웹진 시
생장생장 — 머신 러닝 3 정우신 페인트가 벗겨진 지붕 풀이 자란다 축사를 지나 감나무가 있는 폐가를 지나 둑길을 따라 풀이 자란다 냇가는 시간을 물결로 바꾸는 중 얼굴을 건져 본다 엄마 엄마야? 엄마가 맞아? 엄마 어디 갔어? 어디야? 안 갈 거야? 나 좀 데리고 가…… 나 좀…… 작업복의 나프탈렌 냄새 너는 올해도 벌초를 하는구나 개가 짖고 고추가 말라 가고 새로운 무덤에 풀이 자란다 방금 전까지 밥을 지어먹었는데 중절모를 고쳐 쓰며 숨을 고르고 있었는데 믐, 믐, 믐, 므음, 믐, 믐, 믐, 믐, 므음 얼음! 얼음! 양에게 먹이던 지푸라기를 토끼에게 주지 마라 바람이 죽었잖니 풀은 자랄까 내 위로? 아래로? 나보다 먼저? 아냐 아냐 막걸리를 한잔 더 마셔야 해 안으로 안으로 조금 더 깊숙한 곳에서…… 풀은 자란다
- 정우신
- 2020-01-01
문장웹진 시
가타카가타카 정우신 살아남은 포유류의 척수에 바늘을 꽂고 이동 중이었지 피로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은 피를 돌리지 않아야 한다는 걸 늦게나마 깨달았다네 결국 고향으로 돌아가는 거 아니었겠나 분해되고 싶었지 우주처럼 꽃잎을 떨어트리려는지 다른 꽃잎과 묶으려는지 알 수 없는 바람이 불고 사랑이라는 말은 미래를 속이기 좋았네 당신은 일찍이 그걸 믿지 않았지 아니면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나에게 피부를 내주었던가 한쪽 눈을 감으면 아직도 당신이 바라보던 세계가 보인다네 세계라는 말도 역시 참 질기고 우리의 욕망을 분배하기 좋았지 꽃잎을 하나 둘씩 흩날리며 더 해보라는 듯이 당신은 나의 얼굴로 미소를 짓고 있네 내가 비난했던 사람들 대부분은 나의 얼굴을 하고 있었지 덩어리가 완성되길 기대했다네 과연 나는 먹음직스러운가 종교를 알아보게 피를 교체한 다음날은 당신이 살던 시절이 자꾸만 나타나 끔찍하다네 그럴 때면 샐러드를 만들고 술을 데우지 목숨이 하나밖에 없던 시절…… 불행을 물려줄 수 있었던 인간의 마지막 세기…… 당신은 무슨 일이든 항상 여지를 두었으니 내가 생각하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겠지 사실 그 비겁함을 닮고 싶었네 더 취하기 전에 자화상이나 그려 보게 무책임하고 완벽한 시스템을 가장 왜곡된 나의 진실을 뽑아낼 수 있지 않겠나 내가 유전시키고 있는 이 포유류의 낭만은 무엇이었을까 다음 새떼를 아직도 기다리는지 당신은 긴 잠에서 깨어나질 않고 나는 절단된 나의 다리로 기어가 군침을 흘려 보는 것이네
- 정우신
- 2020-01-01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선택하신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댓글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