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베틀
- 작성일 2026-05-01
- 댓글수 1
공기 베틀*
금시아
재채기가 났습니다
첫울음이 태어났습니다
마당가 감나무와 집오리 한 마리가 눈이 맞았습니다
눈이 맞는다는 것은 낯선 두 세상이 체온과 간격과 모양을 엮어 또 하나의 신탁을 짓는 일입니다
공경 말고는 어떤 다정도 절제한 사건은 완벽해서
그들의 신탁은 조화로웠습니다
폭풍우가 휘몰아칩니다
빈번한 시행착오입니다
좀체 종잡을 수 없어 함부로 흐트러지거나 뒤섞여버린 공기는 혹독하고 무심합니다
똑같은 밀도의 이야기가 없어 무적의 가벼움은 때때로 세상을 벌거벗기거나 실격시켜 버립니다
그들은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두 이야기는 분리되었습니다
지그시 감은 눈 속으로 휘청휘청 이야기가 지나가면 눈물은 작은 재채기에도 저 멀리까지 번집니다
기쁘거나 슬프거나 상관없습니다
평온하든 불평하든 또 태어나고 흩어집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무의미가 의미일까요
태어나고 사라진 마당의 질서는 잔혹동화일까요
낮과 밤이 태어난 모든 첫 숨 이야기,
‘공기 베틀’입니다
감나무에 감꽃 흐드러지고 오리들 모여 맛있게 쪼아 먹고 있습니다 뭉쳐지면 재앙 같은 공기라 해도 간절하면 기적도 빈번합니다
전화벨이 울립니다
첫울음을 파툼이라 배웁니다
* ‘공기 베틀’ - 조선 갓셜 『스토리 애니멀』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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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건
이야기들이 흐트러지다가 다시 직조되는 순간들을 공기 베틀로써 재치있게 표현한 시. 중간중간 희극과 비극, 신파 등을 의미하는 은유들이 뒤섞이면서 이야기의 레이어를 형성하다가 그것들이 이야기의 운명이라고 말하는 마지막 연, 이제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이 마지막은 기표 발화의 환유인 첫 연과 훌륭하게 시적 대비를 이루면서 우연히 태어난 존재의 삶의 과정으로 격상시킨다.